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

그때 몸의 어떤 부분이 먼저 반응했는가?

by 전세화

다리가 먼저 나간다.

박자에 맞춰

한 발씩.


쿵, 쿵—착.

숨이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

오른 다리가 오른쪽 앞으로,

왼 다리가 왼쪽 앞으로.

번갈아 땅을 딛는다.

다리가 앞으로 뻗으면

어깨가 뒤따른다.

기울어진 어깨를 따라

몸도 그쪽으로 흘렀다.

몸이 완전히 기운 뒤에야

남아 있던 왼 다리가 마지막으로 따라온다.

방금 도착한 왼 다리가

곧바로 오른쪽을 향해

다시 출발한다.

왼 다리,

어깨,

몸.

몸의 각 부분이

조금 더 매끈하게

자기 차례에 맞춰 움직인다.

한 걸음, 두 걸음.

서두르지 않고

앞이 아닌 옆으로 흘러간다.

앞을 향해 곧게 난 길에서

처음으로 옆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매일 지나던 길에

발이 한 번도 닿지 않던

여백이 남아 있다.

펼쳐진 길 위에

멈춰 섰던 몸에서

새로운 속도가 일었다.

비틀거림은 곧

박자가 되고,

리듬이 되었다.

처음 겪는 느린 속도에도

몸은 금세 맞춰졌다.

이 걸음이 몸에 스며들자

팔이 자연스레 뻗어

규칙도 방향도 없이

허공을 가볍게 가로질렀다.

어느 순간,

몸의 중심이 사라진다.

땅을 딛고 있는데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팔과 다리는

나를 앞지른다.

움직임만이 이 공간에 남아

공기처럼 스며든다.



2025.11.18.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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