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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May 29. 2024

야! 오징어볶음 먹으라고!!!

자! 마감세일~ 세일이요 세일~~~

식구들 잘 먹이고 맛있는거 해주겠다며 보란듯이 장을 보러 갔다. 결국 고른건 세일하는 오징어와 이것저것 한 바구니 사 갖고 낑낑 짊어지고 왔다. 오징어손질해서 볶음밥용으로 송송 썰고, 볶음용으로 길게 썰어 냉동실에 쟁여놓자마자 얼기도 전에 다시 다시 외출한 오징어님이시다. 건강해보겠다고 사실은 냉털이를 하겠다고 갖가지 야채, 버섯을 다 꺼내 볶아본다. '오징어가 주인공에서 객으로 바뀐 기분~ 2마리 하려다 1마리였기에 뻥튀기 작전이다.'

그제야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며 마늘, 고추, 양파까지 넣고 갖가지 양념 고춧가루, 맛간장, 설탕, 후추, 고추장 찔끔 넣고 중식요리사 이연복이라도 된 듯 마구잡이로 섞어본다.

쉐끼쉐끼루~

의욕 없이 마구잡이로 시작했다 야채의 수분과 어우러진 양념이 폭죽을 터트린다. "음~ 나 요리 잘하네...." 자뻑을 하며 순간 자신감이 벅차 오징어와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본다. "그래 좋았어~ 콩나물국이랑 계란찜이다!!!" 어제 사온 콩나물을 꺼내고 마늘, 파, 새우젓까지 넣고 보글보글 끓여낸다. "콩나물은 시원하게 해서 먹어야지~" '뭐 그냥 대충 한 끼 먹자고 시작했다 의욕뽐뿌 해진 주부의 마음을 알랑가 몰라~' '힘들고 지쳐도 이 맛에 요리하고 살림하는가 보다. 다 이러고 사는 거 아냐?'

의욕충전되었으니 다음 요리 시작이다! 계란을 깨트려본다. 젓가락으로 신나게 섞고 우유를 아낌없이 부어준다. 나름 고소하고 영양 가득한 계란찜을 만들어 먹인다는 자신감이 젓가락을 더 세게 돌려본다.

여기엔 액젓 한수푼 넣고 섞어 귀찮으니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금세 빵처럼 부푼 계란찜을 만나게 된다.

두둥----

 게으른 엄마지만 현명한 엄마라고 말하며 냉동밥을 꺼낸다. 아이들용은 고추 안 넣은 오징어볶음을 따로 그릇에 담아낸다.

라면은 먹으면서 또 고춧가루가 섞이면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상한 매운 기준이 생겨 맵다 난리 부르스이다. "엄마 매워~~~~우유 우유~~~~~~" 진라면홀릭, 다른 라면은 라면가닥에 우유 한그릇을 말아먹는다. 밥을 먹는건지 우유를 먹는건지 우유 900ml짜리는 빈통만 남긴다.

하지만 지리탕에 고춧가루를 안 넣고 몰래 청양고추를 넣었다 빼면 얼큰함이 있음에도 매운 줄 모르고 먹는 이기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난 감하다. "난감하네~~~"

그와는 상반되게 매운걸 너무나 좋아하는 엄마와 아빠! "우리 집에서 살아남으려면 매운 거 먹어야 한다!!!"라는 불호령을 내리지만 이마저도 안 통한다.

고추를 넣어 볶으면 색깔도 이뻐지고 더 맛깔스러워진다. 냉동밥 위에 고이 올려주면 봉봉이 아빠는 열심히 비벼 맛깔스럽게 먹는다.

늘 밥 먹을 땐 다소곳하면서도 헨델과 그레텔이 되는 체리 양, 예쁘게 요염하게 한 젓가락, 한수푼 먹으며 한 숟갈씩 흘려주는 미덕이 있는 아이다. '우리집엔 비둘기도 없건만, 성질 못된 친엄마는 있어도 계모는 없는데 왜케 바닥이며 식탁에 아직까지 흘리는지....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갓 딴 상추와 콩나물국과 같이 먹으면 뭐 다른 게 부러울 게 없는 밥상이다. 게으른 엄마의 한 그릇밥상, '오늘도 성공이다.' 콩나물국에서 콩나물까지 건져 비벼먹으면 이런 건강 영양식이 따로 없다.

거기에 계란찜까지.... 하루에 17번 싸우고 18번 사이좋게 노는 아이들이기에 계란찜전쟁을 막고자 1일 1 계란찜이다. '그러길 잘했지..... 맛있게 먹는 체리와 다르게.... 역시나 난코스가 있었다.'

"엄--- 나 이거 안먹으면 안------?" 조심스레 고추를 넣지 않은 오징어볶음마저 맵다며 손도 안 되는 맵질이 봉봉님, "아이고 내가 졌다 졌어!" 결국 오징어는 1도 손 안 대고 계란찜하고만 비벼 아주 맛나게 먹는다. "아들아 오징어볶음 먹어!!! 엄마가 일부러 따로 했다고!!! 너 굶고 싶냐???" 그 어떤 협박도 통하지 않는다.

엄마가 백기를 드는 수밖에....

그래도 계란찜을 아주 아주 맛나게 맛있게 개눈 감추듯 먹는다는 위로를 하며 엄마는 오늘도 포기를 한다.

배추를 썰때나 한다는 그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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