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내용을 전문가처럼 소화하는 비법 # 누구나 가능
셀프 트레이닝 세 번째 시간입니다. 그동안 알려드린 방법들, 적용해 보고 계신지요.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필요할 때 유용할 테니, '그런 게 있다'는 것만 기억해도 됩니다. 나중에 막막해하지 말고 바로 찾아보면 되니까요.
오늘은, 제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같이 훈련하면 좋습니다. 찬찬히 읽어 내려가면서 주어지는 미션을 차례대로 수행해 보세요. 그러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스피치 개인 레슨받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사업에 대한 이해가 빠르세요?
타 회사의 프리젠터로 다닐 때 듣던 이야기입니다. 사업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의 리허설을 듣고는 직원분들이 말씀하셨어요. 밥 먹고 하는 게 그 일인 전문가들이 보기에 제가 설명을 꽤나 잘하는 걸로 들렸나 봅니다.
사업 내용, 잘 몰랐습니다. 미리 해당 업계나 산업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자료도 최대한 많이 보고 가기는 했지만 사실 잘 모르죠. 이 말인즉, '내용'을 잘 몰라도 '말'로 커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 요령을 알려드릴게요. 살다 보면 잘 모르지만 설득하고 알려줘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내가 완벽하게 숙지하고 준비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기다려주는 상황은 없습니다. 사회생활은 바로 실전입니다. 그러니 일단은 업무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이렇게 연명하면서 시간을 벌고 그동안 공부하고 노력해서 채워나가야 할 때가 있어요. 쉽게 오지 않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도 이런 모험은 필요합니다.
원래 발표 준비의 정석은 슬라이드를 만들고, 그에 따른 스크립트를 만들고 다듬어서 매끄럽게 말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거였죠. 지금부터는 완전히 틀을 깹니다. 생전 처음 보는 자료를 보고 바로 말로 합니다. 내용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됩니다. 문장으로 완성하는 훈련을 하는 겁니다.
스크립트 없이 자료 보면서 바로 말하기, 가능합니다.
먼저 가장 쉽고 친근한 일기 예보를 준비했습니다.
=============================================
서울 날씨
오늘 / 최저 24도 / 최고 31도 / 바람 있음 / 맑음
내일 / 최저 19도 / 최고 28도 / 오후에 가끔 비
=============================================
오늘의 주제로 실습할 때는 일종의 게임처럼 하는데요, 생각할 시간 없이 슬라이드를 보자마자 큐사인과 함께 바로 말하도록 합니다. 기상 캐스터가 자리를 비워 갑자기 생방송을 하게 된 관계자라는 설정으로 주문합니다. 그러면 진땀을 흘리면서도 어떻게든 다들 완성해요.
여러분도 준비되셨다면, 시작하세요.
"서울 날씨입니다. 오늘은 최저 기온 24도, 최고 기온 31도입니다. 바람이 있고 맑습니다.
내일은 최저 19도, 최고 28도이고 오후에 가끔 비가 내립니다."
이렇게 말씀하셨나요? 단어만 주어진 슬라이드를 보면서 이렇게 문장을 완성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입니다. 스크립트 보며 읽는 것도 버거워서 어쩔 줄 모르던 처음의 모습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발전인지 모릅니다. 이 단계에서는 이전에 연습했던 <나만의 발표 용어 사전>이 큰 도움이 됩니다. 동사도 없는 건조체로 제시된 정보를 구어체로 바꾸되 간결한 문장으로 바꾸는 것, 발표의 핵심 능력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조금 전에는 정직하게 화면을 읽기만 했죠. 청중도 한글은 모두 읽을 줄 압니다. 발표자가 여기에 좀 더 변형을 줍니다.
'그대로 읽는' 느낌이 아닌 '정보를 알려주는' 인상을 주는 겁니다.
"서울 날씨입니다. 오늘은 최저 기온 24도, 최고 기온 31도를 보이겠습니다. 바람이 있지만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여 야외 활동하기에 좋겠습니다. 내일은 최저 기온 19도, 최고 기온 28도로 오늘보다 선선하겠습니다. 일교차가 높으니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오후에는 비가 내일 수 있으니 외출하실 때에는 우산을 챙기시기 바랍니다."
굵은 글씨가 추가된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제시된 정보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내용에 대한 이해와 무관하게 '말'로만 버틸 수 있다고 했는데, 처음 보는 내용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는지 물으신다면, 비법을 소개합니다. 역시 이전 시간에 다룬 방법입니다.
<눈으로 보기, 머리로 생각하기, 입으로 말하기> 사이에 타임래그를 주는 겁니다.
눈으로 먼저 전체를 빠르게 보고, 그 사이 생각을 하면서, 말로 문장을 만드는 건 뒤따라 가면서 천천히 하는 거죠. '내용을 모르고도' 잘 말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스피치를 전제로 하기에, 모든 내용마다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중에 직관적으로 눈에 띄는 것 한두 가지만 언급해도 '읽어주는' 게 아닌 '설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2024년 상반기 달성 매출액 2,000억 원
2024년 하반기 예상 매출액 2,500억 원
=============================================
1) 2024년 상반기에 달성한 매출액은 2,000억 원이고, 하반기에 예상하는 매출액은 2,500억 원입니다.
2) 2024년 상반기에 달성한 매출액은 2,000억 원이고, 하반기에 예상하는 매출액은 상반기보다 높은 2,500억 원입니다.
무엇에 대한 매출액인지 모르고 위의 내용을 읽더라도 1)번 보다 2)번이 '설명하는 느낌'이 더 들죠. 왜 높게 잡혔는지는 모르더라도 이 정도까지는 말할 수 있고, 눈에 보이는 사실이니 그렇게 말해도 됩니다. 살을 붙이되 근거 없는 말을 허위로 만들어서 하면 안 됩니다. 제가 했던 이 정도의 표현을 듣고서는 프레젠테이션을 위탁한 업체에서는 처음 보는 내용을 어떻게 그렇게 잘 이해하는지 의아해했던 겁니다.
이렇게 간단한 정보를 문장으로 바로 바꾸는 연습을 한 후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번에는 구조를 완성해서 하나의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완성합니다. 서론, 본론, 결론을 만들어서 말하는 거죠. 가능합니다. 어렵지 않아요.
이번 미션은 여러분이 <걷기 운동의 효과>에 대한 자료 조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오프닝부터 클로징까지 완벽하게 마쳐야 합니다. 시간제한은 없습니다. 길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구조를 완성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아래의 자료를 보는 순간 바로 시작하세요.
=============================================
<걷기 운동의 효과>
1. 뼈와 근육이 튼튼해진다.
2. 비만 예방, 치료에 탁월하다.
3. 뇌가 젊어진다.
=============================================
잘 되셨나요? 그렇다면 모범 답안을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OOO입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주제는 걷기 운동의 효과입니다
많은 효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알려드립니다.
(먼저) 첫째, 걸으면 우리 몸의 뼈와 근육이 튼튼해집니다.
(다음으로) 둘째, 비만 예방과 치료에 탁월합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뇌가 젊어집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은 걷기 운동의 효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구조를 완성해서 완벽하게 발표하는 게 부담이었다면 모범 답안을 보고 마음이 편해졌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발표자가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명하는' 느낌을 추가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OOO입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야외 활동 많이 하시죠.
가벼운 산책도 많이 하실 텐데요,
오늘 제가 준비한 주제는 걷기 운동의 효과입니다
걷기는 몸에 크게 부담을 주거나 무리가 없으면서도 전신에 도움이 됩니다.
많은 효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알려드립니다.
먼저 첫째, 우리 몸은 수많은 뼈와 다양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걸으면 우리 몸의 뼈와 근육이 튼튼해집니다.
다음으로 둘째,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만큼 비만 예방과 치료에 탁월합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요즘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젊은 층에서도 발병하는 치매 질환이 큰 이슈인데요, 걷기 운동을 하면 뇌가 젊어집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은 걷기 운동의 효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여러분도 일상생활에서 틈틈이 적용하시면서 손쉬운 방법으로 건강 잘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굵게 표시한 부분이 덧붙인 내용입니다. 대단히 어려운 내용이 새삼스럽게 추가되지는 않았습니다. 상식 선에서 편하게 다룰 수 있는 내용입니다. <눈으로 보기, 머리로 생각하기, 입으로 말하기>의 속도 조절을 하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모르는 내용을 보자마자 말하는 연습은 이제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눈에 띄는 모든 글자 정보가 발표 자료로 보여서 입이 근질근질하다면 실력이 늘어나고 있는 좋은 증거입니다. 아래의 자료도 참고해서 발표를 완성해 보세요.
=============================================
<유니세프 설립 이념>
1. 차별 없는 구호의 정신
2. 가정과 지역 사회의 능력 개발
3. 지속 가능한 인류의 발전 지향
=============================================
<유통업체 A사의 투자포인트>
1. 영업규제로 인한 매출 타격 상반기 중 소멸
2. 온라인 몰, 창고형 마트의 매출 기여도 상승
3. 자회사 실적 개선 (편의점, 호텔 )
=============================================
어느 회사의 마케팅 팀원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 코칭을 할 때였습니다. 직원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분위기도 환기하는 차원에서, 참관하시던 대표님께 제가 즉흥 미션을 드렸습니다. 혹시 못 하신다면 직원들 앞에서 민망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엄청난 PT를 하셨다는 걸 알기에 사전에 귀띔도 드리지 않고 바로 부탁드렸습니다.
실제 입찰에 쓰였던 발표 자료의 일부를 띄워놓고 대표님께 즉석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했어요. 대표님께서는 이 회사의 자료인 것처럼 너무도 유창하게 발표를 마치셨습니다. 직원들의 환호로 마무리된 이벤트였죠. 나중에 대표님께 양해의 말씀을 따로 드리면서 멋지셨다는 감동도 전했습니다.
경험이 답이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마무리하려고 해요. 스피치 실용서를 아무리 많이 본들 3분짜리 발표라도 직접 해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외국어 배울 때도 그러잖아요. 표현이 틀리더라도 겁먹지 말고 일단 나가서 직접 말하면서 부딪쳐 보라고. 고루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의심 없이 믿어도 되는 진리이기에 그렇게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직접 해보세요. 그렇게 두렵거나 떨리거나 부끄럽지 않을 거예요. 정말 별거 아닙니다. 늘 제가 응원하는 거 아시죠? 여러분은 모두 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