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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순내 Dec 13. 2024

2024 MY NOTE

상반기


1~6월을 가득 채운 나의 책들 중 좋았던 것들만 뽑아 적은 나의 노트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p.155

아무도 하지 않은 말, 아무나 할 수 없는 말, 나는 그런 미지의 언어를 원한다.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이 세상에 새로움이란 없다’는 식의 단어이다. 나는 낡은 생각, 낡은 언어, 낡은 사랑을 혐오한다.

나의 출발점은 그 낡음을 뒤집는 자리에 있다. 장애물이 나와도 나는 그것을 뒤집어 버린다.

세상은 나의 운동장이다. 절대 그늘에 앉아 시간이나 갉아먹으며 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



p.336

알고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알아야 할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는가. 알아야 할 것에 비하면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작고 초라한가.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p.112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사람에게 연연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상하고 망가지고 비뚤어진다고 생각했으니까. 구질구질하고 비뚤어진 인간이 되느니 차라리 초연하고 외로운 인간이 되는 편을 선택하고 싶었다.



p.265

난 항상 열심히 살았어.

하민은 종종 그 말을 했다. 나는 ‘살다’라는 동사에 ‘열심히’라는 부사가 붙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hard’는 보통 부정적인 느낌으로 쓰이는 말 아닌가.

‘hardworking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사는 게 일하는 건 아니니까.

나는 하민이 어떤 맥락에서 그 말을 하는지 궁금했다. 자기를 몰아붙이듯이 살았다는 건지, 별다는 재미없이 살았다는 건지, 열심히 산다는 게 그녀에겐 올바르다는 가치의 문제라는 것인지, 삶의 조건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는 것인지 말이다.

그녀가 그 말을 할 때, 그래서 나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p.316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 소설은 사랑은 다만 상대 앞에서 자신의 가장 약하고 수치스러운 감정을 노출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 곁에서 침묵하며 함께 서 있는 것, 대신해 우는 것, 조금씩 속도를 늦춰 걷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하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p.75

글쓰는 일이 쉬웠다면, 타고난 재주가 있어 공들이지 않고도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당신은 쉽게 흥미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렵고, 괴롭고, 지치고, 부끄러워 때때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밖에 느낄 수 없는 일,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것 또한 글쓰기라는 사실에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다. 글쓰기로 자기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다시 글을 써 그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을 수 있다는 행복, 당신은 그것을 알기 전의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p.115

그녀는 다희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p.263

엄마에게 이모는 책임감이 강하고 엄격한 언니였고 아빠에게 이모는 어려움을 겪는 가족을 도와주지 않는 냉정한 사람이었다. 데이케어 센터의 복지사는 이모가 평상시에는 조용하다가 한 번씩 화를 내는 충동적인 성격의 노인이라고 말했다. 그 모든 평가와 판단을 모두 모은다고 해도 그것이 이모라는 사람의 진실에 가닿을 수는 없을 것이다.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p. 123

어른들은 알고보면 하나밖에 모르는 멍텅구리 같을 때가 종종 있는 법이다.



p. 212

딱히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사는가.



p. 344

지금에 와서는 단 한 번도 형제들 모두가 아버지 산소를 찾아간 적은 없었다. 산다는 일은 언제나 돌연한 변명으로 울타리를 치는 것에 다름 아니닌가.





<심신단련 (이슬아)>


p.106

우리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많은 생이 스며드는지.



p.257

현대인은 하루 종일 리액션이라는 것을 하면서 산다. 리액션이라는 것은 ‘타인의 욕망에 응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이 행위에 몰두하면 할수록 나 자신의 욕망은 점점 거부되고 잊힐지도 모른다.



p.304

놓치지 않는 다는 건 뭘까. 자주 만나거나 손을 포개거나 꼭 껴안아도 진짜로 잡은 느낌 같은 건 들지 않는데. 들더라도 아주 찰나이고 말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계속 태어나고 어제의 마음과 오늘의 마음이 다르고 날마다 새로운 바람이 분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p.105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안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어쩌면 당사자도 그것들을 정확히 분리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237

꿈이란건 무서운 거야.

소리를 낮춰 나는 말한다.

아니, 수치스러운 거야.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폭로하니까.

이상한 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다.



p.311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p.96

“사실상 사람 사는 실정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군요. 누구나 서로 주고받는 것, 인생이란 그런 것이지요.”



p.145

그런 싯다르타는 죽고 없었으며, 새로운 싯다르타가 잠에서 깨어나 있었다. 이 새로운 싯다르타 역시 아마도 늙게 될 터이고, 이 새로운 싯다르타 역시 아마도 필연적으로 죽을 수 밖에 없을 터이니, 싯다르타란 덧없는 존재이며, 형상을 지닌 것은 모조리 덧없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자기는, 이 새로운 싯다르타는 젊고 기쁨에 가득 찬 어린아이이다.



p.206

아무도 다른 사람에 대하여 그 사람이 스스로의 인생행로에서 얼마만큼 나아간 경지에 있는가를 감히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는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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