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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May 20. 2024

갈 만한 카페 없는 커피나라

독일은 커피부심이 강하다. 


이탈리아만큼은 아닐지언 매일 아침을 커피로 시작하고 두 잔 이상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서의 커피는 카페인 수혈용에 가깝다면 독일의 커피는 한국보다는 비교적 음미하고 즐기는 여유에 가깝다. 


게다가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커피 소비량이 많은 나라인데, 독일에 살면 살수록 참 갈만한 카페가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독일에서 흔히 갈 수 있는 카페 종류를 열거하자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카페는 '카페를 겸한 지역 빵집들'이다

식사빵부터 케이크, 가벼운 브런치 및 커피를 판매하는 베이커리는 동네 곳곳에 있다. Junge, Weber, Lukas, Wiener Feinbäckerei 등 지역별로 상호는 다양하지만 내부 모습과 판매형태는 비슷하다. 인테리어도 특색 없이 호불호 없게 구성되어 있으며, 찾는 고객층은 주로 동네 주민들이다. 이런 카페는 지금도 종종 가지만 배를 채운다는 목적 외에 문화공간으로서의 의미는 거의 느낄 수 없다. 


동네 아이스크림 카페. 아아를 만들어먹으려고 얼음컵을 주문했다. (출처=직접촬영).


그다음은 한국인에게 빠질 수 없는 '스타벅스(브랜드 카페)'다. 

독일 스벅은 위치 불문 한국인들의 단골 장소다. 어디에 있든 손님 중 적어도 한 명은 한국인이다. 아쉽지만 독일스벅은 한국처럼 앉아있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매장의 규모가 작고 가격까지 비싼데 한국분들이 찾는 이유는 아마 유일하게 아이스음료가 있어서일 거다. 얼음 넣은 커피를 싫어하는 독일인들이 많기에, 해외에서도 스벅은 여전히 한국인들의 소울드링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튼 독일스벅은 특색 있는 테마가 없고, 청결상태도 별로에, 시내 번화가에나 있을 정도로 매장 수가 적어서 일부러 찾아간다 해도 한국보다 만족도가 낮은 편이다. 


다른 카페 종류는 '개인카페'들이다. 

여기는 모 아니면 도다. 한국도 그렇지만 갈만한 개인카페는 정해져 있다. 규모가 너무 작으면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고(저렴하지도 않다), 주인 취향에 따라 인테리어 호불호가 갈리고, 가격이 프랜차이즈 못지않게 비싸거나 디저트 맛이 별로면 아예 갈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결국 카페 노마드 생활을 하다 동네 카페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결코 카페 수가 적은 건 아닌데, 희한하게 갈만 한 카페는 없다. 


특히 주말이면 교외에 있는 뷰 좋은 카페를 가고 싶은데, 이때마다 적합한 카페를 찾기가 어렵다. 만약 있어도 지상층이라 뷰가 없거나 푸드트럭 형태의 작은 음료바 정도가 전부다. 법적으로 상업시설을 금지시킨 구역도 있지만, 독일인들의 특징을 볼 때 뷰 좋은 카페를 차려도 수익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내가 겪은 독일인들은 '자연을 실내에서 즐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름다운 강가에선 강바람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공기 좋은 산에 가면 트래킹을 하고, 해변에서는 일광욕을 하며 하루종일 수영을 해야지 거기까지 가서 실내 카페에 앉아 뷰를 보는 건 그들에게 특별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 


단순히 카페에서 보이는 뷰가 좋아서, 카페의 규모가 커서 카페를 찾는다는 독일인은 여태 보지 못했다. 




한국이 유난히 카페가 많고 카페방문 빈도가 잦은 이유는 독일만큼 집 가까이 자연을 즐길 곳이 많지 않고, 조금만 예쁜 장소가 있으면 바로 카페가 들어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저기 카페가 있으니 '가는 곳마다 카페 없는 데가 없다'라고 불평하면서도 막상 없으면 '이런 데 카페하나 없다고' 다른 불평이 나올 것이다. 


즉, 한국인들에게 카페는 이제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공간이 된 것 같다. 독일에서도 잊을만하면 크고 뷰 좋은 카페를 찾는 나는 아직 영락없는 한국인인가 보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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