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유자적 Daisy Feb 23. 2024

Ep2. 남편을 시댁에 AS 맡겨도 될까요?

세계여행에 대처하는 부부의 자세 feat. 동상이몽.

남편은 ENTP, 나는 ISFJ의 성향이다.

ENTP 1) 인생에 변화가 없으면 삶에 지루함을 느끼며 살 수 없다.

ENTP 2) 모험심이 강하고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ENTP 3) 어디에서나 적응이 빠르다.

ISFJ 1) 사회 통념이나 자신만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ISFJ 2)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범위 내에선 변화할 수 있다.

ISFJ 3) 검증된 방법과 확실한 가치를 좋아하며 불확실한 것을 싫어한다.


다만 남편은 나이가 들며 극 E가 다소 I에 가까워졌고,

극 P가 일에 있어선 J로 변한다.

반면 나는 사회화를 겪으며 I이나 필요시엔 E에 가까울 순 있었고, 파워 J이나 게으름으로 인해 P가 될 때가 잦았다....


이렇게 MBTI도 정반대인 우리 부부가 세계여행에 대처하는 자세는 동상이몽 그 잡채!!

남편은 공상을 좋아하는 N이나,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S.

다음은 우리 집 N과 S 대화다.


- 남편(N):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

                  꿈을 찾아야 할 것 같아...

- (S): 뭐? 자기 내일모레 마흔이야.....

- 남편(N): 더 나이 들면 아예 시도조차 못할 것 같아서 그래...

- (S): 자기야... 장래희망이나 진로고민은 청소년이나 20대 때 끝냈어야지...아니면 최소 결혼 전, 그것도 아니면 애 낳기 전이라도!!!!!


남편은 꿈을 찾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에게 교양 있는 와이프이고 싶어서, 대놓고 말은 못 했으나 속으론  미쳤나 봐....라고 생각했다.

나의 속마음이 남편에게 들리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다.


왜 우리 집 남편은 진로 고민을 나이 마흔을 앞두고 하는 걸까? 이거 시댁에 AS 요청 가능한가요?

" 어머님 아버님, 아무래도 구입한 물건에서 진로설정 단계가 빠져서 온 것 같은데여...

아마 구입한 지 10년도 더 지났으니 교환 환불은 어렵겠죠??ㅠㅠ..."

휴.. AS 보증 기간도 한참 더 전에 끝났고, 내가 결국 수리해서 살아야 하는 거겠지??


- :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

- 남편: 일단  탐색의 시간을 갖고 싶어. 

              퇴사를 할 수도 있고...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 : 그래, 자기도 절대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겠지...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하고 싶은 대로 해 보자.


이게 그 유명한 사춘기보다도 무섭다던 40춘기인 건가?

남편에게 쿨한 와이프이고 싶어서, 대답은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으나.. 막상 머릿속에서는 '자기야... 우리 아직 집도 없어...', '결국 외벌이의 삶인 건가...'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뒤엉켰다. 

정말 다시 한번 속마음이 들리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었다.

나는 그날 밤부터 걱정으로 잠이 안오기 시작했다.

반대로 우리 집 남편은 너무 잘 자더라...


그리고 이 대화 이후, Ep.1의  대화!!

"우리 세계여행 가자, 3개월 뒤에!!"가 이어지고 그렇게 바로 얼떨결에 세계여행이 결정되었다.

앞의 MBTI 소개에서 보듯, J인 나는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하고 그 계획이 틀어짐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더불어 나는 스트레스에 몹시 취약한 편이다.

이미 나에겐 2024년 새해 계획이 세워져 있었고 그 속에 세계여행은 전혀 없었다.

나의 2024년 스케줄이 몹시 틀어지겠구나, 아니 계획을 1도 실행할 수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 압박감이 느껴지며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

이왕 남편을 지지해 함께 가기로 한 거, 잘 다녀올 계획을 또 세우는 수밖에!!!


40춘기가 온 듯한 남편은 꿈을 찾기 위한 탐색의 시간을 갖고자, 세계여행을 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만 나고 자란 나는 철저하게!! 

해외살이 로망을 위해 움직인다!!!

자기는 꿈 찾으러 가는 거고!!

나는 로망 실현을 위해 가는 거야!!!

이렇게 로망이었던  해외살이를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단순한 나는 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하여 남편은 이번 여행 목표를 단순 여행이 아닌, 진로탐색 90 추억 쌓기 10으로 잡았다.

나는 이번 여행 목표를  새로운 문화 경험 20, 추억 쌓기 30, 해외살이 로망 실현 50으로 세웠다.

그리고 지나가던 아들에게 물었다.

내가 기대한 아들의 여행 목표는 새로운 문화 경험 40 정도? 진로탐색 40 추억 쌓기 20 정도였는데...


- : 아들, 너는 이번 여행 목표가 어떻게 되니?

- 아들: 목표? 목표가 있어야 해?

- : 응, 아빠는 제일 큰 목표가 진로탐색 90이고! 엄마는 해외살이 로망 실현이 50 이야~

- 아들: 그럼 나는 추억 100 할게


그렇다. 우리 아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


이제 갈 나라를 정해 보기로 했다.

P인 남편은 여행이든 나들이든 그때그때 기분과 날씨, 상황에 맞춰 결정하는 것을 좋아했으나, 아이까지 데리고 가는 마당에 조금의 계획은 세워두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나에게 가고 싶은 나라, 꼭 살아보고 싶은 나라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남편의 극 P 에피소드를 풀자면, 갑자기 당일 아침에 일본 여행을 가자며 짐 싸라고 하는 남자다.)


다음은 우리 집 J와 P의 대화이다.

- 나(J): 자기가 살아보고 싶은 나라 생각해 보래서, 남프랑스랑 북유럽!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 이렇게 생각해 봤는데 어때?

              가고 싶은 나라랑 그 나라에서 꼭 가고 싶은 들도 좀 찾아뒀어~ 아이랑 같이 가니까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치안도 좋은 곳 위주로!

- 남편(P): 음~그럼 꼭 가고 싶은 곳은 어디야?

- 나(J): 남프랑스?

- 남편(P): 일단 남프랑스는 무조건 가자!

- 나(J):  다음은?

- 남편(P): 그건 남프랑스 가보고 그때 정하자 ㅋㅋ

- 나(J): 거기 가서 정하자고???

- 남편(P): 응 막상 가보면 거기서 빨리 떠나고 싶을 수도 있고 더 있고 싶을 수도 있잖아~

                   미리 정해두지 말자^^


이렇게 우리는 정말 남프랑스 숙소 하나만 한 달 잡아놓은 뒤, 그 이후의 계획은 없이 해외로 떠나게 되었다...

우리 정말 괜찮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Ep1. 어느 날, 평범한 내 삶에 세계여행이 들어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