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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음식 건네는 마음으로 전하는 말

# 스피치 코치의 스피치 철학

by 은수빈

정성껏 준비한 한 그릇의 음식을

예쁜 숟가락에 소담하게 담아

친절하게 건넵니다.


그대에게 말할 때, 은수빈





프레젠테이션, 설득, 비즈니스, 방송 인터뷰, 보이스 트레이닝 등 모든 스피치 관련 강의와 코칭을 마칠 무렵에 제가 드리는 말씀입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말을 전하는 일은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고, 그렇게 완성한 요리를 먹기 좋게 덜어서, 상대방이 편안하도록 친절하게 건네는 일입니다.


정성껏 준비한 한 그릇의 음식을


퍼블릭 스피치는 말하는 목적이 있고, 그렇기에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이때 내용을 얼마나 정성껏 준비하는가는 자신감과 연결됩니다. 스스로 확신이 있다면 어떤 자리에서 누구에게 말하더라도 당당합니다.


시간에 쫓기거나 귀찮아서 조사한 것을 대강 편집해서 이어 붙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공개적으로 보일 경우, 누가 자세하게 물어보거나 이의를 제기할까 봐 말하면서 위축됩니다.


좋은 재료를 선별해서, 기본을 지키고, 만드는 동안 정성을 다해서 완성했다면 프로 요리사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손님에게 내놓을 수 있는 귀한 요리입니다.


예쁜 숟가락에 소담하게 담아 친절하게 건넵니다.


준비한 요리를 상대방에게 직접 대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쁜 숟가락을 준비하고,

상대방의 입에 맞도록 숟가락에 적당한 양을 담고,

입에 천천히 넣어주겠습니다.


숟가락에 음식을 올릴 때에는 너무 수북해서 넘치지 않도록, 그렇다고 감질나지 않게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고 적절하게 담습니다.

식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한다고, 맛있으니까 이것도 먹어보라면서 채근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씹고 맛을 느끼며 삼킬 때까지 편안한 표정으로 기다립니다.

입에 잘 맞는 것 같으면 첫술보다 조금 더 소담하게 떠서 다시 건넵니다.


그렇게 잘 먹는 것을 보다가 이번에는 다른 재료도 숟가락에 담습니다.

이번에는 무슨 맛일까, 상대방이 궁금해하도록 잠시 시간을 준 다음 웃으면서 입에 넣어줍니다.

낯선 맛에 질감이 조금 있는 재료라 애매한 표정입니다.

국물을 한 술 건넨 뒤, 맛을 음미하도록 조금 더 기다립니다.

이내 다음 숟가락을 기다리는 얼굴을 보이면 다시 소담하게 담아서 건넵니다.


마지막 한 술만큼 남으면

알뜰하게 잘 모아서 마지막 숟가락까지 예쁘게 담아 건넵니다.


발표할 때는 이렇게 합니다.


청중이 나의 이야기를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의 크기와 말하는 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합니다.

오늘 해야 할 말이 많고, 빨리 끝내버리고 싶고, 내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서두르지 않습니다.

내가 전하는 이야기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따뜻한 눈빛과 미소로 청중을 바라봅니다.

이야기에 몰입하고 있으면 조금 더 속도감 있게 진행해도 좋습니다.


다른 주제로 바뀝니다.

이전에 했던 말의 여운을 느끼고, 다음 내용을 들을 준비를 하도록

발표자와 청중 모두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몇 초간 가집니다.

다시 차분하게 시작합니다.

청중들의 반응이 이전만큼 바로 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잠시 생각을 시간을 주거나, 부연 설명을 곁들이는 것도 좋습니다.

이해한 것 같은 반응이 나오면 다시 발표를 이어갑니다.


발표의 거의 막바지입니다. 결승선이 보이니 긴장이 풀리면서 어서 끝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결론까지, 마무리 인사까지 여유 있게 완벽하게 챙기고 발표를 마칩니다.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 첫 번째, 스피치 코치의 스피치 철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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