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오마주 오리지널 창작 소설
"받을 뻔했지. 소문으로는 상도 받기 전에 거절했대. 그거 순수창작 아니라고."
자퇴하기 일주일 전, 학과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길이었다. 수군대는 소리가 연의 귓가에 돌림노래처럼 번졌다. 연은 앞을 보고 있었지만, 눈이 얼굴에 오백 개는 달린 것만 같았다. 귀는 오천 개쯤 달렸을까. 생태교란종, 연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하지 않았고,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도 하지 않았다. 숨을 크게 고르고, 연은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구글로 접속했고, 검색창에 'gpt'라고 쳤다. 시계방향으로 검은색이 움직였다. 그리고는 곧 chat gpt가 떴다.
연 : 좋은 날이야.
ai : 네, 좋은 날이네요.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연 : ai로 소설을 쓰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니?
ai : AI로 소설을 쓰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의견이 있는 건 이해할 수 있어. 보통 이런 비판은 몇 가지 이유에서 나오지:
창작의 진정성 문제 – "AI가 쓴 게 정말 창작인가?"라는 질문이 있음. 인간의 감정, 경험, 철학이 담긴 글과 비교했을 때, AI가 단순히 패턴을 학습해 만든 이야기가 진정한 창작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거지.
작가로서의 정체성 위협 – 기존 작가들은 AI가 인간 작가를 대체할까 봐 우려하기도 해. "노력해서 글 쓰는 의미가 퇴색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기술 거부감 –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항상 반발이 있어 왔지.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 화가들이 반발했고, 디지털 아트가 전통 회화를 위협할 거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AI는 도구일 뿐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결국 작가에게 달려 있어.
AI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얻거나, 글을 다듬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건 충분히 창작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지.
AI가 만들어낸 걸 사람이 편집하고 다듬는다면, 최종 결과물은 여전히 인간적인 색깔을 띠게 돼.
AI도 결국 인간이 만든 기술이고,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도 창작 능력의 일부가 될 수 있음.
요컨대, AI로 소설을 쓰는 걸 무조건 흉보는 건 너무 과격한 반응이고, 중요한 건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겠지.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내놓는다면 비판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를 작가의 창작을 돕는 수단으로 본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봐.
너는 AI 창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직접 써보면서 어떤 느낌이었어? �
연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너는 ai창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직접 써보면서 어떤 느낌이었어?' 심장의 중심을 정확하게 찌르는 말이 가슴을 후벼 팠다.
공중에서 동의 목소리가 뱀처럼 귓가로 흘렀다.
"넌, 글에 소질 없어. 네가 소설? 소설이 아니라, 일기도 재미없어."
학교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겠다고 하는 연에게 동은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연은 모든 사람이 다 말해도 동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연은 잔뜩 충혈된 눈이었다. 이를 앞뒤로 갈았다. 주먹을 꽉 지고 부들부들 떨었다. 물속에서 먹잇감을 찾은 악어처럼 천천히 눈부터 고개를 들었다. 이를 악 물고 말했다.
"약쟁이 미친년."
"뭐라고?"
동의 눈에 샛노란 빛이 돌았다. 눈빛을 타고 가슴 높이의 매서운 바람이 스쳤다. 귀신이었을까? 악마였을까? 어둡고 짙은 검은 바람이었다. 흙빛으로 돌았다가, 금빛으로 돌았다가, 뱅글뱅글 두 모녀의 주변을 돌았다.
"약쟁이 미친년!"
"엄마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이럴 때만 엄마지? 그래서 뭘 해줬고, 뭘 하는데? 주방에 쭈그려 앉아서 발발 떨기만 하면서."
"그건 약이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다 봤는데! 내가 겪었는데! 그럼 먹은 나는 왜 그런 건데?"
동은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거칠게 흔들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힘 없이 손바닥을 바닥에 내렸다. 이내 우뚝 일어서서 힘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바닥을 향해 외쳤다.
"약이 아니라! 알레르기야. 그냥, 괴롭고 싶어서, 죽고 싶어서, 그래서 먹는 거라고!"
연은 그 이후로 변했다. 동을 챙기지도 않았고, 대화하지 않았고,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필요하다면 각자 하고 싶은 말들만 해댔다. '너는 죽었지?'라는 이상한 말을 해대면 연은 훈련되지 않은 gpt와 다름없이 대답했다. '사람이 아닌 지금은 어때?', 동은 눈물을 흘렸다. 눕거나, 웅크렸다. 그러다 잠들었다.
연은 완성도와 상관없이 가짜를 계속해서 써 내려갔다. 배운 자들 사이에 배우지 못한 자가 기꺼이 되었다.
요란한 생각들이 연을 실컷 괴롭히고는 미쳐 날뛰기 직전에 도망갔다. 분노와 불행은 비슷한 말일까? 그렇다면 불행하다. 연은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다. 하나밖에 없다. 이 세상에 나를 괴롭게 낳고, 괴롭게 키우고, 죽을 때까지 괴롭게 할 사람. 연은 동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은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받았다.
"헬로? 마미?"
동의 얼굴이 눈앞에 있는 것만 같다. 검은 옷을 입은 동, 눈은 멍하게 벽지를 향해 있을 것이고, 두 손으로 수화기를 받치고 있을 것이다. 무릎을 꿇고 발가락을 꼼지락대고 있을 것이다.
"엄마, 듣고 있지?"
동의 검은 동공이 보이는 것만 같다. 검은 눈동자를 크게 벌리고, 흰 벽지를 온통 검게 물들고 있을 것이다. 눈에서 떨어진 거머리 같은 불안들에 온몸이 간지러울 것이다. 수화기를 받치고 있던 두 손 중에 왼손을 바닥에 둘 것이고, 꿇었던 무릎을 긁으며, 발가락을 꼼지락대고 있을 것이다.
"엄마, 나무는 어디 있어? 내 아빠가 누구야? "
수화기 너머로 우당탕 소리가 났다. 도깨비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도깨비방망이로 집을 부수는 소리, 비싼 물건들이 망가지는 소리, 소파 아래에서 쥐가 나오는 소리, 온갖 소리가 연과 동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내 전화는 끊겼다. 연은 집으로 달렸다.
다시 연은 아주 짙은 벽돌과 빨간 철문을 들어갔다. 현관문을 열고, 짙은 갈색의 거실로 발을 디뎠다. 동의 화가 난 듯한 눈썹을 내려다봤다.
“나를 아주 쥐고 흔들어야 만족하지? 죽어야 끝나? 어떻게 죽어줄까?”
연은 찬장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내 전부 입에 넣었다. 연은 세상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의 세상으로 또다시 초대되었다. 그곳에서는 초콜릿을 먹는다. 병이 사라지면 병을 얻기 위해, 바삭함도 촉촉함도 없는 널빤지를 삼킨다. 어둠에 잠식한 시뻘건 노을은 울 겨를도 없이 몽땅 잡아 먹혔다.
3월 23일,
'라이프 느와르 11화. 주먹'이 연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