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MBTI 따위 나는 관심 없어.
매번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 사람과 함께해야만 하는 직업. 사람들이 우리를 봐줘야 하는 직업. 대중의 사랑을 먹지 못하면 금방 사장되고 마는 세계, 엔터테인먼트다.
넓은 의미에서는 스포츠나 게임 산업 등도 아우르는, 너무나 크고 방대한 세계.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때론 동경하고,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선망하기도 하는 세계. 엔터테인먼트다.
‘어느 매체 누구는 뭘 했다더라’, ‘어느 회사 어떤 배우는 무슨 작품에 들어간다더’라 혹은 ‘안 한다더라’ 하는 것들은 우리에게 ‘수다’가 아니다. 일 얘기다. 업계 돌아가는 상황을 체크하고 슬며시 내 위치와 내 배우의 홍보 플랜을 세우는 ‘중요한’ 이야기다. 때론 FA에 나오는 배우에게 접근할 수 있는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 되기도 한다.
내게 동료들을 만나는 일은 그런 일이다. 끊임없이 만나서 끊임없이 정보를 들어야 하고 그 정보들이 뇌에서 업데이트 되야 하고. 또 나눠야 하고, 나눈 만큼 또 들어야 하고의 반복.
그런데 나는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정말 중요한, 사람을 만나고 나면 기가 쑥쑥 빨리는 성격이다. 관계자들이 알면 놀랄 만큼 원래는 말수가 적었고, 퉁명스러운데다 무뚝뚝하기까지 하며 매사에 친절하고 올바르고 사람들과 수다 떨며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원래의 내 성격에는 잘 안 맞는다.
신입사원 때 첫 기자미팅을 하고 나와서 팀장님이 택시를 타자마자 나를 혼냈다.
“너 밥 먹으러 왔어?”
질문도 없이 멀뚱하게 있었던 입사 5-6개월차에 그 말 한마디가 심장 한 구석에 콕 박혔다. ‘아… 이런 미팅에서는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는구나…’ 그 뒤로 몇 번의 기자미팅이 반복됐고,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된다는 강박이 힘들었다. (그런데도 일이 재밌어서 신나게 했던 걸 보면 인격이 두 개인건가 싶지만)
그래서 나는 선택적 E가 되기로 했다. 조용하고, 내 세상에서 힐링해야 하는 나의 본체인 I는 대문자에서 소문자가 되었고 내 깊은 내면 어딘 가에서 필요할 때마다 대문자가 되어 나온다.
그리고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말해준다.
너의 MBTI는 별로 상관없어. 너가 이 바닥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살아 남아서 성장하고 싶다면, 몇 프로 안되는 너의 E 성향을 키워. 누구든 만나서 무슨 얘기든 해. 그래야 살아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