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리즈의 마지막 시간인만큼 제 목소리로 인사드리려고 합니다. 함께 들어주세요.
발표할 때 선생님이 같이 있으면 좋겠어요.
코칭받는 동안은 과제도 많고 잔소리도 많았지만 막상 디데이가 되면 그동안 저에게 의지하던 마음이 컸는지 발표할 때 제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인이어 달아드리고 본부에서 지령을 내리면 저도 좋겠어요.
이번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스피치 분야 중에서도 특히 발표를 다뤘는데요, 제가 가장 많이 코칭한 분야이기도 하고 성과도 좋았기에 선택한 주제였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오시는 분들께는 확신을 드리는 게 필요했습니다. 그래야 저를 믿고 따라오실 수 있으니까요. 다음과 같은 고민을 안고 오시는 분들에게 저는 어떤 확신을 드릴 수 있을까요?
이직하고 처음 하는 경쟁 입찰 PT라 다들 기대가 커요. 떨어지면 제가 곤란해요.
사활이 걸린 정말 중요한 PT인데 제 어깨에 온 회사를 짊어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사장단 업무 보고에 들어가는데 제가 말 못 해서 괜한 실적까지 흠 잡히는 건 아닐까요?
신제품 프레스 콘퍼런스 하는데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떻게 하죠?
이번에 지원금 못 받으면 프로젝트 중단해야 하는데 대표님이 저만 보고 계세요.
누구도 결과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런 능력은 누구도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는데요. 경쟁 업체에서 로비를 했을 수도 있고, 신제품의 시장 반응도 예측이 어렵고, 지원받아야 하는 프로젝트가 과연 사업성이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고민을 토로하신 분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발표 당사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은 순간부터, 저는 이 한 마디로 모든 분들을 안심시킬 수 있었습니다.
"차장님 때문에 PT 떨어졌다는 말은 절대로 안 듣게 해 드릴게요."
완전히 망쳤던 발표의 기억으로 어떻게든 발표를 피하고 살다가 저를 찾아온 분이 계셨어요. 이직 후 갑작스럽게 맡은 첫 임무가 하필이면 경쟁 입찰 PT였던 거예요. 우여곡절이 많았던 4주를 함께 보냈죠. 2주쯤 지났을 무렵, PT 배우러 다닌다는 걸 회사에서 알게 되어 갑자기 옆 부서의 발표를 대신하는 일이 생겨 몹시 당황하는 일도 있었어요. 잘 극복하고 입찰에 성공하며 회사에서 인정받고 그분도 트라우마를 떨쳐내는 계기가 되었어요.
함께 준비했던 경쟁 입찰 당시, 발표를 마치고 Q&A를 진행하겠다고 하니 심사위원이 말하길, '발표가 완벽해서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다'면서 '그동안 이 회사에서 여러 직원이 PT 하는 거 봤는데 앞으로는 오늘 온 차장이 계속해줬으면 좋겠다' 더랍니다.
그래서 당연히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탈락이었어요. 경쟁사가 수익을 포기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그냥 해주는 가격으로 제안을 했더랍니다. 새로운 거래처를 개척하려고 화끈하게 영업비를 쓴 거죠. 이 아쉬운 결과를 윗분이 전하면서 차장님을 격려해 주더랍니다. 정말 고생했다고, 발표 참 잘했다고. 다음에는 우리가 꼭 하게 될 거라는 응원의 말과 함께 말이죠. 그리고 이후 차장님의 인생에서 발표는 회사의 능력과 자신의 업무 실력을 드러내는 든든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바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니었어요.
처음에 코칭을 시작했을 때는 열정이 넘치다 보니 제가 욕심을 내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지치기도 했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한 후에는 그분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해결해 드리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일 잘해왔는데 경영진에 업무 보고하는 몇 분간 말을 유려하게 못 해서 모든 능력이 폄하될까 봐 걱정입니다. 중요한 결정이 달린 발표는 결과가 잘못되면 나 때문에 떨어진 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그럴 리가요. 그 제안서를 만드는 데는 전략기획, 마케팅, 디자인, 서비스 운영 담당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합니다. 단지 마지막에 말로 전하는 역할을 맡은 건데 그게 어떻게 발표자 한 사람의 책임이겠어요.
여러분이 바라는 작은 소망을 이루는 여정에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이제 정말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네요. 여러분, 그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언젠가 멋진 무대에 서게 되었을 때,
어떤 목적이든, 어떤 청중과 함께하던,
여러분의 스피치가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