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유 # 속도 # 정확하게 읽기
귀티 나는 말투, 귀티 나는 행동, 귀티 나는 얼굴, 귀티 나는 성형, 귀티 나는 패션, 귀티 나는 메이크업...
최근 들어 부쩍 '귀티 나는'으로 시작하는 영상이 많이 보입니다. 자기 계발, 패션, 뷰티, 스피치, 강연, 사주, 풍수 등 장르도 다양합니다.
<부자>로 시작하는 직접적인 표현은 예전부터도 참 많았는데 요즘은 <귀티>로 바뀌었나 봐요. 겉으로 드러나고 보이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실감합니다. 실제로 돈이 많아도 귀티가 안 나서 남들이 몰라주면 속상하고, 형편이 여유롭지는 않아도 귀티 나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거죠. 언젠가 지나치며 본 글 중에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 돈 많은 게 가장 좋다'던 것과 반대입니다.
그래서 저도 생각해 봤습니다.
발표를 귀티 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중후하고 우아한 목소리 톤, 말투, 표정, 행동 등 스피치 영역에서도 다룰 게 참 많더군요. 타고나야 유리한 것도 있고, 훈련으로 바뀔 수 있으나 적지 않은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금방 개선될 수 있는 한 가지를 가져왔습니다.
말하는 속도가 안정되면 상당히 '있어' 보입니다.
발표할 때 말을 하기는 하는데 속도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때가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속도로 안정감 있게 운영하면 상당히 '있어' 보입니다. 무엇이 있게 보이느냐, 유튜브에서 본 에피소드를 들려 드릴게요.
'귀티 나는 OOO'이 많이 보이길래 궁금해서 저도 영상을 하나 봤습니다. 행동에 대한 거였는데요, 언제나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이 귀티 나게 보인다는 주제였어요. 약속 시간에 허겁지겁 겨우 맞춰 도착하거나, 매번 늦으면 귀티와는 멀어진다는 겁니다. 여유라는 건 금전적인 것도 포함되지만 시간이나 일상 전반에 걸쳐 풍기는 그 사람의 분위기인 듯도 싶습니다. 그 영상의 결론은 빠듯하게 시간에 맞추지 말고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해서 주변 카페에서 차라도 한 잔 마시다가 여유 있게 등장하라는 거였습니다.
발표할 때 '있어 보인다' 함은 '여유, 능숙함, 전문성, 신뢰, 안정감, 준비성 등이 있어' 보이는 겁니다.
누구나 그렇게 하고 싶죠. 그런데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게 늘 문제예요. 그럼 분석 들어갑니다. 말할 때 여유가 없어 보이는 이유, 즉 속도가 빠르고 급해지는 이유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호흡이 짧다. 그런데 이번 날숨에 모든 것을 말하려니 쉬지 않고 빨리 말해야 한다.
불편해서 빨리 끝내고 싶다.
평소 말할 때와 달리 발표할 때만 등장하는 습관이다.
잘 아는 내용은 막힘없이 술술 나온다. 잘 모르는 내용, 도표나 숫자 설명하는 부분은 버퍼링이 심하다.
쇄골호흡은 복식호흡 훈련으로 개선하면 되고, 불편해서 빨리 끝내고 싶은 건 충분한 연습으로 자신감을 가지면 됩니다. 발표할 때만 등장하는 습관이거나, 아는 내용과 모르는 부분의 속도 차이가 크다면 이렇게 훈련합니다.
낭독으로 적정 속도의 감을 잡습니다.
감을 잡고 유지하는 데는 꾸준함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니 '꾸준해야' 함에 미리 겁먹지 않아도 돼요. 제가 행사의 사회자를 처음 하게 되었을 때 썼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고 목소리도 안정적이니 사회 보는 것도 가능하느냐는 제안을 덥석 수락해 놓고는 걱정이 많았죠.
그래서 <열린 음악회>의 진행을 참고했습니다. 사회자가 하는 오프닝 멘트를 녹음해서 그대로 받아 적었어요. 그리고 앞뒤 자르고 1분으로 편집한 후에 사회자의 녹음을 플레이하며 똑같은 속도로 수십 번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감이 좀 왔다 싶길래 그때부터는 혼자 읽었습니다. 1분보다 빨리 마치더라고요. 발표의 1분과 사회의 1분은 단어의 개수가 다릅니다.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죠. 사회 멘트를 좀 더 천천히 해야 해요.
타이머를 설정하고 그 시간을 보면서 속도를 조절하며 멘트를 시간에 맞게 분배했어요. 여러 번 반복하자 이내 1분에 맞춰 원고를 읽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시계를 안 보고 혼자 읽었어요. 역시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면서 1분에 대한 감각을 길렀습니다.
마지막 단계, 이쯤 되니 1분짜리 원고를 다 외웠어요. 그래서 외워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밌는 사실이 있는데 앉아서 말할 때와 일어서서 말할 때 속도가 달라집니다. 앉아서는 천천히 잘하는데 일어나면 호흡이 빨라지면서 속도도 함께 올라가요.
그렇게 해서 며칠 만에 시계 없이 1분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감각이 생겼고, 그 안에 끝내야 하는 말이 넘칠 때, 부족할 때 각각 속도를 조절하며 시간을 잘 통제하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시간 단위로 감이 확장되었어요. 3시간까지는 중간중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더군요. 반복과 꾸준함은 정말 정직하게 돌아옵니다.
낭독으로 연습할 때 동반하는 고민을 수강생들이 더러 말해왔습니다.
읽다가 자꾸 틀리거나 더듬거리면 미숙하고 초보로 보인다는 거예요.
틀리지 않고 잘 읽고 싶은데 버벅거리게 되고, 중간에 엉뚱한 곳에서 끊고 쉬다 보면 아버지를 방으로 보내드려야 하는데 자꾸 가방에 들어가시게 만드는 거예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물론 있습니다.
눈 먼저, 입은 뒤따라 갑니다.
글을 눈으로 보는 동시에 읽으면 틀리게 읽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특히 줄 바꿈이 되면서 띄어쓰기 없이 이어진다면 그렇게 돼요. 눈으로 먼저 가고, 입으로 따라가세요. 눈으로 보고 문장을 머리에 입력하고 이 표현이 말로 나오는 사이에 타임래그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겁니다. 눈으로 멀리멀리 먼저 갈수록 좋아요. 그시이 머리로는 전략을 생각해냅니다.
보아하니 마침표가 한참 뒤에 보인다면 미리부터 숨을 아껴서 읽는 거죠. 그러면 긴 문장이라도 마칠 때까지 좋은 호흡 연비로 숨차지 않게 버틸 수 있습니다.
뒤쪽에 큰 단위의 숫자, 어려워 보이는 단어, 낯선 외국의 지명이나 인명이 나온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 구간에 도착했을 때 좀 더 집중하고 천천히 읽으면 틀리지 않습니다.
낭독 봉사하면서 익힌 오령이에요. 자꾸 틀리면 계속 끊겨서 편집하는데도 오래 걸리고, 그러다 보면 전체 녹음 시간도 오래 걸리니 어떻게 하면 정주행 해서 녹음을 원 테이크에 마칠까를 고민하다가 터득했습니다. 저도 했으니까 여러분은 더 잘하실 거예요.
귀티 나는 스피치의 비결은 1) 편안한 속도로, 2) 정확하게 읽기였습니다. 기본을 잘하는 게 가장 완벽해지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