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계속 힘들어요
금융 수업을 들었던 곳에서 취직자 대상 인터뷰를 한 영상을 남겨 놓았는데, 내 영상을 본 취준생들이 한결같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 말이 있었다.
Q) 취업을 준비하는 수강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계속 힘들어요. 그 때는 취업 때문에 힘들고, 들어오면 일이나 사람 때문에 힘들고. 힘든 이유만 달라지는 거지 더 힘들 수도 있어요.
라는 내용이었다. 모순적이게도 많은 힘이 되었다고 했다.
이제는 만나이로 스물일곱이 되었지만, 스물아홉이란 나이가 정말 지겨웠었다. 개인적으로도 집안사정이 좋지 않았고, 취직을 한 회사에서도 다사다난했다. 취준생들에게 내 말이 힘이 되었던 이유는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다 힘들다는 불행 배틀 때문이 아니다. 인생에서의 비를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자세만큼은 본인이 선택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한다.
얼마전에 참가한 10km 마라톤에서 약 1시간동안 예고 없던 비가 내렸다. 뛰어도 뛰어도 땀 하나 나지 않았고, 손에 약한 동상이 올만큼 세차고 차가운 비였다. 그럼에도 뛰었다. 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이제 5개월이 된 권고사직의 순간과 회사생활을 돌아보며 생각만큼 후련하거나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안좋았던 얘기들을 늘어놓을 때면 그 때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더 멋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이야기들을 애써 묻지 않고 당당히 기록하는 용기를 낸 나이기에 이제는 놓아주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나아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파도에 휩쓸릴 때가 많을테지만, 때로는 서핑을 하고 더 자주 파도를 향해 걸어보려고 한다. 죽으려고가 아니라, 맞서려고가 아니라, 파도다움이란 원래 물결치는 것이기에, 나는 나답게 걸어보려 한다. 그러나 동시에 스스로에게 한없이 관대한 햇빛이 될 것이다. 헤엄치는 힘이 약해 수면 위를 떠돌며 생활하는 해파리를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그것이 해파리가 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파도를 향해 걷다가도 해파리처럼 자기 속도에 맞게 살아갈 것이다. 꼭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