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까지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
발표를 잘하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덧 착륙을 앞둔 8분이 남았습니다. 그동안 순항해 왔다면 안전한 착륙을 위해 더 신경 써야 하는 순간입니다. 발표할 때도 마찬가지로 좋은 마무리를 위해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나, 많은 발표자들이 반대로 합니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실전이라는 부담감과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몰려옵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어서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드네요. 고지가 눈앞인데 긴장이 풀리면서 서둘러 끝내버립니다. 그간의 노고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마감하면 너무 아쉽습니다.
가장 몰입해서 에너지를 써야 하는 순간, 남은 배터리 10%
초반에 너무 정성을 다했나 봅니다. 회사 소개, 프로젝트 개요, 시장 현황을 너무 자세하고 길게 말했어요. 시간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데 진행할 슬라이드는 2/3는 남은 것 같네요. 마음이 급해지면서 말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시간 내에 다 해치워야 한다는 생각만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부분은 빠르게 넘기면서 어쨌든 끝까지 오기는 했습니다. 인사도 대강하고 후다닥 내려옵니다. 몇 주 동안 애썼는데 이렇게 망쳤다고 생각하니 허무합니다. 자신은 늘 왜 이 모양인지 자책하며 발표는 더욱 두렵고 하기 싫어집니다.
초반의 실수, 이번에도 망했다, 대충 끝내자...
특히 이런 상황은 발표하다가 실수가 많거나 잘못됐을 때 발생합니다. 그대로 땅속으로 꺼지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으니 빨리 마무리하고 무대를 내려옵니다.
혹시 그런 마음이 들더라도 혼자만의 감정으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청중에게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그 발표를 듣기 위해 청중도 시간을 들여 그 자리에 온 겁니다.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하는 건 그들에 대한 예의와 의무이기도 해요. 쓰러지고 싶더라도 다 마무리하고 나서 쓰러지세요. 그게 프로의 자세입니다. 너무 냉정한가요.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발표 중에 실수를 했다면 누가 가장 마음을 쓸까요? 바로 발표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함께 준비한 사람들도 안타깝고 속상할 거예요. 청중은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요? 청중은 발표 능력 오디션에 온 심사위원이 아닙니다. 발표의 내용을 듣고자 온 사람들이에요. 실수가 발생했더라도 어서 수습하고 다음 내용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영화 앞부분이 재미없었어도 후반부 1/3이 재밌으면 그 영화를 긍정적으로 기억합니다.
연구 결과입니다. 우리가 직접 겪는 일이기도 해요. 예고편이 영화의 전부인 경우도 있죠. 실망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초반의 전개가 길고 지루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도가 대단하고 결말이 끝내주는 때도 있어요. 두 가지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나을까요?
발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내용이 지루하고, 청중들도 관심 없고, 발표자도 실수했더라도 계속 집중하면서 내용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정성껏 임하면 심드렁해서 의자 뒤로 기대어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두 손을 모으고 경청하게 됩니다. 착륙하기 전 8분 동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프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