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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트레이닝 (5) 마지막 시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 낭독하기 # 자신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by 은수빈

셀프 트레이닝 마지막이자 다섯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낭독하기>입니다.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쓰다 보면 길어질 것 같은데 일단 시작하겠습니다.


한 번 익혀두면 묵언수행을 오래 하고 나서도 몇 번 연습 후에 바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 있습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바는 세 가지입니다.


1) 감각을 기를 수 있다.

1) 안 쓰면 퇴화한다.

2) 그러나 회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연습해 온 것처럼 발표 용어 사전을 만들고, 안정적인 속도로 말하고, 모의 연습하고, 책 보고 글 쓰고 다 했는데 바퀴가 굴러가지 않으면 주행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목소리도 꾸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매번 발표의 기회를 찾고, 혼자 거울 보고 발표 연습하는 것도 좋은데 그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요. 갖춰져야 하는 조건도 많고, 그렇게 되면 아예 안 하게 됩니다. 부담 없이 언제나 편하게 바퀴의 축에 기름칠을 하는 방법은 낭독입니다.


책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앞에 한 사람을 두고 나긋하게 읽어주는 것처럼 해도 좋고,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는 것처럼 낭독해도 좋습니다. 시, 에세이, 소설, 비즈니스, 인문교양, 과학 기술, 예술 등 장르 불문입니다.


좋은 내용, 좋은 구절을 자신에게 읽어주세요.


아무거나 읽으면 재미가 없어요. 그러니 책을 읽다가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부분을 소리 내어 읽으면 좋습니다. 좋은 내용인데 눈으로만 보지 말고 자신에게 직접 들려주면 더 좋잖아요. 눈으로 보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와닿고, 그걸 손으로 직접 쓰면 더 가까워져요. 내 몸이 좋은 내용을 직접 체험하게 하세요. 밑줄 긋는 것보다 더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말 들어보셨죠? '생각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인생이 된다'는 표현이 있죠. 하도 여러 사람이 인용해서 오리지널 버전은 기억이 안 나네요. 그런데 일단 좋은 내용이니까 이 문장을 소리 내어 여러 번 읽어보세요. 직접 실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입근육을 훈련합니다.


말이 꼬일 때 볼을 팽팽하게 하거나 입술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은 흔히들 보셨죠. 평소 대화할 때는 입근육을 그렇게 강하게 쓸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책을 읽을 때 조음 기관을 스트레칭한다고 생각하시고 입과 턱을 적극적으로 크게 움직이시면 좋아요. 운동선수들이 제자리에서 하는 기초 훈련과 같습니다. 단독 샷 전에 가사가 생각나지 않았다는 뮤지컬 배우의 일화, 말씀드렸죠. 조명이 들어오자마자 입이 노래를 하더랍니다. 얼마나 많이 연습했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데 입근육이 알아서 움직인 거죠.


여러분도 말을 입에 붙여주세요. 혹시 외워야 할 게 있을 때 그냥 백 번 읽는다는 마음으로 여러 번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외워집니다. 발표하다가 잠시 블랙아웃되면 입이 말하고 있을 거예요.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을까 vs 매번 다른 내용을 다양하게 읽을까


영어 발음 공부할 때 썼던 방법입니다. 이것만 잘 읽으면 영어 발음은 완성이라는 1분가량의 지문을 눈으로도 읽지 않고 바로 날 것 그대로 녹음했습니다. 비포 애프터를 비교하고 싶어서 일부러 최악의 버전으로 저장했죠. 발음을 논하기도 전에 이미 더듬거리고, 띄어 읽기도 엉망이고 혼자 듣기에도 너무 창피했어요. 그러다가 몇 번 읽고 녹음했더니 틀리지는 않게 되었어요. 이후 발음 교정을 하나둘 해갈 때마다 녹음을 했습니다. 한 사이클의 공부를 마치고 나서 녹음했을 때,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첫 번째 녹음을 다시 들어보니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스스로 낭독이 아직 서툴다고 느낀다면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녹음하면서 단계별로 비교합니다. 그러다가 처음 접하는 문장도 틀리지 않고 읽는 건 자신 있다고 생각되면 그때부터는 다양한 글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낭독이 스피치에 주는 효과' 위주로 말씀드렸는데요,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여러분께 '선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낭독하기는 명상입니다.


한동안 모든 것 앞에 '힐링'을 붙이는 게 유행이었는데 언젠가부터는 명상, 마음챙김, MBSR 같은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명상이라 하면 요가복을 입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눈 감은 모습이 떠오르죠. 태국의 근사한 리조트에서 저도 노을을 보며 그렇게 하고 싶은데 지금 당장 명상이 필요하다면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죠.


제가 생각하는 명상은 일종의 백색소음을 주는 겁니다. 너무 고요하면 공부할 때 오히려 집중 안 되는 거는 모두 아시죠. 약간의 백색 소음이 있으면 오히려 그 소리 하나만 들리면서 잡생각이 묻히고 집중이 잘됩니다. 도서관에서 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 공기 중에서 묻어나는 작은 소리들이 오만가지 생각을 한 줄기로 묶어주죠.


명상도 그렇습니다. 복식 호흡을 하면 몸과 마음이 안정되기도 하지만, 그 호흡을 제대로 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돼요. 화초 가꾸기, 뜨개질, 십자수, 낚시, 등산처럼 머리로 너무 큰 에너지를 쓰지는 않으면서 몸으로 한 가지에 단순하게 집중할 때 모든 감정, 생각이 뒤로 물러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거리가 생기고, 비로소 객관적으로 그 감정을 보게 되는 거죠.


낭독이 바로 그런 효과가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낭독봉사할 때, 작은 부스에 혼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다 보면 그 순간만큼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달래주는 따뜻한 에세이를 읽고 있을 때면 명분은 '봉사하러' 온 것인데, 제가 '가져가는 선물'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 기억이 좋아서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어요. 녹음 부스가 아니라 나만의 작은 공간만 있다면 누구나 느끼실 수 있는 명상의 기쁨, 낭독으로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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