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중, "이건 살아 있다"라고 느낀 한순간은 언제였는가?
이제 막 밝아오기 시작한 햇빛이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닫힌 창 너머로 들어온다.
찬란한 빛이 흔들리며 방 안으로 스며든다.
나는 노곤하게 녹아드는 침대 속에서
서늘해진 세상의 빛을 바라본다.
홀린 듯이 바라보았던 빛이
눈을 깜빡하자 어느새 조금 짙어져 있었다.
서늘한 세상과 달리
이불은 몸을 뜨겁게 가둔다.
빛으로, 공기로 흘러들어온 세상이
이불 위로 천천히 번진다.
시간은 숫자들만 남기고
어제의 계획들은 조용히 미끄러진다.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어제도, 그제도 들었던 노래를 튼다.
익숙한 선율이 집을 채우고
외워버린 가사가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시계를 들여다보는 횟수가 늘어나도
여전한 박자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집 안에 퍼진다.
문을 열고 나오자
바깥공기가 온몸을 스친다.
노래의 리듬을 따라가게 하던 포근한 공기는
닫히는 문 안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발바닥에 닿은 단단한 시멘트 바닥이
바뀐 세상의 온도를 머금고 있다.
얼음 위에 맨발로 올라선 듯
발걸음이 자연스레 빨라진다.
세상의 속도를 아직 따라잡지 못한 숨과
서둘러 그 박자를 맞추려는 발걸음이다.
빠르게 스치는 풍경과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가
머릿속을 깨끗하게 씻어낸다.
새하얀 머릿속에
차갑게 물든 푸른 오늘이
선명히 스며든다.
고가교를 감싸 안은 난간의 끝으로
초겨울의 햇살이 튕기듯 부딪혀 온다.
온기 하나 없는 붉은빛이 시야를 뒤덮자
반사적으로 눈이 가늘어졌다.
빠르게 지나치는 난간 사이로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오는 빛이
내 세상을 가득 채운다.
나뭇가지를 가득 덮고 있던 잎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지고,
알몸을 드러낸 나무들만 남았다.
차가운 공기로 가득 찬 세상에
따뜻한 숨이 드물어지는 때.
생명의 온기 대신
계절의 한기만 남아
여백이 늘어난다.
숨을 쉴수록 폐가 오그라들고
어깨를 한 없이 움츠리게 만드는 이 공기가
머릿속 깊은 곳을
어느 때보다 깨끗하게 비워낸다.
내년의 새로운 숨을 위해
올해의 온도가 식고 숨이 얇아지는 시간.
그 순간,
세상 속에 희미한 형체를 남기고
빠르게 사라지는 오늘의 숨이
머릿속을 짜릿하게 관통한다.
2025.11.16.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