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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독임 Nov 17. 2024

내 남편을 관리해 줘

중년의 콜레스테롤, 노안

건강검진의 계절


올해 일찍이 검사를 끝낸 남편은 결과를 앞두고 유독 긴장했다. 만 나이로 아무리 줄이고 우겨봐도 이젠 거침없이 마흔 중반을 향하는 중이어서다. 5년 만의 대장 내시경까지 있어서 약 먹을 걱정에 며칠 전부터 끙끙댔다.


7년 전 건강 검진에서 갑상선 암세포가 발견되어 수술을 받은 남편. 감사하게도 지금은 완치 상태이웃으며 넘길 수 있지만 서른일곱 창창한  나이에 갑상선암은 실로 충격이었다. 아무리 착한 암이라 하나, '암'이라는 이름이 주는 공포는 마주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렇게 건강검진은 건강한 사람이든 아니든 시험 앞둔 수험생만큼이나 사람을 긴장시킨다.



이번 결과의 관심사는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30대 때는 체중이나 골격근량이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40대가 되고서는 바뀌었다. 매해 중성 지방 수치에 빨간 불이 켜져서 남편은 셀프 관리의 끝판왕답게 꾸준히 운동해왔다. 키 185cm에 80kg 초반,  태평양 어깨는 아닐지라도 배도 안 나오고 겉으로 멀쩡한, 부부로서 같이 다니기에 조금 자랑스러운 체형의 소유자. 주 4회 헬스까지 철저하니 식단도 건강식이면 좋으련만 게으른 부인은 중등아들 핑계로 각종 고기와 배달식으로 식탁을 차린다. 


콜레스테롤 비상

이번 결과를 보니 걱정하던 중성지방은 정상수치가 되었지만 정작 콜레스테롤이 발목을 잡았다. 년들의 건강 관심사는 단연 고혈압과 심근경색. 결국 그것들의 주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이 높단다.

콜레스테롤에는 두 종류가 있다. 좋은 콜레스테롤 HDL은 높을수록 좋고, 나쁜 콜레스테롤 LDL은 낮을수록 좋다. 남편은 LDL 즉, 나쁜 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태다. 결과 설명을 보니 LDL은 높을수록 동맥경화를 악화시키므로 기준치 이하로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겉으로 건강해 보인다고, 배 나오지 않았다고, 관리 잘한다고 뚱뚱하지 않다고 안심하면 안 되었다. 중성 지방은 꾸준한 운동으로 정상 수치가 되었지만, 콜레스테롤은 생각지도 못했다.


LDL 콜레스태롤 정상 수치 50~129mg/dl에서 훨씬 넘어 164가 나온 남편은 고민했다. 영양제는 고작 비타민 하나 챙겨 먹는 무심한 사람인데, 건강 염려증 회사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몰라도 다음 날 바로 내과로 향했다.

의사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60이 넘으면 약을 먹는 것이 좋다 권했다. 식단만으로는 수치를 낮추기 어렵단다. 콜레스테롤 억제제는 처방도 간단하고 장기복용해도 큰 부작용이 없으며 혈관 관리에 도움이 된다며. 요즘은 혈관 관리를 위해 30대부터 챙겨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복용은 쉽다. 매일 1알.


마지막으로 의사의 말에 약을 먹어야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선다.

"이거 먹으면 오래 살 수 있어요."


앞뒤맥락 자르니 조금 우스운 말이지만

가만 생각하면 무서운 말이지만

일단 건강해질 수 있다니까

믿고 먹어보기로 한다.



약은 약이고,

중년의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먹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바르고 성실해야겠지.


그다음 녹내장 관리 차원에서 찾아간 안과에서는 노안 통보를 받았다.

"이 나이엔 당연 겁니다."

의사의 말에 슬픔보다는 위로와 안심.

뭐 우리만 그런 거 아니니까.

촉촉한 안구를 위해 인공눈물도 처방받았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치과만 남았다.

1년에 한 번 보험 적용 되는 스케일링만 끝내면 올해 건강췍 완료.


모태게으름 부인은 이제 알아서 제 건강 챙기는 남편이 오히려 고맙다.

이제 식단이라도 바꿔볼까. 육식주의자 생활만 청산해도 건강한 노후로 한 발짝 들어서는 건데. 아직도 마트의 붉은 조명 아래 부위별 고기들을 보면 저절로 눈이 간다.


여보.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아니 적당히 살자.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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