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더레코드도 많고, 대외비도 많은 동네 중 하나가 우리의 바닥이다. 그러나, 나는 대외비라고 지켰어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이 바닥이다.
언제 어느 때에 누군가에게 속된 말로 ‘통수’ 맞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우리 동네다. 그러니 진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믿었던 사람을 계속 믿을 수 있는지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하는 것도 이 바닥이다.
그래서 나는 연예계 일을 하며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말을 너무나 절감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내게 나쁘게만 작용하진 않았다. 연차가 쌓일수록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내 곁에 남았고, 걸러내야 할 사람들을 걸러내는 눈이 생겼다. 한 업계에 오래 있다 보니 나름의 촉이 생겼달까.
또 누군가에게 내 속 마음을 다 드러내지 않는 버릇도 생겼다. 그게 정녕 친한 친구라도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거르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참아야 할 때와 참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런 태도들은 연차가 쌓이면서, 또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고해졌다. 비즈니스로 친한 사람과 정말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챙기는 사람을 나누는 성향들이 만들어졌다.
하루 아침에 그런 시각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사회초년생들이 그런 시각이나 촉을 가지기도 쉽지 않다. 특히, 아티스트들을 대할 때는 더욱 더 그렇다. 겉으로 친한 ‘척’하고 나를 정말 아껴주는 ‘척’하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남에게 나를 어떻게 이야기하고 다닐지는 넓은 인맥과 깊어진 촉 또 경험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시각이 비단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오래 있었다고 해서 생긴 건 아닐 것이다. 어떤 분야든 그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오래 버틴 이들은 분명 가지고 있는 촉이고 느낌이고 본능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해준다. 어떤 자리에서든 시련이나 배신, 뒷통수 맞을 일은 온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 시각을 넓히고 사람을 가리고, 내 사람을 걸러낼 수 있는 넓은 시각은 다양한 경험과 끈기, 많은 사람을 상대하며 높아지고 깊어진다.
그러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 상처받지 말고, 누구도 영원한 내 편이라 생각하며 모든 것을 내주지 말아라. 네 적은 어디에나 있다. 네 배우일수도 있고 네 가수일수도 있고, 네 상사나 동료, 부사수일수도 있다.
다만, 진정으로 타인을 대한다면, 언젠가 생긴다. 네 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