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꿈꿨나
8월 말
주말 아침 일어나 환기를 하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아직 공기는 더웠지만 눈으로 보기엔 영락없는 가을이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인데… 벌레도 많고… 내 생일도 겨울이고…시원한 공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전혀 아쉬울 일이 아닌데,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했다. 이번 여름은 정말 무더웠는데, 마치 다시는 겨울이 오지 않을 것처럼 뜨거웠는데.. 또 이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가겠지…싶은 생각에 몸도 마음도 축 처졌다.
식은 국
학창 시절 나는 아침에 잠이 깊어 일어나야 할 시간이 지나서 헐레벌떡 일어나 뒤늦은 등교 준비를 하는 날이
많았었다. 그런데 엄마는 아무리 늦어도 항상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하루를 활기차게 이겨낼 수 있다고, 항상 나보다 훨씬 먼저 일어나 아침 상을 차려주시곤 하셨는데, 나는 늦게 일어나 서두르느라 엄마의 밥 먹으라는 이야기를 흘려보내고 내 준비하느라 바빠, 어떨 때는 엄마가 밥 먹어라 한 시간의 30분이 넘게 지나서 밥을 먹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전히 국은 연기가 모락모락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근데 나는 국을 따뜻한 걸로 바꿔주시면 너무 뜨거워 식혔다가 먹었곤 했었다.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날 위해 국을 계속 다시 대피고 대폈단는걸 알지 못했다.
영원한 사랑
한때는 사랑이 정말 영원할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첫사랑이었다. 그때는 이 사랑이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변한다고 생각하는 게 상상도 안 될 만큼 아득했다. 그리고 첫사랑이 끝났을 때 나는 어떤 것도 내 삶에서 계속 남아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그 사람과 같이 행복의 의미도 내 삶의 이유도 모두 떠밀려 간 것처럼 나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첫사랑이었고, 첫 이별이었다. 나는 계속 걸었다. 헤드폰을 귀에 걸고 계속 걸었다. 내가 길을 잃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계속 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황, 내가 너에 대한 마음을 식히는 방법.
모든 식어가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따뜻할 거라는 허황된 내 마음이 만들어낸 오만함이었을까? 보란듯이 너무 시리게 식어갔다.
계절도…온기도…사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