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은 형식에게 팬데믹의 전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던 사실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며 이야기했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 팬데믹은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거대한 음모야"
"아무리 그래도, 각국 정부나 WHO에서 그럴만한 이유가 없잖아"
"그렇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럴 이유가 없어"
"그럼 비정상적인 상황은 뭔데?"
"일부 의사들에 의하면, 팬데믹은 백신을 통해 인간을 트랜스휴먼화 하는 거야"
"트랜스휴먼?"
강현이 만난 몇몇 의사들은 이번 팬데믹은 어두운 세력이 만들어낸 사기극이라 평가했다. 그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인들에게 mRNA백신을 접종시키기 위한 음모이며, 백신은 인간을 트랜스휴먼으로 만들어 그들의 의도대로 조종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강현 씨, 사기 팬데믹으로 백신을 접종시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인구감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시, 강현 씨도 거대한 음모라 생각하고 있군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겁니다"
"전부가 아니라면, 또 다른 음모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인류를 트랜스휴먼화 하는 겁니다"
강현은 믿을 수 없었다. 인구감축도 너무 과한 추측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의사라는 사람들이 트랜스휴먼을 이야기하니 강현은 당혹스러우면서도 혼란스러웠다.
"그들이 인류를 트랜스휴먼으로 만들 이유가 있나요?"
"정확한 건 그들만 알겠죠. 하지만 CBCD 아시죠? 디지털화폐"
"네"
"그들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주입해 디지털 ID를 생성하게 만든 후, CBDC를 통해 전 세계 모든 돈을 조종하려 하는 겁니다. 또한 마인드컨트롤로 생각과 의지를 통제해 인간들을 지배를 하려는 겁니다"
강현은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에 말문이 막혔다. 너무나 엉뚱하고 너무나 뜬금없는 소리가 아닌가? 어차피 평범한 사람들은 이미 그들의 경제력과 정치력에 지배되어 살고 있을 뿐이라 생각하던 강현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과 우리같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태어나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계는 전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들이 얻는 게 뭐죠? 이미 모든 걸 다 가진 거 아닌가요?"
"인간의 욕심은 원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겁니다"
"저는 가진 것 없이 평범하게 살았지만,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세 식구가 너무 행복했었단 말입니다"
"그놈들의 속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강현은 평범하게 살면서도 남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하나뿐인 딸과 함께면 세상 모든 것을 다가진양 행복하고 즐거웠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인 슬비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북극의 블리자드가 이럴까... 강현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고, 사태의 원흉을 찾아내 찢어 죽이고 싶었다.
"강현 씨 진정해요"
"음..."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해요?"
강현과 희중은 미국에서 돌아와 서울의 모처에 은신해 있었다. 최대한 노출되지 않아야 하고, 최대한 평범한 사람들과 섞여 지내면서 존재를 지워야 했다. 희중의 출신이 출신이니 만큼 그들의 행적이 만에 하나 노출이 될 경우 그들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강현, 이제 우리도 평범함 속에서 정보를 수집해야 해"
"그래요. 우린 모든 걸 체념한 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 되어야겠죠"
"어떤 방법이 좋을까?"
"안 그래도 그동안 생각해 놓은 게 있는데... 심부름센터를 만드는 겁니다"
"심부름센터?"
강현의 계획은 이랬다. 우선 여의도와 정부종합청사 근처에 심부름센터를 개업한 후 배달, 퀵서비스, 대리운전, 심부름 등 각종 편의 서비스를 하면서 공직자들로부터 정보를 캐내자는 것이다. 그들에게 GPS를 부착해 동선을 파악하고, 술 취한 그들의 통화나 대화를 녹취하자는 것이다.
"우선 배달 또는 대리운전이나 심부름을 하는 거죠. 국회의원들이나 보좌관들 연락처를 확보해 놓고, 형님이나 제가 골라서 콜을 나가는 겁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분명 기회는 올 겁니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그들의 동선만 파악해도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을 거야"
"네, 특히 고위공직자들은 관용차량과 기사가 있기에 기회는 거의 없겠지만, 분명히 기회가 올 겁니다"
강현과 희중은 배달, 대리운전, 퀵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평소에는 기사들과 함께 움직이고 기회가 오면 그들이 직접 투입되어 정보를 획득할 계획을 세웠다. 희중은 정보수집 분야 전문가였기 때문에 특수장비를 준비할 수 있었고, 그들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제약사 직원 등을 타깃으로 잡았다.
"사람은 언젠가는 실수할 거고, 술을 마시다 보면 뱉어서는 안 될 말을 내뱉게 되는 거죠"
"그래 우리가 세상 속에 은신하는 동안 생활비도 벌어야 하니까, 당분간은 평소처럼 살아가자고"
강현과 희중은 평범함 속에서 비범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다. 3개월 정도 적응기간이 지나고 강현은 평소와 다름없이 배달을 나갔다. 강현이 배달 간 곳은 여의도의 한 개인 병원이었다. 늦은 오후라 병원은 한산했고 물건을 건넨 뒤돌아서려는데 원장실이라 적힌 곳에서 큰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건 음모론이 아니에요! 거대한 세력의 음모란 말입니다!"
순간 강현의 눈빛이 번쩍이며 발길을 멈췄다. 병원을 둘러보는 척하며 잠시 시간을 끄는 사이 또다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달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