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지 않고 남은 밤

by Moon Light Pen

오늘 나는

퇴근하고 집에 가지 않았다.


회사 앞 커피숍에 앉아

식어가는 커피를 앞에 두고

면접이 끝난 기억을 다시 꺼내고

오늘 받은 업무와

이해하지 못한 공부를

하나씩 다시 들여다봤다.


늦게 퇴근했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아침부터 마음이 이상했다.

설명할 수는 없었고

하루 종일 울었다.

잘하고 싶어서 더 울었다.


내용은 너무 어려웠고

아무리 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고

답답해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다 잘하는 것 같았다.

왜 나만 안 되는 것 같을까.

나는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왜 결과는 늘 나만 더디게 오는 걸까.


집에 도착하면

옷도 갈아입지 않고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책을 펼쳤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신랑에게 말하면

“힘내”라는 말만 돌아왔고

부모님께 말하면

“그만하고 돌아와”라는 말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말했다.

“부자 집 딸인데 왜 그렇게까지 해?”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원하는 건

편안함이 아니라

내 다리로 서 보는 감각이라는 걸.


나는

누군가의 딸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내이기 전에

나 자신으로 성공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내가 괜찮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 틈에서

조용히 아파했고

조용히 무너졌고

조용히 울었다.


여기서 사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힘든 일은 너무 많았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대신 해결해 주길 바라지 않았다.

나는

이 일을, 이 삶을

내 손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나는 강하지 않다.

자주 아프고

자주 울고

자주 흔들린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딱 한 가지만 바란다.


언젠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쯤은

내 삶에 들어오기를.


오늘만큼은

그 사람이

바로 여기 있기를.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