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기 짝이 없는 회전목마
익명으로나마 고백하지만, 내가 들어가게 된 팀의 새로운 막내이자 나보다 6개월 정도 늦게 들어온 같은 직급의 주임은 소위 말하는 낙하산이었다. 회사의 주주 중 한 명과 그의 부모님이 알고 있는 사이라고 했고, 그는 대표와 1:1 면접 후 팀에 들어오게 되었다. 넓게 보자면 은행 인턴과 같은 금융 경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대체투자 관련 경험이나 지식이 전혀 없었고, 기본용어조차 몰랐다. 아무 경험 없던 나도 부랴부랴 관련 수업을 듣고 배운 것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는데, 이러한 최소한의 투자를 한 흔적도 없었다. 쉽게 말하면 그냥 낙하산이 맞았다.
이를 익명으로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는, 나와 그는 아직 좋은 친구 사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하산이라는 사실과 별개로 그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그가 들어오기 전 본인들이 어떻게 회사에 들어왔는지, 어떻게 현재 졸업한 대학에 들어갔는지 학생시절부터의 노력을 의심하게 된다던 다른 팀의 주임들도 그와 좋은 친구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그에 대해 공유하는 공통적인 의견은 '살면서 이런 사람 처음 봤다'는 것이다. 내가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자기확신이 높고 긍정적이며, 은은한 광기로 매우 활동적인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기중심적이고 회복탄력성이 뛰어났다.
자기중심적이라는 것. 이기적인 것과는 전혀 다르다. 남들의 시선이나 말에 자신을 내어주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중심을 잡을 줄 아는 것을 뜻한다. 이런 성격으로 그는 적응을 잘 해나갔다.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업무에 주말 출근을 하면서도 우선 다다다다 타자를 치는 소리가 들렸고, "오우 이건 좀 아닌데?"를 말한 1초 후, "아니? 괜찮아 하면 돼"가 들렸다. 내가 떠나고 함께 등산을 하며 본인이 일련의 사건들로 화장실에서 눈물을 10초간 흘렸고, 그 사건들이 무엇이었는지 다다다 쏟아내는 것을 들으며 매우 놀랐을 정도였다. 물론 그 후 눈물을 닦고 다시 "괜.하.돼" 모드가 되었지만.
그의 부모님조차 그가 대체 누구를 닮은 것인지 알지 못했고, 너무 긍정적인 면모에 남모를 걱정을 하셨다고 했을 정도였지만, 곁에서 보기로는 그 긍정성은 대책없는 모래성이 아니었다. 그녀 삶의 근간이자 그녀를 지탱해주는 단단한 벽돌이었다. 주변에 두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기에,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이미 말한 사항이지만 전무는 나에게 맡긴 어려운 일을 그녀에게 주지 않은 이유가 나는 그들이 뽑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고, 비슷한 일을 맡긴 적인 한두 번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그녀에게서 어떠한 결과치를 기대하지 않았다.
낙하산도 본인의 능력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를 고깝게 보는 나를 포함한 주위 사람의 시선도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잘 지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내가 막내의 어드밴티지를 누리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은 그녀로 인해 막내의 자리를 벗어나게 되고 난 이후부터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건지. 어느 것 하나 딱 떨어지는 상황 하나 마음 하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