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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14. 2024

독일이 병가 친화적인 이유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한국인의 시각에서 '일 안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 이유엔 잦은 병가가 한몫하는데, 최근 독일의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일부 기업에서 이 병가제도를 컨트롤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순수 독일계 기업은 그나마 덜한데, 특히 미국계 기업들이 그런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해외라도 한국회사는 한국문화를 따르는 것처럼, 미국회사도 미국문화를 일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일이 유독 병가를 많이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독일은 의외로 유럽에서 나름 부지런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병가율도 1위가 아니다 (북유럽 쪽이 더 높음). 즉, 데이터에 기반하면 독일인들이 자주 아픈 게 아니지만 부지런함에선 세계 최고인 아시아(유교권)에서 보기엔 약골들만 모인 곳으로 보일 지경이다. 이는 병가를 내는 방법이 매우 간단하며, 독일의 사회 시스템 특징상 병가를 용인해 줄 수밖에 없는 환경도 큰 몫을 차지한다.




1. 병원 가기 매우 어려운 나라

독일에 살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흔한 가정의(전문의에 가기 전 들르는) 예약조차 2주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고 어차피 병원에 가봤자 몸살감기 정도는 '차 마시고 쉬어라'는 소리나 한다. 그래서 가벼운 증상은 병가서만 받아서 집에서 쉬는 게 일반적이다. 이 점을 독일에 산다면 누구나 알기에 '일단 쉬는 것'이 첫 번째 치료절차라고 생각하고 배려한다.


2. 업무는 효율이다

아픈 걸 무시하고 회사에 나오는 행위를 독일은 미덕으로 여기지 않는다. 괜히 골골대며 책상에 앉아있어 봐야 여기저기 병만 옮기고 효율도 안 나오니 그냥 집에 가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깔끔하게 며칠 쉬고 회복하여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상사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은 비슷하다).


3. 가족이 무엇보다 우선순위

아이가 아프거나, 반려동물이 아파도 병가를 쓰는 사람이 있다. 반려동물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아이가 아픈 건 공식적으로 Kinderkrank라고 부르며 병가 항목에 속한다. 병가서에도 'kind krank (아이 아픔)'으로 찍혀 나온다. 만약 어떠한 경우라도 일이 우선인 문화였다면 절대 불가했을 것이다.


4.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개인정보 보호가 강력한 나라다. 병가 역시 개인정보에 속하는 '지극히 사적인 일'이다. 배가 아픈지, 다리가 부러졌는지, 머리가 아픈지 상사는 알 권리가 없다. 병을 치료하는 건 의사지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는 정해진 규율에 따라 직원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일정 기간 초과 시 서류를 요청하는 게 올바른 처리 방식이며, 대부분의 독일 회사들이 따르고 있다.




혹시 꾀병을 의심한 회사가 불시에 병가 중인 직원을 방문할 수 있을까?


솔직히 독일 분위기나 문화상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불법에 가까운 행위 같지만, 실제로는 이렇다.


[회사는 병가 중인 직원의 집을 방문할 수 있다. 단, 병가가 거짓인지 의심된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직원은 원치 않을 시 문을 열어줄 의무가 없다. ]


즉, 어차피 가봐야 직원이 문을 안 열어주거나 외출하여 집에 없다면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10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만약 실제 아파서 쓴 병가였고, 회사의 의심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마 직원은 주저 없이 회사를 고소할 것이다.




독일의 병가 제도는 분명 한국보다 관대하고, 악용할 여지가 다분하기에, 병가 때문에 회사의 성장이나 넓게는 경제 성장이 더디다는 의견도 의미 있는 추측이다.


하지만 아플 때 온전히 회복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는 오히려 회사에 대한 직원의 충성심과 사기를 올려주는 시스템이기도 하다(악용하지만 않는다면). 또한 건강한 상태에서 효율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기에, 근로자 입장에서 독일의 병가시스템은 환영할 수밖에 없는 제도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회사나 고용주 입장에선 일부 악용하는 직원을 컨트롤하는 데 머리가 아픈 것도 피할 수 없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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