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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석 Nov 17. 2023

영원한 삶-반가사유상을 보고

안이 바깥이 되고 바깥이 안이되는 세상

오래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관에 마련된 반가사유상을 보러 간 적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3시간 정도 반가사유상을 보며, 만든 사람의 정신적 능력을 느꼈습니다. 그는 무엇을 보았기에 저리도 평안한 모습의 사유상을 만들었을까?, 그가 본 세상은 어떠한 세상 이었을까?, 명상을 통해 획득된 사고는 무엇일까?                

반가사유상의 손 또한 좋은 사고의 모습이었습니다. 인간의 모습을 그리거나 만들 때 손이나 다리를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손은 그 사람의 자아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아를 표현한다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 그림에서 나 온 손과 발의 모습은 어떻게 표현할 줄 몰라 쭉쭉 뻗은 모습이고 그리기와 만들기가 어렵다고도 말합니다. 아직 아이들 자아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요? 


정제되고 확고한 형태로의 자아를 갖춘 사유상의 미소와 함께 온전한 올바른 인간 상(像)을 제시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미소 짓고 있는 보살의 얼굴은 마냥 행복해 보이며 보는 사람마저 기쁨을 주며 정신적 영감을 준 반가사유상은 여러 궁금점과 사유가 참 많아 보였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 모형고분 입구에 있던 작자 미상의 시, 「영원한 삶」을 쓰신 이 분의 시도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데 내세의 낙원 모습을 현재 이 땅의 세상에서 만들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원한 삶〕                    

하늘 아래 땅이 있고     

하늘 향한 땅이 있네.     

하늘 아래 내 젖줄이 흐르고     

하늘 우러러 내가 사네.     

생사의 경계를 넘어     

우리 노니는 곳에     

부처도 신선도 춤을 추네     

여기가 내세의 낙원일세.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 무덤 장천 1호분 입구에서-      


  안이 바깥이 되고 바깥이 안이되는 -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며 정신이 안이되고 물질이 바깥이 되는 -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 삶의 비밀을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내세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던 곳이 곧 우리가 사는 세상임을 깨닫게 해 준 보살(사유상)은 손과 발로 실천 행위를 통해 만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명상은 현대에 와서는 사고 능력으로 연결됩니다. 루돌프 슈타이너가 제시한 명상적 인간 그림을 보면 머리(생각)는 조그마한 구와 같으며, 몸통(느낌)은 반구로, 팔다리(행위)는 큰 구의 일부분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는 느낌이 좀 더 큰 구이고, 느낌보다는 행위하는 것이 더 큰 구로 보고 있습니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어야 한다고 머리로 생각은 하지만 좀 더 큰 것은 그러한 아픔을 같이 느낄 때입니다. 이보다 더 큰 것은 손과 발이 직접 움직여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지 행위는 세상을 향해 속해져 있는 살아 있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한 인간이 20년을 감옥에서 사회와 단절된 채 오직 자기 자신의 육체와 영혼에게 말을 걸고 육체와 영혼만이 친구가 되어 주었을 외로운 시간 동안 고도의 정신적 능력인 사고를 키워 나갔을 신영복 교수 또한 인간 삶의 방법인 사지를 이용하여 실천을 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것은 역시 손과 발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입니다, 현장이며 숲입니다, 「신영복/처음처럼」               


따뜻한 가슴으로 냉철한 사고를 통해 직접 손발이 실행하는 삶은 쉽지는 않으나 늘 명상적인 문장으로 생각하며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사는 동안 실천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교사 입장에서 교육받는 시기에서의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손, 발의 행위를 통해 이 세상을 위해서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실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여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출처 : e뮤지엄(http://www.emuseum.go.kr/) 금동반가사유상 상반신. 2023년 11월 17일 15:30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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