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엔 늘 기적이 일어난다
나가면 죽는 줄 알았던, 점장 직함이 끝인 프랜차이즈 세계에서 드디어 방향을 틀었다. 매일 아침이면 발주를 확인하고, 단체 주문을 쳐내고, 아르바이트 스케줄을 관리하는 루트를 9년이나 했다. 매출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서비스와 품질을 잡았고, 늘 문 밖까지 줄지 않는 손님들을 볼 땐 숨이 컥컥 막히기도 했다. 하루 종일 매장을 뛰어다니다 보면 발목과 무릎은 점점 더 상해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무릎을 꿇는 일조차 힘들어졌다. 이렇게 힘든데도 다른 꿈을 못 꾼 건, 나같은 걸 어디서 받아주겠어.. 라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
그렇게 9년을 보냈으니 몸이 제정신일리 없다. 더군다나 그 시간 동안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이런 삶이 아니라는 사실만 더 선명해졌었다. 밤 11시 절뚝거리는 다리로 퇴근하며 그저 울컥하는 날이 일상이었다.
그러던 중, 지금의 회사를 만났다. 용기를 내고 현실을 박차고 나와 공장 생활을 콘텐츠로 만들어 세상에 알리고 난 뒤였다. 강남 한복판에 사옥을 가진 회사였고, 대표 이사님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분이었다. 회사의 평판을 찾아보니 “성장에 미쳐 있는 곳”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성과에 대한 평가는 명확하게 주어지고, 진심으로 몰입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곳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됐다. 여기다. 이제 여기서 몰입하자. 프랜차이즈 시절에도 몰입하면 결과를 냈던 기억이 있었다. 일일 매출 100만 원대였던 매장을 300만 원대로 올렸고, 600개 매장 중 50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함께 가져가고 싶었다.
아니, 무엇보다 이미 나를 성장시키는 몰입을 공장에서 경험하고 왔던 터라, 그 오묘한 깊은 기쁨을 느꼈다. 그래서 그 이상의, 더 큰 몰입을 하고 싶었다. 나를 믿고 일을 맡기는 회사만의 성장이 아니라 "나의 성장"도 무조건 적으로 함께하길 원했다. 얼마나 더 격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그래서 면접을 보고 입사 과제를 제출했다.
입사 후의 분위기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뜨거웠다. 퇴근 10분 전에 가방을 싸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새벽까지 남아 있는 직원들도 많았다. 몰입을 작정하고 들어왔지만, 처음 그 풍경을 마주했을 땐 당황스러웠다. 아니 이렇게까지? 그런데 그 열정적인 에너지가 나에게도 전달되는 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아 그래, 이게 성장이지. 이래야 몰입이지.
하지만 출퇴근 4시간은 점점 더 버거워졌다. 집에서 평택 터미널까지, 평택터미널에서 서울 강남까지, 강남 터미널에서 지하철로 역삼역까지, 역삼역에서 회사까지. 하루 온전히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의 반이 길에서 증발되었다. 시간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체력도 지하 깊숙이 내려가는 게 보였다. 그때 결심했다. 고시원에 가자.
즉시 회사 바로 옆, 걸어서 1분도 걸리지 않는 고시원으로 이사했다. 책상 하나, 작은 침대 하나, 작은 옷장과 냉장고, 그리고 작은 화장실.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딱 하나뿐인 정말 작은 방이었다. 습도는 늘 90도를 웃돌아 공기청정기와 제습기는 필수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공간이 즐거웠다. 이렇게까지 몰입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이 스스로 감동으로 다가왔으니 말 다했지.
잠들기 전마다 작은 침대를 퍼스트클래스 좌석이라고 상상했다.
“언젠가는 이 좌석을 늘 이용하는 사람이 되자.”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데 너무 행복해서 잠이 올 수가 없다.
아침 8시쯤 출근해 밤 12시쯤 퇴근했다. 회사에서 기획을 하고, 미팅을 하고, 외근을 나가고, 플랫폼별로 콘텐츠를 만들고, 반응을 살피며 개선하는 과정은 온몸의 세포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경험이었다. 사실 평생 프랜차이즈 점장으로 끝날 뻔 한 삶이라 지금 하는 일에 늘 감격함을 느끼고 있다. 정말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더 감사한 건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회사에서 연봉을 300만 원이나 올려줬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몰입하는 사람에게 이 회사는 아낌없는 보상을 준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사실 언젠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런 순간을 빨리 만난 것이 기적 같았다. 더 큰 기적은 이런 감사함에도 회사에만 몰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한 번 월급을 주는 회사에 매혹되어 내 몸과 영혼을 갈아 넣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선택의 결과는, 패배였기에 지금 내 삶에도 엄청난 몰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자정 12시, 퇴근 후에도 내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고시원으로 돌아와 콘텐츠 강의를 듣고, 내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쓰고, 자산과 투자 공부를 이어간다. 그 모든 시간을 혼자만 하지 않고 또 다른 기회를 만들기 위해 기록하고 있다.
사실 면접 때 "고졸은 안 뽑아요, 그렇지만..."이라는 말을 들었다. 맞다. 회사의 공고엔 애초부터 자격 조건에 "대졸 이상"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런데도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던 것은 나의 성실성을 직접 콘텐츠로 만든 포트폴리오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기적인 셈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기적도 내가 만든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기적을 이뤄내는 멋진 고졸이 되는 것이 또 하나의 꿈이다. 열심히 살지 않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절 덕분에 지금은 더 간절하고, 더 최선을 다해 즐기며 사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이 작은 방 안에서
다음 삶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행복하다.
다음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