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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비아빠 Oct 11. 2024

염탐


 희중은 자신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망원경 너머를 응시했다. 그림자 정부의 근거지는 마치 거대한 요새처럼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첫눈에 보았을 때도 느껴졌지만, 이곳은 단순한 감시 수준을 넘어서, 완벽에 가까운 보안 체계를 자랑하고 있었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은 수 미터 높이로 설치되어 있었고, 그 철조망 너머로는 군사용 감시 카메라가 곳곳에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감시 카메라는 적외선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어둠 속에서도 작은 움직임조차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매일같이 상공을 비행하는 드론이 있었다. 이 드론은 일정한 패턴으로 정해진 경로를 순찰하며 근거지 주변의 공중 방어망을 철저히 유지하고 있었다.


 희중은 드론의 경로를 따라가며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저 보안 시스템을 뚫으려면 쉽지 않겠군. 철조망부터 감시 장비까지 전부 특수한 방어 체계야."


 그는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옆에 있던 강현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현도 멀리 보이는 시설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이 보안을 뚫고 내부로 침투해야 했다.


 "그래도 방법이 있을 겁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그들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


 희중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수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근거지의 움직임을 감시해 왔다. 경비병들의 순찰 경로와 교대 시간을 면밀히 기록했고, 감시 카메라의 시야 범위를 하나하나 분석했다. 심지어 드론이 상공을 도는 궤적마저도 철저히 파악했다.


 희중은 망원경을 잠시 내려놓고 강현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매일 오전 3시쯤이 가장 약한 시간대입니다. 경비병들이 교대하는 시간에 맞춰 우리가 침투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경비는 두 배로 강화됩니다."


 그들은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침투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이 진짜 그림자 정부의 심장부인지는 확신이 필요했다. 이곳이 그들의 목적지라면, 치밀한 준비 없이는 성공할 수 없었다.


 그때 최민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5G 네트워크 신호를 추적한 결과, 이곳이 확실합니다. 근처의 어떤 지역보다도 강한 신호가 여기에서 나옵니다. 그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신호를 제어하고 있어요."


 최민호는 그가 사용하던 장비를 확인하며 계속해서 정보를 분석했다. 그는 신호의 패턴과 강도를 토대로 이곳이 그들이 찾고 있던 진짜 그림자 정부의 본거지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강현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과 철저한 실행이었다.


 "이제 확실하군요. 아마 그곳에 해독제가 있을 겁니다."


 그들은 다시 한번 근거지의 모든 방어 시스템과 동선을 파악하며, 침투할 때의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실수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들의 시간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며칠 뒤, 강현과 일행은 좁고 음침한 골목을 지나 암시장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어둠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눈에 띄지 않도록 은밀하게 진행되었지만, 그곳의 공기마저도 무거운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입구에는 중무장한 경비원들이 서 있었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경비원 하나가 손을 들어 그들의 신원을 확인하려는 듯이 막아섰다.


 "누구냐?"


 희중은 침착하게 가방에서 두툼한 현금 봉투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우린 거래하러 왔어. 어디서 왔는지는 묻지 않겠지?"


 경비원은 잠시 그들을 눈여겨보더니, 무언가를 확인한 듯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구를 열어주었다. 그들이 입구를 통과하자, 암시장의 내부는 더욱 어둡고 음침했다. 각종 무기와 장비가 진열된 테이블이 줄지어 있었고, 사람들이 소곤거리며 거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때, 한쪽에서 무기 거래상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일행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기를 찾는다고? 어디에 쓸 건지는 묻지 않겠어. 필요한 것만 말해."


 희중은 신중하게 가방을 열고, 봉투 안의 현금을 거래상에게 건넸다. 거래상은 현금을 대충 세어본 뒤, 만족한 듯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짓으로 일행을 트럭 쪽으로 인도했다. 트럭 뒤쪽에 달린 철문이 열리자, 그 안에는 각종 무기들이 쌓여 있었다. 정밀하게 제작된 소총부터 폭발물, 소형 드론까지, 그들이 찾던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희중은 트럭 안을 바라보며 잠시 무기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여기 있는 것들이 우리가 찾던 물건들이 맞나 보군."


 강현도 트럭 쪽으로 다가가 무기들을 천천히 살펴봤다. 그는 신중한 표정으로 거래상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가 사용할 무기들인데, 이 장비들 신뢰할 수 있습니까?"


 거래상은 무심한 듯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이봐, 내가 다루는 물건들 중에 허술한 것 따위는 없어. 모든 장비는 최고 품질이야. 장담하지. 우리 물건들이 당신 목숨을 지켜줄 거다."


 그의 말에 희중은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가방을 닫고 말했다.


 "시간이 없군. 무기들이 필요하다면 믿어야지."


 그들은 각자 필요한 장비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챙기기 시작했다. 강현은 소형 드론을 손에 들고 작동 여부를 확인한 뒤, 조용히 속삭였다.


 "이 드론으로 그들의 경비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겁니다."


 희중은 방탄복과 각종 폭발물을 챙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모든 게 준비됐어. 이 무기들이 우리를 살릴지, 아니면 마지막일지는 몰라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어."


 그들의 거래는 신속하게 마무리되었고, 서둘러 암시장을 떠났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그들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그림자 정부의 근거지를 습격하기 위해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은 마지막 준비를 하며 암시장에서 얻은 무기들을 확인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다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이 마지막 작전에 달려 있었다.


 폐허가 된 공장과 드넓은 공터.  


 강현 일행이 훈련을 준비한 장소는 한때 번성했을지 모르는 폐허가 된 공장 건물이었다. 녹슨 철골 구조물과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들이 산재한 그곳은 한눈에 보아도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된 듯했다. 하지만 이곳은 그림자 정부의 근거지와 구조가 매우 유사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실전과 같은 모의 훈련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철저히 준비하고 있었다.


 희중은 낡은 책상 위에 펼쳐진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작전을 설명하고 있었다. 지도는 근거지의 입구와 내부 구조를 상세하게 표시하고 있었고, 훈련장과 매칭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우리가 침투할 출입구는 여기입니다. 감시 카메라는 이 지점과 이 지점에 위치해 있어요. 우리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이 감시 장비들을 모두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카메라를 끄지 못하면 3분 이내에 경보가 울릴 겁니다."


 그는 팀원들의 눈을 마주치며 각자의 임무를 강조했다. 모두들 그가 설명하는 지도 위의 위치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때 전기영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출입구를 통과할 때 바로 경보 시스템이 작동할 텐데, 그걸 무력화할 방법은 있습니까?"


 최민호는 그가 들고 있던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경보 시스템은 제가 처리할 겁니다. 그들의 시스템을 해킹해서 잠시 동안 모든 경보를 마비시킬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시간이 길지는 않으니까, 우리가 움직이는 속도가 중요합니다."


 최민호는 태블릿 화면을 터치해 경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니터로 보여주었다. 시스템은 복잡했지만, 그는 이미 시스템의 허점을 찾아내고 있었다.


 강현은 그들의 계획을 지켜보며 무기를 손에 들었다. 그동안 이들은 몇 번이고 훈련을 거듭하며, 각자의 역할을 철저히 숙지했다. 그들은 침투의 순간부터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방어를 뚫고 해독제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저는 이미 목숨을 걸었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 싸움에 뛰어들었고, 이제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희중은 강현의 말을 듣고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이 작전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실수는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실수는 있어선 안 됩니다. 이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번에 실패하면... 그들에게 또다시 기회를 줄 순 없습니다."


 훈련장 안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움직였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은 일사불란했다. 모의 훈련을 수십 차례 반복하면서 그들은 마치 실제로 그림자 정부의 근거지에 침투한 듯했다.


 희중은 요원들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다시 한번 훈련을 시작합니다. 이번엔 시간이 더 촉박할 거예요. 모두 자신의 위치로."


 요원들은 명령을 듣고 즉시 움직였다. 강현은 손에 쥔 무기를 단단히 쥐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한번 훈련에 임했다. 그의 마음속엔 이제 하나의 목표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목표는 그들의 계획을 무너뜨리고, 해독제를 손에 넣는 것이었다.


 훈련이 시작되자, 그들은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고, 실제 상황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시스템의 허점을 파악하고, 각종 보안 장치들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팀원들의 움직임은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웠고, 서로의 호흡도 점점 맞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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