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

감정이 일어나기 전, 공기의 결이 달라졌는가?

by 전세화

종이 위로 급박하게 날아다니던 손이

마침내 찍은 마침표가 가볍다.


고개를 들어

어수선한 실내를 훑는다.


서둘러 짐을 챙기는 손들이

공기의 흐름을 뒤흔든다.


화장실로 향하는 숨이

불규칙한 공기 사이를

곧게 가른다.


손을 씻는 순간

영업 종료를 알리는 소리가 울린다.


옅게 두근대던 심장이

한 박자 빨라진다.


공기를 흔들던 온기가 하나씩 사라진다.

남은 공기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러자,

남은 모든 소리는

나의 손에서,

나의 발에서 생겨난다.


내가 내뱉는 숨이

이 공간의 유일한 온기다.


분주한 내 손들.

그 사이로

살짝 떨리는 숨이

가만히 공기를 물들인다.


가방을 메고 계단을 사뿐히 내려간다.

사람들의 온기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서늘한 결만 남아 있다.


밀폐된 공간을 가득 채우던 묵직한 공기가

어느새 텅 비어 있다.


절제된 움직임만이 남아

차분한 공기 사이를 바삐 오간다.


하늘거리는 공기와 나의 숨만이

이 공간을 천천히 부유한다.


아직 미지근하게 가라앉는 공기를

분주하게 스치는 손길을 뒤로한 채

카페의 문을 향해 나아간다.


어수선한 공기를 등지고

밝은 안쪽에서

어두운 바깥을 향해 손을 뻗는다.


무겁게 문이 열리며

공기의 결이 단번에 바뀐다.


차갑고 넓은 공기가

몸 앞으로 쏟아진다.

밝은 불빛들이 빈틈없이

어둠 사이를 가르며 흔들린다.


초록불로 바뀐 횡단보도 위로

사람들의 바쁜 움직임이 겹친다.

깜빡이는 신호등 사이로

가벼운 발걸음이 튀어 오른다.


도시의 불빛들이

공기 위로 흘러간다.

차들이 흘리고 간 빛이

서늘한 밤공기 속으로 번진다.


안에서 밖으로,

닫힌 곳에서 열린 곳으로

공기의 밀도가 옮겨 왔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기의 온도와 속도만 달라졌을 뿐,

흐름은 끊기지 않았다.


그 변화 속에서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떨림이

서서히 몸 안에서 떠올랐다.


한껏 들이마신 서늘한 공기가

몸속에 머물던 고요와

조용히 뒤섞이고 있었다.



2025.11.19.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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