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오늘 나의 마음이 처음으로 움직인 순간은 언제였는가?

by 전세화

춥지 않은 서늘한 밤공기 속

반짝이는 시내의 불빛이

빠르게 창밖을 스친다.


귓가를 가득 채운 노랫소리가

시야의 끝을 하나씩 밀어낸다.


뒤로, 뒤로 떠나보내는

풍성한 시내의 불빛들.

앞을 향한 시선이 흔들리지 않았다.


밀려나는 풍경 끝에서

스르륵 열리는 문 너머가 나타난다.


문이 다시 닫히기 전,
네모난 공간 밖을 향해 몸을 돌렸다.

깃털처럼 가벼운 다리는

차가운 공기를 향해 길게 뻗었다.


움직이지 않는 세상 앞에 멈춰 서서

앞으로 길게 뻗은 길을 바라보았다.


길의 양옆으로

노랗지도, 주황스럽지도 않은

처음 보는 색의 은행잎들이

여전히 가지를 휘감고 있다.


그들의 중심으로

바삭하지도, 생생하지도 않은 잎들이

느슨하게 지면의 색 위에 얹혀 있다.


은은하게 공기를 채운 가을의 향기.

짓이겨져 바닥에 납작하게 눌러붙은 것들이

형체를 잃고 보도블록과 하나가 되어 있다.


어둑한 나무 너머,

노란빛들이 번갈아 서 있다.

얇아진 향기가

적당히 어둠을 걷어낸 길 위를 채우고

그 옆으로 속을 숨긴 차들이 스쳐 지나간다.


흘러가는 가을의 한 장면에

멈춰 선 건

나 하나뿐이다.


순간을 멈추고

멍하니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았다.

잠시 조용해졌던 귓가에

한로로의 ‘나침반’이 흘러들었다.


그 순간,

발이 먼저 움직였다.


기타 소리에 맞춰

천천히 뻗어가는 다리.

저절로 들썩이는 어깨.

어느새 위로 치솟은 팔.


귀로 들어온 리듬은

머리를 지나쳐

어깨와 팔과 다리로 흘렀다.


스물다섯 해 만에

몸이 먼저 알아챈 리듬이었다.


비어 있는 길 한가운데

나의 움직임만 또렷했다.


일정한 박자로 집이 점점 커져갔다.

느려지려는 발을 끌어

다음 박자에게로 내려놓는다.


마지막 박자 위에

현관문이 맞닿는다.


어느새 내게서도 흘러나오던 노래와 함께

문이 열리며 실내의 빛이 어둠 위로 쏟아진다.


문이 닫히자

흔들림 없는 공기가 다시 세상을 채운다.



2025.11.17.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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