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의 내가,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뭐라고 말할지를 자주 상상했다.
하나는 이런 모습이다.
“그때 왜 그렇게 살았을까.”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도 시간이 없다는 말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으로 계속 미룬 삶.. 결국 3년, 5년, 10년이 지나 꾸역꾸역 하루를 버티는 삶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넘기다 보니 30년이 흘렀고, 어느 날 70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할까?
"조금만 더 용기 냈다면, 지금 다른 삶을 살텐데.."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원하고 좋아하는 삶을 살겠다고.
나는 고졸이다. 남들 대학 간 동안 열심히 기술이나 재능을 갈고닦은 것도 아니다. 그저 나가면 죽는 줄 알았던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9년을 일했다. 하루 12시간씩, 주 6일을 일했더니 발목과 무릎이 다 망가졌다. 조금 더 나은 곳으로 옮겨 주 5일을 일하는데도, 경제적 상황과 몸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게 너무 허무했다. 힘든 삶을 핑계 삼아 ‘나를 위해서’ 돈을 흥청망청 쓰기만 했으니 나아질 수가 없었다. 결국 남은 건 더 휘청이는 삶뿐이었다..
“이대로라면, 나는 나이 들어서 진짜 살아갈 방법이 없겠구나.”
내 70대가 너무 두려웠다. 몸도 마음도 다 낡고 지쳤을 그때, 일조차 못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아니, 돈은 그렇다 쳐도,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해 그저 지나간 젊음만 허망스럽게 바라보고 세상 떠나는 날을 기다린다면 인생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았다. 아니 안타까울 것이 뻔했다.
그래서 삶 자체를 통째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왜 하필 공장이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냥 ‘삶을 갈아엎겠다’는 마음 하나로 떠올린 단어였다. 지금 생각하면, 미래의 내가 나를 살리려고 건넨 힌트였던 것 같다. 주야 2교대, 하루 12시간 일하면서 내 인생을 바꿔보겠다고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쓰고, 영상을 찍고, 대본을 썼다. 내가 변화해 가는 모습을 기록했다. 그게 알고리즘을 타고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댓글과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리고 어느 날, 지금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나는 바로 기회를 잡았다.
어릴 때는 서울의 강남, 여의도, 잠실 같은 곳에서 점심시간이면 쏟아지는 직장인들 틈에 나도 한번 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늘, 그들을 위한 샌드위치를 싸고 있었다. 그게 내 현실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 틈 속에 내가 있다. 누군가의 주문을 받는 삶이 아니라, 내 아이디어와 기획이 전달되는 삶을 살고 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을 기획하고, 글을 쓰고, 영상 콘티를 짠다. 이게 그렇게 재미있고, 정말 일이 즐거운지 회사에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12시까지 일한다. 그런데도 너무 행복하다.
삶은 의지를 갖고 바꾸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진짜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덕분에 이제는 더 이상 마음속의 단어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하고 싶다”는 감정 앞에서 어떻게든 해보려 한다.
그게 지금은 주말의 피아노와 파티 기획이고, 퇴근 후 하는 나만의 콘텐츠고, 회사에서 몰입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 선택들이 결국 내 인생을 바꾸는 갈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좋아하는 것을 향해 작게라도 움직이고, 작게라도 해내고, 그걸 기록해서 기회를 만들고, 기회가 길이 되고, 그 길이 나를 더 크고 넓은 세계로 이끌테니까.
그리고 또 하나의 70대를 상상해 본다.
이런 말이 떠오른다.
“그때 그렇게 살아줘서 고마워.”
“미루지 않고,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매일을 헛되이 보내지 않아서,, 정말 고맙다.”
현실에만 안주해서 버티는 삶이 아니라, 좋아하는 걸 꽉 채우며 내 인생을 내가 기획하는 삶. 그 삶을 살아온 나에게 지금 먼저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살았기에, 나는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