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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트레이닝 (1) 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발표하기

# 발표 용어 사전 만들기

by 은수빈

학원이나 코치의 도움 없이 혼자서 스피치 감각을 유지하고 잘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먼저 오늘의 주제를 말씀드릴게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일 거예요.


스크립트 없어도, 암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음의 고민이 있으신가요?


머릿속에 아이디어는 많은데 말로 바로바로 안 나와서 답답해요.

말하다 보면 장황해져서 저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말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데 늘 중언부언하면서 마무리하게 돼요.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말하다가 끊겨요.


말은 잘하는데 듣다 보면 내용이 없는 경우가 있는 반면, 알찬 내용을 갖고 있음에도 '말을 조리 있게 잘 못해서' 제대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후자는 정말 안타까운 경우죠. 그런데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 잘하는 요령과 근육을 키우면 해결됩니다.


스피치 잘하는 체질을 만들면 매번 연습하기, 평생 안 해도 됩니다.


살찌지 않은 체질을 만들면 다이어트를 평생 안 해도 된다는 말처럼 반가운 이론이 또 있을지. 문제는 살찌지 않는 체질을 만들기까지의 노력은 필요하고,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어렵기에 다이어트는 평생 해야 하는 숙제로 남고는 합니다.


스피치도 그래요. 말할 때 챙겨야 하는 여러 요소들을 애써 인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몸과 머리에 한 번 새겨주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말을 계속하는 한 그 감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묵언수행을 1년 동안 한 후에도 도로주행 연수하듯이 몇 번 연습하면 다시 감을 찾을 수 있어요. 다이어트처럼 그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게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벼락치기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꾸준한 연습의 결과는 정직하게 돌아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의무적으로 무언가를 달성해야 할 때 저런 말을 들으면 기운이 빠져요. 쉽고 빠르게 익히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하고, 단기간 집중해서 마스터하기를 바라죠. 그런데 선생님들이 했던 말을 제가 지금 똑같이 하고 있네요. 배우는 입장이 아닌 알려드리는 입장이 되면 어쩔 수 없나 봐요. 그만큼 꾸준한 연습은, 진리인가 봅니다.


나만의 <발표 용어 사전> 만들기


어려운 이야기를 전하는 상황도 아닌데 막상 말을 하려면 입으로 적절한 표현이 잘 나오지 않을 때가 있어요. 글로 보거나 다른 사람들이 말할 때 자주 접하는 평범한 단어들인데 내가 필요한 순간에는 생각나지 않고 입 안에서만 맴돌까요. 내 입으로 직접 자주 쓰지 않는 단어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간장공장 공장장, 노란 기린 그림, 경찰청 창살 쌍철창살, 백 법학박사. 모두 눈으로는 쉽게 읽히는데 입으로 읽으려면 어려운 것과 같아요.


외국어와도 비슷해요. 영어 문법 실력도 탄탄하고 독해도 잘하는데 간단한 회화 한마디가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평소에 길 찾아가는 방법을 영어로 말할 기회가 없으니 갑자기 외국인이 영어로 물어오면 "저기 보이는 제과점 앞에서 신호등 건너서 오른쪽으로 계속 가면 약국이 하나 나오는데 그 건물 2층이에요." 이런 말이 당연히 바로 안 나오죠.


외국인에게는 번역기가 대신해 줄 수 있지만 발표는 직접 해야 하니 스스로 마스터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내가 하기 어려운 거는 남들에게도 어렵다는 거예요. 그렇기에 내가 조금 노력해서 실력으로 확보해 두면 그만큼의 경쟁력이 생기는 겁니다. 그때의 성취감과 뿌듯함을 생각하시면서 힘내세요. 그러면 방법, 알려드립니다.


나만의 발표 용어 사전을 만드는 겁니다. 발표용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주로 풀리지 않는 구간이 있을 거예요. 혹은 계속 같은 표현으로만 마무리하려니 반복되는 게 지루해서 다양하게 변화를 주고 싶을 수도 있어요. 실제로 말하면서도 말문이 자주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때 필요한 표현을 미리 정리하는 겁니다. 학창 시절에 만들던 오답노트나 단어장을 생각하면 돼요.


핵심은 직접 만들어야 좋다는 겁니다. 발표 때 자주 쓰는 표현들이 있기는 해요. 특히 회사 행사나 워크숍에서 사회를 보게 된 분들을 코칭할 때 보면, 직접 쓰셨거나 홍보팀에서 만든 원고가 어색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세련된 관용 표현들로 제가 대거 수정해 드리죠. 발표에 쓰면 유용한 표현들도 있기는 한데 그건 지나갈게요. 직접 만들어야 자신 만의 표현으로 만들 수 있어요. 대신 정리하는 요령은 밑에서 알려드릴게요.


시간 많을 때 미리미리 해두면 나중에 아주 든든하고 유용하게 쓰일 거예요. 그리고 이제 스피치에 관심이 생긴 만큼 말을 잘하는 다른 사람들은 주로 어떤 말을 쓰는지 잘 관찰해서 좋은 표현을 수집하는 것도 좋습니다.


말하는 건 문제가 없는데 마무리가 깔끔하게 안 돼서 중언부언하고 끝없이 길어지는 고민이 있다면, 문장을 끝내기에 좋은 표현을 여러 개 생각해 보세요. 지금 떠오르는 대로 써볼까요?


어떤 전략을 제안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마무리해 볼게요.


(그렇게 하는 전략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는 전략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는 전략이) 유용합니다.

(그렇게 하는 전략이) 큰 성과를 내리라 예상합니다.

(그렇게 하는 전략이) 이전에 좋은 성과를 낸 적이 있어 이번에도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하는 전략이) 이번 프로모션이 적합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는 전략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하는 전략을) 생각해 봤습니다.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쓴 후에, 자주 쓸만한 표현을 정리합니다. 너무 많이 모으면 오히려 기억이 안 날 수 있으니 서너 가지면 충분해요. 가장 처음에 쓴 '같습니다'를 제외하면 나머지 표현들은 무난하니 내용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응용해서 쓰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오프닝 할 때 인사말, 발표를 마칠 때의 인사말, 질의응답을 안내할 때, 숫자가 많이 나오는 정보를 설명할 때, 챕터가 바뀔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쓰이는 <나만의 발표 용어 / 관용 표현 사전>을 만들어보세요. 몇 번만 쓰고 나면 입에 붙어서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스크립트를 매번 작성하거나, 암기하지 않아도 발표 내용만 숙지하고 있다면 이 표현들을 사용해서 원활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혹시 발표하다가 중간에 블랙아웃이 되면 그때부터는 외웠던 것을 기억해 내는 건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 됩니다. 이럴 때 발표에 자주 쓰이는 관용 표현을 이미 지니고 있으면, 슬라이드 내용을 보면서 문장을 만들어가는데 어려움이 없으니 말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이 있는데 진작에 알려주지 않고 왜 그렇게 멀리 돌고 돌아왔는지 물으신다면, 저의 발표 가이드는 말하는 자체에 대한 두려움, 트라우마, 무대공포증으로 발표가 어려우신 분들과 함께 발전하고자 시작해서입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해 기초 체력이 갖춰져야 이 방법이 제대로 효과가 있어서임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만약 평소에 발표에 대한 큰 어려움은 없는데 좀 더 매끄럽게 말하고 싶다면 <셀프 트레이닝> 과정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스스로 하는 연습 방법,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유용한 내용으로 이어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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