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드림 Jul 22. 2024

나는 긍정 확언을 하지 않는다.

긍정 확언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본질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라는 말

하루에도 열 두번씩 육두문자 날릴 일이 많다.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열이 뻗치면 뻗치는 대로, 나는 속으로든 밖으로든 욕지거리를 해댔다. 


그게 내 인생에 아무런 도움도 쓸모도 없다는 것을 한 5년차가 넘어가며 깨달았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할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엔터테인먼트 바닥에서 살아 남으려면 변화를 받아들이고 속된말로 ‘또라이’들을 웃어 넘기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고 나니 ‘보살’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하고 넘기는 날이 많아지니 “화도 안나냐”는 물음이 자연스레 같이 붙었다. 나라고 왜 화가 안나겠나. 나라고 왜 빡치는 순간이 없겠나. 모든 순간에 화를 내고 모든 순간을 싸우고 나면 정작 일을 할 에너지가 없어지니 그냥 참고 넘어가는 거지. 


나는 긍정 확언을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오늘도 잘 될 것’이라든지, ‘행복한 하루를 보내자’든지, ‘나는 잘하고 있다’든지,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도울 것’이라는 확언을 딱히 하지 않는다. 그저 그냥 믿을 뿐이다. 


‘어떻게든 된다. 어떻게든 해낸다. 세상이 나를 시험해도 나는 해낸다’ 


그냥 그런 믿음으로 살아간다. 긍정 확언을 해봐야, 매일 내게 오는 스트레스는 존재하고, 지랄 총량의 법칙도 어김이 그 하루를 꽉 채운다. ‘오늘은 무사히 넘어간다’하는 날은 그 다음 날의 지랄이 기다리고 있다. 긍정 확언을 해봐야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무궁무진한 인간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래서 아침에는 활기차게 일을 시작해도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사건과 사고는 늘 족쇄처럼 나를 따라다닌다. 


그러니까 그냥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이 또라이도 언젠간 내 편이 된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 날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지나가고 또 어떤 날은 큰 사건이 작은 사고 정도로 지나가게 되는 것이다. 


매 순간을 나는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는데 주변 인물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내가 잘 못 살고 있나’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 순간들이 더러 있다. 그런 고민을 들을 때면 그냥 그렇게 말해준다. 


“네가 잘 못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인간이 이상한 인간이니까 자괴감 따위 갖지 말고 그냥 물 흐르는 것처럼 둬라.”


나는 모든 일들을 흐르는 대로 두면서 그 흐름을 탄다. 대신 내가 할 일들에 집중하고 그것들을 해내는 데에 몰두한다. 오늘 하루도 긍정적으로 살자는 생각보다는 내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본업에 집중하다 보면, 동료들이 나를 인정해주는 순간들이 더러 찾아오기 때문이다. 


긍정 확언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본질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라는 말이다. 

이전 16화 퇴근 시간에 대한 배려가 없는 동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