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가 고향이니 <여수의 사랑> 읽어줘야지. 이 책은 작가의 신춘문예 당선작인 '붉은 닻'을 비롯해 5개의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집이다.
작가는 여수를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물의 도시 '麗水', 나그네의 우수라는 뜻의 '旅愁'. 찝찔한 바닷바람, 검푸른 파도, 진눈깨비조차 따뜻한 곳. 소설 속에서 묘사한 여수의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20년 전 내가 살던 동네의 풍경이 떠오른다.
소설 속 주인공인 자흔과 정선의 고향은 여수다. 그러나 그녀들에게 여수는 상처이며 아픔이다. 자흔은 날 때부터 버려져 여수에서 출발한 통일호 기차 안에서 발견되었다. 정선은 엄마가 병으로 죽은 뒤 아빠가 자살시도해서 동생과 아빠는 죽고 자기만 살아남았다. 견디기 힘든 과거로 인해 정선은 심한 결벽증과 위경련이 있고, 자흔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미래가 없이 사는 사람처럼 살아간다. 작가는 사람은 다 평범해 보여도 각자의 상처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두 인물을 그렇게 설정했다고 한다.
알고리즘이 알려줘서 'EBS 문학기행' 한강 편까지 봤다. '여수의 사랑'으로 여수를 여행하는 낭만과 지성과 가득한 프로그램. 20여 년 전의 앳된 작가님의 모습이 담긴 귀한 영상이다. '작가 한강'을 알아본 EBS의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초등학생일 무렵 여수의 모습은 촌스러우나 사람도 풍경도 정겹다. 지금의 관광도시 여수와 다른 한적한 분위기의 내 고향이 가끔 그립기도 하다.
영상에 나온 중앙동-남산동-돌산대교-향일암-소제마을을 '한강 코스'로 홍보하면 노벨상 특수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여수의 공무원 중 누군가 '한강 코스'를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다음 고향 방문 때 작가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봐야지, 고향 방문이 기대되고 설레는 이유다.
인생은 나그네와 같다고 하니 누구나 여수(旅愁), 나그네의 근심이 있을 테다. 나의 '旅愁'는 무엇일까? 질문하며 나를 들여다본다. 작가님 말처럼 상처 없는 사람도, 사연 없는 사람도 없다. 우리는 모두 드러나지 않은 '旅愁'를 품고 살아간다.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만 타인의 인생을 판단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각자의 '旅愁'도 존중 받아야 할 것이다.
당신의 '旅愁'를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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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여수 앞바다하고 섞여 있어요. (2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