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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Jul 04. 2024

독일인들이 힘이 넘치는 이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대한민국은 우울증과 자살 비율이 높다.


"피곤해", "아무것도 하기 싫어"와 같은 말을 습관처럼 달고 사는 사람들. 나도 한국에 살았다면 그중 하나였을 것 같다. 아침운동이나 저녁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을 두고 "대단하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정신없는 한국인들의 일상루틴. 그에 비해 독일인들은 새벽운동은 기본에 유모차까지 밀면서 조깅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주말에도 꽤나 힘이 넘치는 이들은 무슨 보조배터리라도 달고 다니는 걸까?




우울증 및 극단적인 생각의 시작점은 '삶에 대한 무기력함'이다. 그게 켜켜이 쌓여 나중엔 스스로 넘을 수 없는 큰 산이 돼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한국사회에 깔린 무기력의 다양한 원인 중 하나가 '직장과 집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즉, 직주근접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과밀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나라다. 좋은 학교, 좋은 회사, 좋은 집, 맛집, 놀거리 등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실현하려면 서울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서울로 통학과 출퇴근을 하니 일 년 내내 교통 과밀화가 일어나고, 특히 경기도민들은 출퇴근에 매일 3시간 이상을 고스란히 갈아 넣고 있다. 본가가 경기도인 나도 대학 때 서울로 학교를 다니느라 매일 짧게는 하루 2시간, 길게는 4시간까지 이동하는 생활을 4년 넘게 해야만 했다. 그나마 끝이 보이는 학교생활이었으니 가능했지만, 이 생활을 정년 60세까지 약 40년 간 한다고 가정하면 상상만 해도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다.




직주근접이 중요한 이유는 앞서 얘기한 일상의 활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잠자기도 바쁜데 운동해라, 움직여라, 취미생활을 해라 등과 같은 조언은 뜬구름 잡는 소리다. 운동이나 취미 좋은 거 누가 모르랴. 무기력한 사람에겐 물 한 잔 마시는 일조차 그만큼의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사람마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체력적, 정신적 에너지의 양은 정해져 있다. 그런데 아침부터 미어터지는 버스나 지하철에 이리저리 치이며 장시간 움직이면 남은 에너지는커녕 다음날 에너지까지 끌어 쓰게 된다. 여유 있는 취미생활도 물리적 정신적 여유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인데, 절대 시간확보부터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는 조언은 옆집 불구경 하듯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피상적 조언일 뿐이다.




직주근접이 일상의 퀄리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나는 독일에 살며 피부로 느꼈다.


개인적으로 직장과 집이 30분-1시간 정도 떨어진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독일에서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30분 내로 출퇴근이나 통학을 하고 있다. 심지어 그보다 가까워도 본인 기준에 이동시간이 길다고 느끼면 이사를 하거나 아예 그 학교/직장에 지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직장의 경우 이 사람이 정말 필요하다 싶으면 채용 시 이사 비용이나 아파트를 함께 임대해주기도 한다. 어떤 회사라도 직원이 2시간이 넘는 장거리를 매일 왔다 갔다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부득이하게 장거리가 된다면 차량이나 출장비를 지원해 주거나, 사무실에 나가는 빈도수 자체를 전폭적으로 줄여준다.


이렇다 보니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는 '매일' 통근에 서너 시간을 갈아 넣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야근을 장려하지 않고+계약서에 적힌 근무시간 엄수+드문 회식+긴 휴가 문화까지 합해져 독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른 아침과 퇴근 후 저녁시간을 온전히 자신이나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그들이 달리 대단한 에너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회사 시스템과 도시발전이 그렇게 되어있다. 좋은 회사에 가기 위해 수도 베를린에 갈 필요도 없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회사인데 본사가 이름조차 생소한 아주 작은 도시에 있는 경우도 많다. 장기근속이 일반적인 독일 특성상 롱런하고자 하는 직원들은 회사의 지원을 받아 소도시로의 이사를 기꺼이 감내한다.




개인의 무기력이나 우울을 무조건 개인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 환경의 개선 즉, 수도권 집중화 현상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 시간이 걸릴지언정 분명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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