독서기록 남기게 하는 책, <아버지의 해방일지> 소설을 읽고 눈물을 흘린 게 얼마 만인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 새벽을 맞이했고, 소설이 유튜브보다 재밌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중간중간 울컥했고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분단의 아픔,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기까지의 아픈 현대사가 떠올라 더 그랬을까?
좌•우익이 모두 모인 빨치산 아버지의 장례식장이 '현대사의 축소판'이라는 작가의 표현이 와닿았다. 나도 모르게 '반공 이데올로기' 프레임으로 빨치산들을 바라보진 않았나. 주인공의 아버지는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사회주의자요 혁명가란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 가족보다 사상을 선택하긴 했으나 그의 삶은 대체적으로 사상보다 사람의 도리가 먼저였다. 20살의 순경도 살려주고, 비행청소년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호통을 치며 친구가 되어준다. 그러나 인민의 사정을 다 이해해 주며 '마을의 머슴'을 자처해 가족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아버지는 죽음으로 고통스러운 삶에서 해방되며, 딸은 3일의 장례식 동안 아버지의 다양한 인연을 통해 아버지와 화해하고 용서하며 아버지에게 진정한 해방을 선사한다. 빨치산도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로 받아들이며 장례식을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마무리한다. 이 화해와 용서로 빨치산의 딸로 힘겨운 삶을 살았던 주인공도 해방을 맞이한다.
이 소설의 백미는 익살맞고 재밌는 전라도 사투리다. 여수가 고향인 나는 정겹고 친숙해 키득거리며 소설에 몰입했던 것 같다. 분명 슬프고 심각한 이야기인데 꼭 그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효과. 그래서 인기가 있고 만해문학상을 수상하지 않았을까.
책을 보며 자연스레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떠올랐다. 특히 해방됐냐는 동료의 질문에 답하는 염미정의 대답이 마음에 남았다.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내 문제점을 짚었다는 거."
내 문제점을 짚었다는 것은 자기를 제대로 알게 됐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내면의 그림자와 마주해 자기 발견에 다가가는 것. 내 문제점을 짚었으면 해방이든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를 보며 생각했다.
작가는 '빨치산의 딸'이라는 자신의 문제점을 짚었고, 소설을 쓰면서 빨치산의 딸이 아닌 '아버지의 딸'이 되어 진정한 해방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쓰면서 해방되었는데, 나는 무엇을 통해 해방을 맞이할까?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산 날보다 살 날이 더 많다고 믿기에 말하고 읽고 보면서, 쓰기도 하면서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