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과 희중은 총기소지가 가능한 미국으로 향했다. 강현의 친형이 미국 영주권자로 여러 가지 도움을 주었다. 강현의 형은 1년간의 시간을 두고 희중이 부탁한 저격총, 총알, 야시경 등 모든 물품을 준비해 두었다.
"고생 많지?"
"준비물은?"
"희중 씨가 말씀하신 대로 지난 1년간 조금씩 준비해 두었어. 여기서 차로 4시간 거리야. 한국 지형하고 비슷한 곳에 오두막을 마련해 뒀어"
"고마워"
"꼭 해야 해?"
"나중에 봐..."
강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고요한 산속에 자리를 잡고 저격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의 첫 단계는 정확한 자세를 잡는 것이다. 저격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흔들림 없는 안정성이다. 강현은 낮게 엎드려 사격 자세를 취하고, 총을 몸과 일직선이 되도록 배치했다. 희중은 강현의 자세를 점검하며 총열이 목표와 정확히 일치하는지, 어깨와 손의 위치가 자연스러운지 살폈다.
"우선은 자세를 먼저 익혀야 해. 어떠한 순간에도 신속 정확하게 사격자세를 취할 수 있어야 해"
"네"
"이 과정은 몸이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반복해야 해"
"네 알겠습니다."
두 번째로 호흡이다. 강현은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호흡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숨을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었다. 희중은 강현에게 하나하나 정확한 자세가 나올 때까지 반복했다.
"발사 직전에는 숨을 멈춰야 해. 심장이 뛸 때마다 총이 미세하게 흔들릴 수 있어"
"후욱... 후...."
강현은 들숨과 날숨을 최대한 길게 유지하며 심박수와 호흡을 최대한 낮췄다. 세 번째는 목표 탐색. 강현은 조준경을 통해 멀리 있는 목표물을 바라봤다. 조준경을 통해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타깃을 확인하면서, 거리와 바람의 방향을 계산한다. 바람의 세기가 느껴질 때마다 강현은 총을 살짝 조정했다.
"바람은 예측할 수 없을 때가 많으니, 항상 미리 측정하고 준비해야 해"
"오른쪽에서 3km/h... 거리는 500미터..."
희중은 마네킹에 전투복을 입혀 곳곳에 숨겨두었다. 500미터, 1,000미터, 1,500미터까지 다양한 거리에 다양한 모양의 마네킹이었다. 앉아 있거나, 누워있거나, 바위 뒤에 숨어있기도 했다.
"어때 잘 보여?"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군요"
"그래, 군인이 위장 전투복을 입는 이유지. 특히 산속에서 위장복은 큰 위력을 발휘해"
"네,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옮겨주세요"
"마네킹뿐만 아니라 사격 위치도 계속 옮겨야 해. 이 훈련은 6개월 안에 끝내야 해"
조준경을 통해 강현의 눈에 타깃이 명확하게 보이는 순간, 강현은 다시 한번 숨을 가다듬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살짝 올렸다. 방아쇠를 당기는 데 너무 힘을 주지 않기 위해 손가락의 미세한 압력으로 천천히 당겼다.
"천천히, 천천히. 급하게 쏘면 오차가 생겨"
희중의 목소리가 강현의 귀에 맴돌았다. 그 순간, ‘탁’ 소리와 함께 총성이 울렸고, 강현의 총알은 목표물을 한참 빗나갔다.
"후.... 쉽지가 않군요"
"그래 아마 가장 어려운 훈련이 될 거야. 모든 것은 강현 네 마음가짐에 달렸어"
"마음가짐이라...."
한 달이 흘렀다.
강현은 매일 새벽부터 사격자세와 총알 궤적에 따른 오차를 보정해 오조준하는 연습을 시작으로 포복자세 등 실전에서 발생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훈련했다. 희중은 타깃을 점검한 후, 강현에게 다시 돌아와 개선할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제 너의 발사 기술은 거의 완벽하지만, 손가락 압력을 조금 더 미세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어. 너무 세게 누르면 총구가 흔들릴 수 있어"
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언을 마음에 새겼다. 둘은 이어서 악천후나 긴급 상황에서의 저격 훈련도 진행했다. 비가 내리거나 눈이 쌓인 상황에서의 발사 자세, 그리고 총기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방법 등을 연습했다.
"실전에서는 언제나 불리한 조건이 있을 거야.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해"
"그렇겠죠. 실전이란 단어를 들으니 의욕이 솟구치네요..."
"어떠한 경우에도 평상심을 잃어선 안돼"
"네, 슬비가 떠난 후 저는 이제 감정이 없는 동물이 되어가고 있어요"
"후후후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강현과 희중의 훈련은 6개월 간 이어졌고,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며 저격술을 완성해 나갔다. 강현이 목표물을 일발필중 할 때쯤 희중은 강현에게 새로운 훈련을 진행했다.
"이건 복어 독이야. 신경독으로 테트로도톡신이라 불리는데 0.5mg으로도 치명적이지"
"이건 어떨 때 써야 하죠?"
"암살..."
"일상생활 속에서 실행해야겠군요"
"그래, 만년필이나 주사기로 은밀히 처리해야 해. 간단해 보이지만 아주 고난도 기술이야."
"우리가 처단할 놈들은 대부분 고위직 공무원들이라 기회가 많지는 않을 텐데요"
"그렇겠지, 하지만 분명히 확실한 기회는 오게 되어 있어"
희중은 정치인들이 선거기간 또는 다양한 행사에 참석한다는 것에 착안했다. 대한민국에서 저격총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기회는 두세 번에 불과할 것이다. 초기 두세 명을 처리하고 방법을 바꿔야 했다.
"그놈들이 우리 애들에게 강제로 독극물을 주입했으니 우리도 되돌려 줘야겠지"
"맞습니다. 너무 쉽게 끝내는 건 그놈들에게 너무 자비로운 일이에요"
"이건 생활 속에서 차차 연습하기로 하고, 사격훈련 틈틈이 근접 전 기술도 익혀야 해"
"어차피 잡히면 끝일 텐데..."
"그렇지, 하지만 근접 전 기술을 익혀야 테트로도톡신을 그놈들에게 주입할 수 있어"
"네!"
강현은 남은 시간 동안 미친 듯이 연습했다. 편히 누워 자는 것은 사치였다. 목표물을 제거한 후 최대한 빨리 빠져나와야 했다. 하지만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있겠는가? 분명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날을 대비해야 했다. 어차피 강현은 슬비가 떠난 후 두 다리 뻗고 잠을 잔 적이 없었다.
그렇게 강현과 희중은 그들만의 응징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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