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카페 창문 안으로 차분한 밤 풍경을 내다보는 한 사람이 보입니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은 듯 느린 호흡으로 긴 생각에 빠진 사람. 아직은 냉기가 흐르는 밤공기를 가르며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사람 역시 사적인 '당신'을 떠올리고 있었을지 모르겠다고요.
우리가 약속한 다음 만남은 영영 흩어진 채 24년 3월이 되었습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기 좋은 타이밍이었던 크리스마스, 연말과 연초. 지금이 지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타이밍이 오는데, 생각했습니다. 결국 어떠한 연락도 나누지 못했습니다. 또 언제 우리가 연락을 하기 쉬울지 생각합니다. 4월 9일. 곧 다가올 제 생일이 그렇겠네요.
생일을 핑계로 가벼운 문자 하나라도 온다면. 그간의 공백, 과거는 저만치 묻어두고 오늘을 나눌 텐데요. 언제 연락이 끊겼었냐는 듯, 원래 이렇게 자주 연락하며 지냈다는 듯. 내가 내민 손 매몰차게 뿌리친 당신은 없었다는 듯.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빠진 적 있습니다. 말이란 것도 울림이 지속되어 의미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요. 쉼, 공백을 포함한 음성이 상대와 나를 이어 줄 말이 된다고요. 음악 역시 그렇습니다. 다음 가락을 위한 공백까지도 음악의 일부인 것처럼, 당신과 나 사이 공백 역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나와 당신이 틀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내 삶에서 마주한 대부분의 것보다 찬란합니다.
때문에 이번 제 생일엔 당신이 용기를 내어 연락 주길 기다릴래요. 주제거리에 조금 더 도움을 주자면, 제가 피사체로 참여하는 사진전이 곧 열립니다. <기저의 기억>이고, 3.16(토)~3.24(일) 동안 관람 가능해요. '사진전 가봤는데 네 사진이 있어서 반가웠다.',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갔다.'등 연락 주시면, 이 글을 읽고 연락 주셨는지 묻지 않고 그저 반갑게 미소 지을게요. 언제나 연락하던 사이처럼.
4월 9일, <기저의 기억> 사진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