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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Dec 04. 2024

딸기, 널 사랑할수밖에...

오빠앙~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딸기 한팩만 사다주라!
오늘 한팩에 11900원 세일이래...


모처럼 쉬는 전남친을 가만히 둘수 없다. 애교가 몸에 베었지만 혼인신고를 하고서는 특별한 용건이 있을때에만 오버스럽게 나온다. 그걸 알면서도 그런 애교라도 나오면 만사오케이다!!!


아니다. 내가 이따 사올께~

아니야~ 내가 사올게 뭐 힘들다고,
10분도 안걸려~

이렇게 만사져쳐두고 오케이를 해주는데도 애교는 켜켜묵어 먼지가 쌓이고, 간신히 쥐어 짜내면 첫음절에는 흠--흠--- 쇳소리가 난다. 저녁으로 온 식구가 둘러앉아 계란카레에 밥을 싸악 싹 비벼 배추김치, 갓김치, 동치미를 하나씩 맡아 털어먹기 바쁘다. 12월의 첫날, 엄마는 선포한다.

12월 25일 아빠생일,
12월 27일 체리생일
니네 겨울방학, 졸업식이 1월 21일인거 알지???
생일에 쫘악 현장체험학습 쓰고 놀러갈꺼야! 재밌게 놀려면 알지???


라떼는 말야~~~ 90년대식 교장선생님 훈화가 이어진다. 땡볕에 전교생을 운동장에 줄세워놓고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하면서 십분을 넘기고마는.... 하긴 요즘 교감, 교장선생님들이 워낙 젊어 나랑 나이가 거의 비슷해지고 있더라~


엄마! 난 생일인데?
그러니까 힘들다고 툴툴대지말고 열심히하고 열심히 놀자구~
엄마 우리 뷔페가면 안돼?
지난번 갔던....
니네 또 떡볶이랑 닭강정만 몇개 먹고 올려고???
그럼 아침 라면 한개로 다같이 먹고 등산하고 가서 먹자!!!
야! 그게 젤 무식한거야~
많이먹으려고 용쓰다 몸상하고
몸버리고 적당히...
다이어트하려 돈쓰고,
밥값 아깝다고 우걱우걱 먹냐?


밥을 다 먹고 하나 둘 그릇을 치운다. 그럼 딸기를 꺼내 애기다루듯이 닦고 꼭지를 잘라 이쁘게 담아낸다.

애들이 귀신같이 알고, 학교에서 오자마자 딸기 먹는다고 하더라~
딸기 초콜렛이 찍어 먹어보고 싶었다고...

딸기가 놓인 식탁위에선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 고기, 반찬은 안 사도 과일이 떨어지면 안되는 집이기 때문이다. 아빠랑 먹어야 더 맛있게, 열정적으로 먹는 체리와 봉봉. 그리고 슬프지만 비싸야 맛있다. 금딸기라서 더 맛있다!!!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식구들, 포크를 찍는 시간마저 아깝다. 체리는 먹는 속도가 느려 간신히 입안에 쑤셔넣고 욕심내어 두주먹가득 딸기 네알을 들고 방으로 뛰어간다.

사랑? 행복? 사실 별게 아니다. 좋아하는거 맛있는거 함께하고 나눌 가족이 있다는것이다. 힘들고 어렵고 고된 일도 가족을 바라보며 이겨낼 수 있는 그런거다. 가족들 먹는모습마저 이뻐 전쟁통에 딸기 두알을 입에 넣었지만, 이미 마음은 두팩을 먹은 기분이었다.

딸기는 가족이고, 사랑이다.
딸기 널 사랑할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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