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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2인 가구 생활비 얼마나 들까

by 가을밤

이번 글은 "성인 2인 기준 베를린 생활비가 궁금하다"고 하신 독자분의 요청에 의해 쓰게 되었다.


사실 독일의 생활비는 전국 어디를 갖다 붙여도 집세를 제외하면 변동폭이 크지 않다. 하지만 한국도 수도 서울의 생활이 한국을 대변하듯, 베를린도 수도라는 점에서 독일을 (일부) 대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비용 기준은 아이가 없는 성인 2인(커플 혹은 부부)이 한 집에서 생활한다는 가정 하에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




# 집세

누가 뭐래도 독일 생활비의 8할을 차지하는 건 집세다. 전세제도가 없는 독일은 월세 혹은 매매로 거주하게 되는데 외국인으로 독일생활이 얼마 되지 않았다면 대부분은 월세 생활을 한다(독일인들도 정착지를 완전히 정하기 전까지 월세에 살고, 평생 월세사는 사람도 많다. 이에 대한 선입견은 없다).


독일에서는 보통 월세가 월수입의 30%를 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 이상은 생활에 무리가 간다고 여겨져서 집주인들도 세입자(지원자)의 수입을 보고 적절한지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월세집을 지원할 때 3개월치 월급 명세서 제출은 필수다).

베를린은 매우 넓어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시내 중심의 월세는 60-70제곱미터대 기준 약 1500-2000유로 선이다(관리비 포함, 신축일경우 더 올라감). 그 이하의 크기는 2명이 생활하기 비좁게 느껴지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계산하기 쉽게 2000유로라고 가정하자.


# 전기세, 인터넷

독일 대부분의 월세에는 전기세와 인터넷비가 포함되지 않는다. 전기세는 2인 기준 매월 약 85유로, 인터넷비는 한국과 비슷한 속도가 나오는 광케이블 상품을 쓸 경우 90유로 정도다. 이또한 계산하기 쉽게 180유로라고 하자.


# 주차비

이건 집에 따라 월세에 포함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 주차장 딸린 집일 경우 세입자가 차가 있든말든 의무적으로 임대하길 원하는 집주인도 있다. 월에 약 100유로. 이 금액을 아끼려고 일단 임대한 뒤 재임대를 주는 세입자도 있다.


# 식비

식비는 월세 다음으로 많은 지출이 나오는 부분인데, 최대한 아껴도 고기라도 먹는다면 현 시점 기준 600유로는 잡아야 한다. 작년과 올해 독일 물가 상승률은 내가 독일에 산 이래로 심각하게 느껴질 정도로 컸다. 이 금액은 '현지 마트에서 현지 식재료'만 구매하는 기준이고, 한식재료 사러 아시아마트라도 가면 순식간에 +100, 200유로씩 올라간다. 한국 식재료 가격은 한국의 약 1.5~2배다. 다 합해서 700유로라고 하자.


# 방송수신료

독일에 산다면 무조건 피해갈 수 없는 방송수신료. 과거에는 실제로 집에 라디오나 티비가 있는 집만 지불했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든 가정이 내야하는 세금이 되었다. 월에 18,36유로. 20유로라고 치자.


# 외식비

어떻게 매일 삼시 세끼를 집에서 해먹고 살 수 있을까. 가끔 외식도 해줘야 한다. 독일 외식비는 식탁물가보다 더 올라서, 최근에는 1인 최소 25유로는 잡아야 그나마 외식다운 외식을 할 수 있다. 훠궈같은 나름 '고급음식'이라도 먹으면 인당 40유로까지도 우습게 나온다. 회당 50유로, 월에 2번 한다고 가정하면 외식비 100유로. (우리나라 김밥에 견줄만 한 되너를 먹어도 7유로가 넘는다).


# 쇼핑, 외출비

집안 살림살이, 가구, 각종 쇼핑 그리고 친구나 지인을 만나는 외출비용은 별도다. 인당 100유로라고 가정하고 200유로로 잡자.


= 여기까지 모두 합해보면 3200유로가 나온다. 물론 집세나 외식을 줄이면 2000유로대 후반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현재 환율 기준으로 한화 약 545만원.




+ 멍청비용, 행정비용

여기까지 끝나면 참 좋은데, 해외살이에서 빠지지 않는 '멍청비용' 그리고 독일 특성상 '행정비용'이 1유로라도 매달 발생한다. 멍청비용이란 내가 잘 몰라서 깜깜이로 나가는 돈, 혹은 벌금과 같은 금액이다. 적을 땐 몇 십유로에서 몇 백유로까지 나갈 수 있다.


행정비용은 비자신청, 우편과 같은 행정처리에 드는 비용으로, 독일정착 초기에 좀 많이 들고 점차 줄어들다가 비자연장 혹은 이사 등을 할 때 반복적으로 들어간다. 이 금액을 대략 한 달에 20유로라고 하자.


+ 자가용

차는 모두들 아시다시피 '100% 소비재'다. 자동차 자체가 나에게 돈을 벌어다 주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생활에 차는 필수이자 필수, 똥차라도 웬만하면 꼭 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독일생활의 퀄리티와 행동 반경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차를 구매한 첫 해엔 보험료가 많이 들테니 월에 약 70유로로 잡고, 기름값은 절약해서 100유로라고 하자(대부분 더 많이 든다). 두 금액을 합하면 170유로다.


아까 계산했던 3200유로에 190유로를 더하면 = 3390유로, 한화로 577만원이다.




흔히 독일을 '물가가 저렴한 나라'로 많이들 알고 계신데, 마트 물가만 좀 싼 편이지(이 장점도 사라지는 중이다) 나머지는 모두 한국의 1.5~3배 수준이다. 특히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그리고 세금이 세기 때문에 3390유로를 세후로 남기려면 세전 월급이 약 5200~5500유로정도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금액은 '저금이나 재테크를 하지 않는' 기준이다.


독일에 오래 살면 살수록 겨울에 잔뜩 껴입고(난방과 온수비가 굉장히 비싸다), 카페나 외식하는거 줄이고, 가구조립이니 집안 보수공사니 하는 가내수공업 기술과 요리실력만 잔뜩 늘어가는 이유를 아실 것이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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