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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오마주 Jul 02. 2024

요술사가 되겠어요

고양이 걸음으로 세상을 걸어가세요, 사주공부의 마침표!

 


요술사가 되겠어요

고양이 걸음으로 세상을 걸어가세요, 사주공부의 마침표!



 남편과 따로 잔다. 함께 자면 남편은 잠귀가 밝아서 거의 못 잔다. 물론 방을 따로 쓰는 게 섭섭할 때도 있지만, 나 역시 잠에 민감하다. 소리나 빛에는 둔하지만, 푹 못 자면 너무 괴롭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더욱 심해졌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옆에 아이가 있으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아이가 7살 때부터 혼자 자기 시작했다. 첫날, 아침 공기가 너무 상쾌하고 개운했다. 그 이후로 쭉 혼자 잔다. 혼자 7시간 정도는 푹 자야 명랑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편도가 약해서 두통도 잦고, 스트레스도 쉽게 받으며 거북목이다. 잠을 못 자면 악순환이 계속된다. 잠을 못 자면 머리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면 계속 피곤하다. 며칠 고생하더라도 결국 12시에 잠들도록 만든다. 그런 습관 덕분에 머리만 대면 잠들어버리고 아침잠도 많다.


그러던 지난 주말, 잠버릇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와 남편은 코를 엄청 크게 곤다. 콧소리에도 세상 평온하게 잘 자는 사람, 나야 나. 


"어른되면 잠버릇이 없어지기도 하나 봐. 나, 학생 때는 잠꼬대가 엄청 심했거든."

"지금도 그래! 너 잠꼬대할 때마다 무서워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오잉, 진짜?"


 어른이 되면 잠꼬대를 안 하는 줄 알았다. 따로 자도 옆방이라서 모든 소리가 다 들린다. '안돼~~ 으아아~~ 끼야~~~' 도망치는 소리, 낑낑대는 소리 등등 다양하다고 한다. 잠꼬대 때문에 무서워서 남편은 잠도 못 자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렸다고 한다. 그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심지어 몸부림도 안쳐서 '시체 잠'을 잔다고 생각했다. 단지 뭣 때문에 그런 소리를 냈을지는 알 것 같다. 꿈에서 나는 대체로 운동을 한다. 피곤해서 씻지도 못하고 잘 때는 악몽도 꾼다.  꿈꾸는 내내 철인 7종 경기를 하면서 샤워를 한다. 절벽과 대서양을 오간다. 일어나면 살이 빠진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변명하자면, 남편은 대체로 '괜찮은 척'하는 편이라서 더욱 몰랐다. 느낀 점을 말로 꺼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타 공인 독설가인데, 신기하게 주제가 나오거나 물어볼 때만 이야기를 한다. 갑자기 이야기를 꺼낼 만큼 기억력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좋게 보면 상대방이 당황할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인 듯하다. 그런 남편입에서 먼저 나온 이야기라서 더욱 신기하다. 내가 만세력 공부를 하고 나서는 '잠꼬대가 더 무섭다'라고 했다.


 1. 아시는 분이 가게를 시작하는 데, 용한 친척분이 좋은 이름을 지어줬다고 했다.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재물 신'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검색한 내용을 취합해서 조금 자세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전문가의 면모가 보여서 무서웠다고 했다.


 2. 만세력이라는 게 아는 만큼 보이는 거라서, 다양한 사람의 사주를 봐야 찾아보고 싶은 분야가 생기는데, 만세력 어플로 찾아보면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도 그리고 모르는 부분을 손톱으로 콕콕 찍었다. 그 모습이 또 전문가 같아서 무서웠다고 했다.


'무섭다'라는 말이 듣기에 유쾌한 단어는 아니었지만, 놀리고픈 기분도 들었다. 괜히 '어디 보자~' 말하게 된다. 남편은 잘 모르니까, 만세력 어플에 한자들 위에 한글이 다 적혀 있는 건 모르고, 다 아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충이네, 합이네, 귀인이 많네, 제왕 있네'하는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다가, 너, 나중에는 요술 부리는 거 아니야?"


 요술이라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남편 표정은 웃지만은 않았다. 과유불급, 직접적으로 '해라, 마라' 말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서로를 위해서 깊게 알아갈수록 적절하게 감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지나치게 노력하지 않고 얻어진 것은 없었지만, 멈추면 잃지 않은 적은 있다.


"요술 부리면, 로또 번호 알려줄게."


비장하게 웃으며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반반 표정'으로 나를 봤다. 


글쎄, 앞으로의 장래희망에 '요술사'라고 써도 좋을 것 같다.

당당한 고양이의 걸음걸이로 세상을 살아가야겠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인생박물관(김동식 저)'을 보고 흥미로워서 장난으로 내 인생 박물관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 정색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남편에게 조만간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내가 말했던 거, 한글로 다 적혀 있고, 그저 조금 아는 척한 것뿐이니라고. 놀려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해야겠다. 미안합니다.


https://blog.naver.com/lov3of1000/223492542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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