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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드림 Aug 12. 2024

나를 후려치려는 인간들에게 고함

내 기획력과 노하우를 값싸게 후려치는 인간들과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

회사에서 홍보팀을 맡고 있을 때 ‘한 때’ 친했던 매니저들이 가끔 연락해서 보도자료를 부탁했다. 이유는 거의 비슷했다. 자신의 배우가 지금 시청률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데, 회사는 작지 홍보팀은 없지 기사 한 줄이 안난다며 보도자료 하나만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겸업 금지고 뭐고 간에 옛정을 생각해서 한 두 번 부탁을 들어주고 나니, 그 뒤로는 좀 당연하게 ‘보도자료 좀…’이 되었다. 평소에는 연락 한 통 없다가 꼭 그런 일이 있으면 ‘친한 사이라서’, ‘누나 밖에 없어서’ 혹은 ‘회사에 돈이 없어서’라는 말로 들이밀고 들어왔다.


내 회사를 차리고도 무료 봉사로 오는 연락을 단칼에 거절했다. “이제는 내가 클라이언트들을 상대하는 입장이고, 이 자료들 하나가 다 시간이고 돈이고 내 사업이라 더 이상은 불가하다”는 말에 상대들은 내게 등을 돌렸다. 우리들은 딱 그 정도의 사이였던 것이다. 부탁할 때, 그 부탁을 들어줬을 때만 친한 사이로 둔갑하는 그 정도의 관계.


싼 값에 후려치려는 인간들은 회사를 차린 지 6년차인 지금도 여전하다. 오랜만에 연락 온 동생이 아는 언니가 하는 공연이라며 보도자료 두 건 정도를 의뢰해서 선뜻 그러겠다고 했다. 다만 우리는 건당으로는 계약하지 않고,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지만 네 부탁이니 감수하겠다고도 했다. 견적을 받아보고 결정하시라고 하며 내 연락처를 전달하라 했고, 내게 일을 의뢰하는 이는 약속한 날짜가 지난 후 연락을 했다. 출장 중이었다나?


전화도 아닌 카톡으로 온 사과의 메시지에 일단 ‘이 사람 예의가 좀 없네’ 싶었다. 첫 소통이 카톡이라니. ‘아 그러고 보니 나 진짜 꼰대인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소개해 준 아이에게도 언니니 나랑 연배가 비슷할 것 같은데 이 정도의 상식도 매너도 없단 말인가 싶어서 썩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견적을 보내줬다. 이이제이로 나 역시 카톡으로 견적을 던졌다. 견적을 본 상대는 곧바로 수락을 하는가 싶더니, 곧 바로 태세를 바꿨다. “대표님, 제가 뒤에 0하나를 덜 봤네요. 견적이 좀 쎄네요”가 답이었다.




“보도자료를 작성만 하고 그 쪽에서 릴리즈 하신다면, 견적 네고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저희 견적에 포함된 것은 단순 작성이 아닙니다. 국내 매체는 모르는 동남아 가수의 내한공연을 홍보하려면 작성에서 그치지 않아요. 자료를 릴리즈하고, 기자들에게 기사 푸시도 해야 하고요. 그 시간과 노력이 다 들어간 견적이예요.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건당으로 대행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보도자료를 보내고 나면 그 공연 자체의 홍보가 제가 되는 것이라서 중간에 들어오는 기자들의 문의를 제가 받아야 합니다. 그게 한 건이든 여러 건이든 생리가 그래요. 그럼 저는 그 문의에 응대를 해야 하는 것이고요. 저는 월별 계약이나 프로젝트당 계약을 해서 움직이는 사람이지, 한 건, 두 건 계약해서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지만 친한 동생의 부탁으로 수락해드린 것이고요. 핏이 맞지 않다면 어쩔 수 없죠. (내가 급한 것은 아니니)”


보도자료가 그저 보내주는 자료 대충 우라까이해서 작성하고 기자들에게 뿌리기만 하면 또 대충 몇 건 뜨겠거니 하는 안일한 마인드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0하나를 못 봤다면 ‘한 건에 몇 만원이겠거니’ 하고 읽은 것일텐데, 글자료 쓰는데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는지는 알고 숫자를 그렇게 읽은 것일까. 뭐가 됐든 이제는 이해하고 싶지 않다.


정말 나와 손발을 맞추고 싶어서, 나의 도움이 필요해서 네고를 하고 싶어하는 파트너와는 그 값이 얼마든 함께하며 무언가를 만들어갈 자신이 있다. 그렇게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들이 있고. 그러나 내가 쌓아온 기획력과 노하우를 값싸게 후려치는 인간들과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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