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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오마주 Jul 08. 2024

나를 난폭하게 하는 것들

사주명리학, 신강한 일주의 양면성


신념은 언제나 일상을 건드린다.


올바른 삶을 꿈꾸면 꿈꿀수록 신념은 나를 난폭하게 한다.


 삶을 그냥 살 수는 없는 걸까?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여러 핑계를 대본다. 날이 덥고, 곧 생리라서, 아이가 보조배터리를 또 망가뜨려서, 쉬는 시간 없이 서서 밥을 먹어서, 악몽을 꿔서, 고객이 예의 없이 인사를 받지 않아서 '나는 지금 몹시 화가 났다.'


 그렇게 생각하고 눈썹을 추켜올렸지만, 사실을 화나지 않았다. 짜증 났고, 이런 사소한 일에 흔들리는 내가 싫어서 번거롭게도 생각을 복기하고 있다.


 사주가 강하고 센 것과 성격이 더러운 것은 다르다.


 남편은 곧잘 농담조로 말한다. 모든 이유는 '내가 성격이 더럽기'때문이라고 한다. 법이 없어도 양심에 따라 행동하며 살 사람이지만, 인자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세상살이도 힘든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친구로 두는 일을 묻는다. '왜 그 사람을 만나? 시간이 아깝지 않아?' 그러면 남편은 답한다. '모든 사람은 완전할 수 없는데, 이유 하나로 관계를 끊으면 외로울 수밖에 없다.' 내게는 매우 새로운 관점이다. 가끔은 이 사람이 내 인생에 해결해야 할 숙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자주 맞는 말로 자존심 상하게 하는 말투를 한다. 꼴사납게 대장질을 한다. 철학이라고 있는 듯 이중적인 말도 한다. 본인이 실수를 하면 웃으면서 넘어가길 바라고, 내가 실수하면 불같이 화를 내고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참는다. 더 말하면 싸울 수 있고, 반은 맞는 말이다. 평화를 위해서 늘 관계를 선택한다. 약자가 되어 배려받을 것인가, 강자가 되어 존경을 받을 것인가? 그래야 공평하다. 주로 나는 존경을 받고 싶어 하지만, 가끔은 배려받고 싶다. 그 마음을 거울로 비추어 조금 참아본다. (물론 중자는 없다.)


 비난하는 남편 역시 더러운 성격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날 부르는 호칭부터 탐탁지 않다. 살아온 환경과 다르다. 친정아버지는 나에게 성을 붙여 부르지 않았다. 출석 부르듯 할 때는 큰 잘못을 할 때였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삐졌다고 한다. 지금도 아버지의 '딸내미'다.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딸이라고 하지 않는다. 아이의 이름을 붙여 '훈이 엄마'라고 부른다. 남동생은 누나라고 부르지만, 가끔 '누님'이라고 한다. 남편은 남 앞에서는 이름을 부르고, 가끔은 내게 '니(경상도에서 너를 지칭하는 말)'를 붙인다. '니가 해라잉'이 완벽한 경상도 말이지만, 반복해서 들으면 매우 거슬린다. 한 번은 '니'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농담으로 '그쪽'이라고 했다. 아이디어가 좋아서 매우 웃었지만, 그 이후로 호칭 없이 말한다. 그러면 더욱 대꾸하기 싫고, 대화하기 싫어진다. 마음속으로 나를 다독이고, 마치 일하는 사람들처럼 존댓말을 쓴다. 그러면 조금 스스로 나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저 환경이 다른 거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사주를 공부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나를 인정하게 된다.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에 집중한다. 만세력 어플에서 풀이해 주는 나의 사주팔자를 펼쳐보고, 십성과 12 운성, 기타 신살 등을 하나씩 쪼개어본다. 아직 종합적인 풀이는 어렵지만, 분해할 수는 있다. 두 번째 장점은 가까운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 사람이 돈을 좋아하는 이유', '그 사람이 자식에게 일상이 집중되어 있는 이유', '그 사람이 느린 이유', '그 사람이 주변에 사람이 많은 이유'등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나의 사주는 식상 세트로 간여지동 2개, 무재, 무관, 병오일주, 일지 기준 공망이 년주에 있다. 살은 몸에 붙은 살 말고도 양인살, 괴강살, 장성살 등 두툼함이 있다. 좋은 님들도 꽤 있다. 월덕귀인과 문창귀인이 있다.


 사주는 모두 귀하다.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이 섞인 나의 사주는 바뀌지 않는다. 엄마의 첫 아이인 나는, 전날에 태어날 뻔했다. 엄마가 20시간 이상을 진통하여 힘들게 낳았다. 나 역시 아들 낳을 때 산고를 20시간 이상 겪었다. 버틸 양수가 더 이상 없어서 수술을 했다. 출산 후 마취가 깼을 때에는 온몸이 떨렸다. 가만히 누워있어도 침대가 흔들렸다. 약도 먹지 못하고 물도 마시질 못했다. 그저 온몸의 진동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간호사는 계속 들여다봤다. '어금니를 꽉 깨물면 치아가 다 상하니 입에 힘 주지 말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너무 잘 안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러니 소중하지 않을 사주가 어디 있을까.


 그런 귀한 사주이지만,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 있다. 사람의 실수에 크게 분노하는 것이다. 어리고 미숙할 때는 술을 마시고, 불면증을 앓았다. 마흔에 가까워지면서 방법을 터득했다. 일단 큰 숨을 쉬어가며 화를 삭인다. 그래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때는 몸에서 가장 큰 근육을 쓴다. 접영 하는 포즈가 최고다. 큰 숨을 쉬며, 손 끝을 하늘 끝까지 올려서 두 손을 포개었다가 팔꿈치를 골반까지 당긴다. 10번 정도 반복하면 목 뒤에 땀이 살짝 나는 기분이 든다. 파도를 탄 듯, 금방 분노가 가라앉는다.

  

 호수처럼 마음이 잔잔해지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유난히 화나게 하는 일을 이성적으로 따져본다. 약속 후 어기는 것, 쉽게 거짓말하는 것, 이중적인 것, 받기만 하는 것, 마음대로 할 거면서 물어보는 것 등이다.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보는 내 얼굴이 아름답지 않다.


모든 행동에  '네가'가 붙고, 뒤에는 '그래서 내가 치사한 기분이 든다.'를 덧붙인다. 엄연히 말하자면, 화나는 게 아니라 기분이 별로인 것에 불과하다. 그런 기분은 '신강한 일주'때문일 수도 있고, 환경에 제대로 적응한 '더러운 성격'때문일 수 있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기분이 하루를 망치게 할 것인가? 그런 것쯤 글로 털어내고 기분 좋게 맛있는 커피를 마실 것인가?


"그래, 신강한 사주들은 화도 잘 내지만, 스스로 기분도 잘 풀어. 오늘 내 하루는 내가 결정한다. 기분이 선택하게 둘 수는 없다." 웃고 만다.




이미지출처 : 돈사모 네이버카페, 오렌지 자원님

https://youtube.com/shorts/RjXC8PZaB2Q?si=JyTCCVKvjzJ5dP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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