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안 될 인생이면 뜻을 버리면 되지
시간을 많이 거슬러 올라 처음 직업에 대한 꿈을 꾸었던 때를 떠올려보면 아마도 초등학교 1학년 때이지 않았을까 싶다. 담임선생님이 좋았다. 그래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때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중간에는 수학이라는 과목이 좋아졌고 그 이후로는 수학 선생님이 꿈이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즈음 이러다가는 대학을 못 갈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아마도 바짝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그리고 너는 재수하면 망한다며 한 번에 붙으라는 친구들의 기원 끝에 현역으로 수학과를 들어갔다.
운 좋게 들어가서였는지 수업은 늘 어려웠고 그토록 원하던 수학을 마주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참고로 나의 고등학생 수준에서 생각했던 수학이 아니었다. 이론에 초점을 맞추어 증명을 다루는 순수학문이었다. 대학을 다니며 수학 학원과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르치는 것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과 동기들이 학원에서 수업하고 질문을 받아 설명하는 모습들을 보며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 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학생들에게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구나를 깨달았던 시기였다. 그렇게 선생님의 꿈을 접었다. 숫자를 좋아했지만 본질을 깨닫는 수학보다는 실용적인 수학이 좋았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처럼 숫자들을 쓸모 있게 만드는 직업이 갖고 싶었다. 대학교 3학년 우러러보던 같은 과 선배에게 처음으로 회계라는 직무에 대해 듣게 되었고 그렇게 여름방학 전화 한 통화로 회계에 입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