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7

오늘의 단어 중 나를 가장 닮은 것은 무엇인가?

by 전세화

오늘의 나는

양은 냄비를 닮았다.


끓어오르는 마음이 담기면

얇은 바닥부터 먼저 달아올랐고,

차갑게 식은 마음이 닿으면

금속은 바로 굳어

작은 금을 냈다.


두께라고 부를 만한 게 없어서

무엇이 담기든

그 온도를 그대로 받아냈다.


오늘은

어느 곳에도 닿지 못하는

미지근함이

안을 맴돌았다.


바닥에서부터

작은 기포들이 톡, 톡 올라와

표면에서 부풀어 사라지면

기어코 밖으로 넘쳐흘렀다.


뒤섞여 있던 기름이

천천히 형체를 나타낼 때,

한 가지 빛은

잘게 나뉘어

색을 달리했다.


텅 빈 속이

자꾸 다른 마음의 온도를 흉내 내자

표면은 금세 빛을 잃었다.


뜨거움과 차가움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며

안쪽은 점점

메말라 갔다.


많은 마음이 스쳐 갔지만

하루의 불을 끄고 난 뒤

냄비 안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2025.12.06.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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