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살리고 죽일 수 있는
첫 회사에서 사람들의 말에 참 많이 흔들렸다.
<그냥 헛소리>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가는 싸움을 하고 있을 때, 사실적 경쟁적 관계인 나와 다른 인턴이 점심시간 커피타임에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것을 보고 옆팀 과장은 "너무 사이좋게 지내지 마. 경쟁잔데~"라고 했다. 굳이 짚어줄 필요없는, 우리 둘이 제일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분란조장자였다. 친구가 없다고 들었다.
휴가를 신청하러 간 내게 "왜?"라는 반문으로 전무는 내 말문을 잠시 막히게 만들었다. 실제로 휴가 신청에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인터넷에서나 보던 일들이 진짜였구나 싶었다. 팀이 한차례 바뀐 이후, 점심을 함께하며 본인이 요즘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명함을 주고받는 앱인 리멤버의 익명공간에 올라오는 'MZ 직원들'에 관한 글을 읽어보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다는 이야기로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웠었다. 이 때 싸함을 감지해야 했는데,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 것은 내가 너무 긍정적인 탓일 것이다.
그는 본인이 힘들었던 주니어 시절을 웃으며 얘기하곤 했다. 안타깝게도 그 웃음 속에는 적어도 본인이 힘들었던만큼 우리도 힘들어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후 그는 "나 주니어 때는 휴가 다 못썼어. 휴가를 다 써야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겼다. 상무와 이사도 그 때문에 휴가를 눈치보며 쓰지 못한다는 것에서 얼마나 그의 마음 속에 과거에 쌓인 것들이 많은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본인의 첫 회사였던 시행사에서 말 한 번 잘못 했다가 몽둥이로 한 대 맞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내게 해고를 논하며, 이 일과 내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전 회사에서도 전무였으나, 아랫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잘린 이력이 있었다. 투자팀의 전무로서 투자 관련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으로 코로나 이후 시장이 최고 좋았던 시절에도 투자 한 건 성사하지 못해 주위 평판이 좋지 않았고, 그에 비해 디테일을 위한 디테일에만 집착하며 아랫사람의 야근을 종용했다. 본인은 집보다 회사가 편하니 본인이 남아있어도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했지만, 함께 남아 야근을 하며 본인 저녁을 사다주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 그런 그가 내게 그런 말을 하다니. 절로 '너나 잘하세요'가 생각났다.
다른 사람에게 예의 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대부분 스스로의 상황에 불만이 있거나, 본인 내면에 불화가 많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나 그렇듯, 그런 사람이라고 모두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소통하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물들지 않는 것이다. 내가 그런 소리를 들었으니 나도 똑같이 그런 소리를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약한 존재이기에, 그런 소리를 들었으면 물로 귀를 씻어줘야 하는데, 다행히도 이런 정화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도 내 곁에 있었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