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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석 Nov 21. 2023

악마와 빵 한 조각

물질이 정신을 이기지  못하도록

 옛날 러시아에 한 가난한 농부가 살았다. 이른 새벽에 밭일을 나간 농부는 아침식사로 빵 한 조각을 가져가 나무 밑에 놓아두었다. 어느덧 쟁기질이 끝나고 시장기가 돌자 농부는 나무 밑으로 다가가 빵을 찾았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빵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자 마음 착한 농부는 이렇게 말하며 맹물로 허기를 달랬다.


“할 수 없구나, 어쨌든 한 끼 굶는다고 죽진 않을 테니까. 누구든 그 빵이 필요했으니 가져갔겠지. 그 사람이라도 잘 먹으면 좋겠군.”
 
 런데 가난한 농부의 아침을 훔친 자는 바로 악마였다. 악마는 농부가 죄를 짓게 만들려고 빵을 훔쳤다. 그런데 가난한 농부는 빵도둑에게 욕을 퍼붓기는커녕 오히려 축복을 내리며 자신의 허기를 달랠 뿐이었다.


 당황한 악마는 이 일로 대악마에게 야단을 맞게 되었다. 악마다운 지혜가 부족했다는 대악마의 꾸지람에 이번에는 다른 술책을 간구하였다. 악마는 농부의 빵을 훔치는 대신 농부의 빵을 늘려주기로 했다.


 농부의 부지런한 하인으로 숨어 들어간 악마는 홍수가 들 조짐이면 고지대에 씨를 뿌리라고 가르쳐 주고, 가뭄이 드는 해에는 습지에 씨를 뿌리라고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해서 농부는 해마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곡식을 수확하게 되었다.

 
 풍요로운 수확으로 곡식이 남아돌자 악마는 이것으로 술을 만드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허기를 달래주던 일용의 양식이 쾌락을 위한 도구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술이 생기자 농부는 친구를 불러들여 먹고 마시며 놀았다. 이 술친구들은 처음엔 여우처럼 서로들 좋아하며 알랑거렸다. 그렇지만 곧 늑대처럼 변해 서로에게 사납고 거칠게 대하였다.


 마침내 술자리가 끝날 즈음엔 인간의 모습은 사라지고 다들 돼지로 변해 모두 여기저기 흘리고, 소리치는 지저분한 짐승이 되었다. 이 모양을 본 대악마는 몹시 흡족해하며 도대체 술에 어떤 악마의 묘약을 넣었기에 그토록 착하던 농부가 저처럼 짐승이 되었느냐고 물었다. 악마의 대답은 이랬다.

 
 “제가 한 일이라곤 농부에게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수확을 준 것밖엔 없습니다. 짐승의 피는 인간의 마음속에 항상 스몄으니까요. 인간에게 꼭 필요한 양밖에 없을 때까진 그 짐승은 잘 묶였지요. 한때 저 농부가 마지막 빵을 잃어버리고도 빵도둑에게 축복을 내렸던 때처럼요. 하지만 필요를 넘어 남아돌기 시작하면 인간은 거기서 쾌락을 찾아낼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제가 ‘술’이라는 쾌락을 알려주었죠. 신이 주신 선한 선물을 자신의 쾌락을 위해 쓰기 시작하자마자 그동안 묶여 있던 여우와, 늑대와, 돼지의 피가 다 뛰쳐나온 거지요.”


                                                                                                          - 톨스토이 단편선에서-


 서울, 대형마트에 갈 일이 있었다. 물건을 얼마나 사가길레 쇼핑카트 크기가 엄청나다. 매장에 들어서니 물건 마구마구 사가라며, 잔뜩 대량으로 진열이 되어 있고 그리고 쉬면서 음식도 먹으며 다른 물건 많이 사가라며 유혹한다. 사람이 많아 눈앞에 놓친 물건이  아른거려  집에 돌아올 때  또 가야겠다는 유혹에 빠져든다. 엄청난 물건 보니 눈이 확 돌아갔다.


 어디 물건뿐이랴. 게임이나, 도박, 마약 혹은 핸드폰 중독에 빠지는 것도 바로 물질에 영혼과 정신이 뺏겼기 때문일 것이다. 물질은 당장은 재미있고 흥미롭고 시간 때우는데 좋지만 획득하고 나면 공허해진다. 


 물질의 노예가 되면 인간의 영혼 피부는 두꺼워진다고 한다. 놀부, 수전노처럼 인면수심(人面獸心) 되면 인간이라기보다는 짐승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오히려 땅을 향해 머리를 박고 살아가는 동물처럼 그들 영혼은 본능만 쫒는 동물성으로 변한다.  


 물질의 노예화로 만드는 이것이 악마였던 것이다. 


 그림형제 동화는 고결하고 품격 있는 선(善)은 이기고 사악한 악(惡)은 진다라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백설공주의 이야기에서 계모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얼른 알아차리고 자세도 바르게 한다. 왕자가 사악한 거인을 물리칠 때 좋아하고 왕자 같은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려고 한다. 1학년 시기의 아이들은 그림형제 동화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동화 이야기를 이용하여 악이 아이의 마음에 자라나지 못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의 내면에서도 악이 살아가지 못하게 하려면 명상적인 좋은 이야기를 찾아 읽고 사색하며 글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성을 극복하고 고귀한 정신을 가지도록 하는 일, 물질이  정신을 이기지 못하도록 자신을 교육하는 일. 이것이 물질이 인간 내면 깊숙이 들어온 이 시대에 악을 물리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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