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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파,벽돌책] 3. 트러스트 (1일차)

믿음, 그 의미를 찾아서.

by oh오마주 Jan 29. 2024

[책정보] 제목 : 트러스트, 저자 :에르난 디아스,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

[글정보] 제목 : [격파,벽돌책] 3. 트러스트 (1일차), 글쓴이 : oh오마주

브런치 글 이미지 1


트러스트를 읽기 전 스스로에게,


질문 1. '트러스트', 우리에게 '믿음'이란 진실인가, 사실인가?

질문 2. 소설은 쓸모 있는 허구인가? 감정을 지닌 이야기인가?

질문 3. 현실을 참조했다면, 소설은 현실이 될 수 있는가?

질문 4. 믿고 싶은 것을 믿어도 될까?




파트 설명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브런치 글 이미지 2


1. 일기


16쪽 : 벤저민은 뉴욕으로 돌아와 장례식을 치렀는데, 이때 친척과 지인들은 모두 벤저민이 보인 평정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죽음을 애도하는 상황이 벤저민의 타고난 성품에 사회적으로 인식 가능한 형태를 부여한 것뿐이었다.


17쪽 : 그가 지나치게 인색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사실 그에게 억눌러야 할 욕구가 없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19쪽 : 시간은 지속적인 가려움이 되었다.


20쪽 : -비록 메시지를 전달해 줄 사람이나 전화를 통하긴 했지만 말이다. 벤저민은 억지스러운 상냥한 태도로 얼굴을 마주 보고 해야 하는, 쓸데없이 반복되는 회의보다는 그런 방법을 선호했다.


21쪽 : 사실 윈슬로는 고객의 자산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보일 지를 더 걱정하는 일물로, 특정한 경제적 품위를 드러내려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23쪽 : 주변 사람들은 벤저민의 부가 증가하는 것과 정비례하여 그의 소유물은 줄어드는 걸 보고 혼란스러워했다. -중략- 옷과 서류는 여행 가방 두 개에 딱 들어갔고, 여행 가방은 그가 스위트룸에 묵고 있는 왜그스태프호텔로 보내졌다.

벤저민은 돈의 뒤틀림에 매료됐다 - 돈을 뒤틀면, 돈이 자기 꼬리를 억지로 먹도록 만들 수 있었다.

-중략-

사치란 천박한 부담이었다. 새로운 경험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고립된 영혼이 갈망하는 바는 아니었다.


24쪽 : 그 밖에도 벤저민에게 자본은 균 하나 없는 생물로 보였다는 이유도 있었다. 자본은 움직이고 먹고 자라고 새끼를 치고 병들며 죽을 수도 있지만, 깨끗하다. -중략-

벤저민은 그 생명체가 실망감을 안겨줄 때조차 그놈에게 감탄했고, 그놈을 이해했다.


26쪽 : 그가 이룬 장식적 성취가 모든 사회면에서 거론되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중략-벤저민은 이 모든 일을 하면서 불쾌감을 느꼈지만, "창의적인" 인물로 여겨졌다면 그보다 더 심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기에 결국 부자 역할을 하는 부자가 되었다.


30쪽 :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렇듯 셸던에게도 돈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다. 셸던은 돈을 써버렸다. 집, 탈것, 동물, 그림 같은 것을 샀다. 그런 것들에 대해 큰 소리로 떠벌렸다. 여행을 하고 파티를 열었다. 몸에 자기 부를 걸치고 다녔다-셸던의 피부에서는 매일 다른 냄새가 났고, 셔츠는 다려 입은 게 아니라 새것이었다. 코트는 거의 셸던의 머리카락만큼 반짝였다. 셸던은 관습적이면서도 당혹스러운 자질, 즉 "취향"으로 넘칠 듯했다. 벤저민은 오직 남에게 고용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이 준 돈을 그런 식으로, 안도감과 자유를 찾아 써버릴 거라고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곤 했다.

벤저민이 셸던 로이드를 유용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바로 그런 경박함이었다.


35쪽 : 브레보트 가문은 명성은 있지만 그만한 재산은 없는, 올버니의 오래된 가문이었다. 이 가문은 삼대에 걸쳐 실패한 정치인과 소설가들을 배출한 끝에 품위 있으면서도 불안정한 상태로 전락했다.


35~36쪽 : 부부가 주최한 모임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면, 가벼움과 진지함 사이에서 보기 드문 균형을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36쪽 : 부부의 무대에서는 정치에 간여하는 것이 상당히 천박한 일로 간주되었다. 이들의 문학에서는 보헤미안의 냄새가 났다. -중략- 헬렌은 다섯 살 때 이미 독서광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이가 조숙한 대화상대라는 걸 알고 놀랐다. -중략-

올챙이와 별자리, 낙엽과 그 낙엽을 실어 나르는 바람, 달무리와 수사슴의 뿔 같은 것들에 대해서. 레오폴드(헬렌의 아버지)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기쁨이었다.


39쪽 : 그녀는 불면증 때문에 꿈뿐만 아니라 평화도 잃었다. 얼음장 같은 불안의 포자들이 머릿속을 잠식하고 그곳을 두려움의 황무지로 바꿔버렸다. 핏줄에는 묽어진 피가 너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끔은 심장이 헐떡거리는 것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43쪽 : 그녀(브레보트 부인)는 망가진 관계를 고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냈다. 상류사회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그곳이 배타적인 곳이라는 느낌을 유지하는 중요한 일을 해냈다. 모두 그녀가 견줄 상대가 없는 이야기꾼이자 완벽한 중매쟁이라고 생각했다.


44쪽 : 아버지가 멀어져 가는 걸 보는 것만 해도 슬펐는데, 아버지의 지성에 대한 존경심이 함께 사라져 가는 걸 깨닫자 마음이 무너질 듯했다.


47쪽 : 헬렌은 자기가 지루함의 밑바닥 너머를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너머에는 폭력이 있었다.


49쪽 : 그저 그 자리에, 가게에 서 있는 자기 모습을 찍어달라고 했다. 사진사는 기뻐하는 동시에 혼란스러워하며 헬렌의 새로운 인생 첫날을 기록했다.


51쪽 : 그녀의 묘기에는 다양한 정신적 곡예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런 묘기는 늘 웅성거림과 환호 속에 끝났다. 머잖아 사람들은 헬렌을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일종의 "아이템"이 되었다.


52쪽 : 아내가 그토록 즐겨 다니는 경박한 진창에 딸까지 끌고 들어가지는 말라고 했다. 딸이 이런 식의 지적 매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58쪽 : 셸던은 헬렌이 딴 데 정신이 팔려 조용해진 것을 너무 경이로워 말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문장과 시간을 줄여서 쓰는 것은 분명 매력 있다. 미국 소설에서는 '절제된 간결함'이 도드라지는 것이 유행일까, 생각했다. 함축적이지만, 시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간결한 산문체를 꾸미는 말없이 입힌 문장들이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고, 무덤덤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단조롭거나 진부하지 않았다.


에르난은 철학 박사 학위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의인화하고, 사람과 대비하며 순수하다고 표현할 수 있나, (24쪽) 감탄했다. 작가의 전 작품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의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문장마다 물음표를 달아가며 읽었다.


누군가의 시각에서 사람을 관찰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대해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단순히 사실을 문장으로 썼음에도 혐오감이 느껴졌다.(30쪽) 진심이 느껴지는 문장들은 잔인하다. 비난할 수 없는 장치들에 시선이 머물렀다.


작가가 원하는 것은 글들을 머릿속에서 온전히 영상화하는 것이었다. 글은 천천히 장면을 스캔하게 한다. 미세하게 흐트러진 정수리의 새치부터 눈빛, 온기가 없는 손끝까지 살아있는 감정 표현이었다. 1차원적인 그림이 아니라, 바람과 소리의 원근감까지 느껴지는 다차원적인 표현들에 읽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 단어의 발견

아스라하다 : 아슬아슬하고 까마득하다

젠체하다 : 잘난척하다

고양감 : 정신이나 기분 따위가 높이 올라가는 느낌




내일 이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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