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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트레이닝 (4) 좋은 표현과 단단한 문장력

# 독서 # 글쓰기

by 은수빈

<나만의 발표 용어 사전>이 어느 정도 입에 붙고 나면 다음 단계의 바람이 생깁니다. 더 멋있는 표현이 없을까, 더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표현이 없을까, 문장을 만들 때 좀 더 짜임새 있으면 좋겠다... 비단 발표하는 순간이 아니더라도 퍼블릭 스피치의 다양한 상황에서 말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죠. 좋은 현상입니다.


문제를 제기했으면 답을 알려드려야죠. 좋은 표현과 단단한 문장력을 원한다면 이렇게 하세요.


좋은 책을 다양하게 읽고, 직접 글을 쓰세요.


"스트레스받지 말고, 술과 담배 하지 말고, 균형 잡힌 식단과 꾸준한 운동을 실천하세요."


의사들이 이런 말을 하면 대번 나오는 반응이 있죠.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맞아요. 그런데 제가 알려드리는 입장이 되다 보니 의사나 선생님의 단골 멘트를 하게 되네요. 답을 구하는 입장에서는 그동안 알던 것 이외에 참신하고 쉬운 방법을 원하는데, 진리는 변하지 않는지 되돌아오는 답은 이렇게 재미없네요. 이런 기본적인 방법이 효과가 없어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건 아닐 거예요. 누구나 알지만 꾸준하게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드문 거죠. 그렇기에 우리는 기본적인 방법을 활용해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지루함이 벌써 느껴집니다. 그러나 중요하기에, 맞는 길이기에, 설명 이어 갑니다.


말을 잘하고 싶을 때, 모국어를 외국어라고 생각하면 답이 바로 나옵니다. 영어로 스피치를 잘하고 싶으면 단어, 숙어, 표현 많이 알고, 문장을 만들어야 하니 문법도 잘 알고, 실제로 말하는 연습, 발음 연습 많이 하면 됩니다. 그 훈련을 우리말에 그대로 적용해 보세요.


모국어는 이미 그야말로 '원어민' 수준이잖아요. 얼마나 잘합니까. 문법과 발음은 접고 들어가잖아요. 그러니 여기에 단어, 숙어, 표현만 얹으면 준비 끝입니다. 작은 문제가 있어요. K-열풍으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는 다양할 텐데, 정작 한국어 원어민을 위한 표현 사전은 따로 없단 말입니다. 이 부분을 책이 해결해 줍니다.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발표하기, 퍼블릭 스피치에 어려움을 느끼고 저를 찾아오신 분들은 대체로 독서를 멀리하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독서는 연간 이벤트가 아니라 밥 먹고 숨 쉬는 것과 같은 거라고 강조하면서 여러 방법들을 추천해 드렸어요. 저마다 관심사와 성향이 다르고,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에 정답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이런 말씀은 드렸어요. 첫술에 배부르려 하지 말고 투자가 필요합니다. 관심 있는 분야나 주제로 10권 사서 그중에 주옥같은 책 단 한 권이나 마음에 드는 작가를 한 명이라도 찾으면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머지 책은 주변에 나눠주시거나 중고서점에서 처분하면 이 또한 좋은 일 하는 겁니다.


책 읽다 보면 밑줄을 긋고 싶을 때가 있어요. 마음속에만 담고 있던 감정을 어쩌면 이렇게 명쾌하게 잘 표현하는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럴 때면 그 작가의 팬이 되어 바로 컬렉션에 들어갑니다.


나와 비슷한 마음의 주파수를 가진 작가의 글을 읽으면 정말 유용합니다. 비슷하게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참고할 수 있으니까요. 평범한 단어를 작가가 창의적으로 배열한 문장을 보며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기분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주옥같은 표현을 참고하고 익히는 것은 좋은데 그런 조각들만 기워서 재생산하면 티가 납니다. 깊이가 없다고 할까요. 요즘 그런 책이나 강연이 너무 많아요. 비즈니스 발표에서는 이런 경우가 없겠지만 퍼블릭 스피치를 하시게 될 때는 수집한 좋은 표현들을 재해석해서 자신의 감정을 담은 나만의 이야기로 다시 만드세요. 그러면 여러분의 영혼이 실린 황금 같은 표현이 완성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지 참고하고 싶다며 묻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편안하게 읽기 좋은, 누가 먹어도 무난한 비타민C 같은 책의 작가로는 말콤 글래드웰, 알랭 드 보통, 신영복, 박웅현 님을 말씀드립니다.


작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작가치고 말 못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럴 만도 한 게 워낙 다독을 하고, 생각은 얼마나 많이 할 것이며, 글을 다루는 데는 프로페셔녈이니, 말을 하고 싶을 때 거침없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한 가지 따라 하기를 제안합니다.


글을 쓰면 저절로 말을 잘하게 됩니다.


글을 쓰는 겁니다. 눈으로 좋은 문장과 표현을 보는 것도 좋은데 여기서 더 나아가는 거죠. 기억해 두면 좋을 만한 문장은 따로 정리하세요. 저는 책에 밑줄을 긋다가 색칠 공부가 돼버린 경우도 있고, 어느 순간부터 책을 깨끗하게 보고 싶어져서 중요한 부분은 문서 파일에 입력을 했어요. Ctrl F로 찾기도 쉽고 좋죠. 그러다 보니 기록하고 싶은 문장이 많은 책은 읽는 진도가 안 나가는 거예요. 이렇게 모아놓고 나중에 다시 안 볼 것 같은 문장은 과감하게 넘깁니다. 되도록 외우거나 그 뜻을 마음에 새기려 하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싶은 것만 노트에 손으로 쓰고 있어요.


글도 처음에는 잘 안 써질 거예요.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할 거고요. 가장 쉬운 건 일기예요. 그리고 오늘 하루 동안 느꼈던 감정을 정리하는 것도 좋아요. 억울한 일이 있었는데 바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마음이 찜찜하다면 글로 풀어버리세요. 마음에 안 드는 사람 험담도 실컷 하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어떻게 할지도 마음껏 쓰세요. 유난히 높은 하늘에서 가을을 느꼈다거나,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달콤했거나, 늘 가던 식당의 같은 메뉴가 오늘따라 맛있다면 왜 그렇게 느꼈는지 감정을 따라가면서 그대로 쓰세요. 여러분 만의 에세이가 됩니다. 그렇게 생각, 감정, 마음을 글로 쓰다 보면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글 대신 목소리로 바로 나오면, 훌륭한 스피치를 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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