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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무개 Oct 22. 2023

당신들의 헛소리와 한마디(2)

누군가를 살리고 죽일 수 있는

 <나를 살린 당신들의 한마디>

 

 차장님의 퇴사날이 정해지고, 사내 메신저를 통해 홀로 남겨질 걱정을 철없이 늘어놓는 내게 그는 자신들이 뽑은 나를 믿어보라고 했다. 팀장님이 떠나신 후 일적으로 사회적 선배로도 많이 믿고 따랐던 그였기에 큰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없는 소리는 하지 않는 대쪽같은 T의 성격이었기에 더 그랬다. 그가 퇴사한 후 가진 점심에서도 그는 본인의 주니어 시절 경험담을 이야기 해주며 내가 내려야 할 선택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 내가 요청해서 받은 진정한 의미의 조언이었다.

 

 퇴사를 하며 건네받은 다른 팀 주임의 편지에는 생각지 못한 통찰이 담겨 있었다. 그녀와 나는 정반대의 MBTI를 가지고 있었고, 대화를 하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말과 행동으로 너무 웃긴 동시에 학교에서 만났다면 절대 친해질 접점이 없었을 것을 알았다. 함께하면 즐거웠지만 굳이 함께할 관심사나 동기가 없을 것 같은, 다른별 사람 같았다. 그런 그녀가 2장의 편지를 써서 건네준 것도, 그 속에 나를 오래 알고 본 친구들보다 나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문장이 적혀있던 것도 놀라웠다. 


 '남들보다 에너지 총량도 적고 다소 느리지만 그 누구보다 사람을 잘 꿰뚫어보고 통찰이 깊은 OO 주임님, 앞으로 더 빛나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거예요'라는 문장이었다. 특히 에너지 총량과 느림에 대해서는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 나와 일치했다. 에너지의 총량이 타인보다 적다는 것은 살아온 경험치에 의해, 그저 남들이 게으름이라 부르니 게으름으로 치부했던 것을 면밀히 살펴보며 알게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발견이었다. 마치 스스로가 좋아하는, 더 빛나는 일을 찾아가려고 내가 마음먹은 것을 그녀는 알고 있는듯했다. 한때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녀는 방송인이 되어 많이 말하고 많이 웃기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넓게 보면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끼리의 동질감이란 것이 있나 싶었다.   

      

 집단에서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고 나도 나를 믿어주지 못한 그 때, 아무 조건 없이 나의 가치를 믿어주던 사람들이 회사에도 있었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이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었던 팀장님, 인턴인 내 발표에 공감하며 가능성을 보았다는 후기를 말해준 차장님이 그랬다. 어느 집단을 가든 나를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관심없는 사람이 일정한 비율로 있다고 하는데, 왜 아픈 기억에만 집중을 했나 싶다. 생각해보면 나는 사회에서 쉽게 받아볼 수 없는 믿음을 첫 회사부터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나를 향한, 그리고 아닌 듯하면서 결국 그 화살촉이 나를 향해 있는 세상의 많은 헛소리와 개소리들을 한 귀로 듣고 한 뒤로 흘리는 성격이었다면, 좋은 말만 마음에 담아둘 수 있는 성격을 타고 났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나는 부정적인 기억을 더 잘 담아둔다는 뇌과학을 거스르지 않는 인간이다. 다행이었던 것은, 나를 무너지게 한 것도, 잡아준 것도 모두 누군가의 말이었다는 점이다. 이제서야 가장 중요한 본질은 내 스스로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것에 있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한다. 말의 힘은 칼보다도 강한 것임을 알기에,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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