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한 산부인과 원장인 이은미는 좀 전에 있었던 사건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이은미는 항상 빅파마의 견제에 시달려 왔기에 자신의 부주의를 후회하고 있었다.
"아무리 내 병원이라지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어. 사방에서 내 말을 듣고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경계를 잃지 말아야 해"
하지만 이은미의 머릿속에는 계속 떠도는 단어가 있었다.
"그는 분명 진실을 찾고 있다고 말했어. 동료일까? 적일까?"
이은미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빅파마는 호시탐탐 자신의 연구를 방해하고 있었고, 학계와 대한의사협회 마저 자신의 연구에 등을 돌리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해치려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에, 이은미는 모두가 적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후~주위 모든 사람이 적으로 느껴지는 이 외로운 싸움에는 반드시 동료가 필요해..."
이은미는 오후의 일을 상기하며 조심스레 병원을 나섰다. 평소와 다름없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췄다. 보통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는 1층에 잘 멈추지 않는 법인데, 배달 복장을 한 두 남자가 올라탔다.
"..."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자신의 차로 향하는 순간, 두 남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앞을 막아섰고 나머지 한 사람은 뒤에서 도주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팬데믹의 진실을 찾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팬데믹의 진실이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바빠서 이만..."
"저희는 백신 이상반응으로 자식을 잃은 사람들입니다. 오래전부터 진실을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아... 그런 일이... 명복을 빕니다. 하지만 저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5분만 시간을 내주시면 설명드리겠습니다. 설명을 들으신 후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강현과 희중 그리고 이은미의 첫 만남이었다. 강현의 계획이 첫 수확을 거둔 날이기도 했고, 그들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는 날이기도 했다. 그들은 심부름센터가 운용하는 스타렉스 차량 안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저는 사랑하는 어린 딸을 잃고 절망에 빠져 죽을 날만 기다리다 몇 명의 유족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여기 희중 형님도 그중 한 분이시죠"
"저런... 너무 안타깝네요... 아이 이름이 뭔가요?"
"슬비요"
"아... 안타깝게도 슬비가 그들의 희생양이 되었군요"
강현과 희중은 1시간이 넘게 그들이 어떻게 만났고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에 대해선 아직 발설해선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유가족들이 모여서 정보를 모은 다음... 그다음 계획은 뭐죠?"
"아직은 이렇다 할 계획은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일을 벌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왜 저를 만나려고 한 거죠?"
"2년을 넘게 시간만 보내다가 최근에 저희도 먹고살아야 하니 심부름센터를 개업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원장님의 말을 듣게 된 겁니다"
"아... 그렇군요. 그렇게 조심한다고 했는데..."
"도와주십시오. 함께 싸우는 게 원장님께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글쎄요. 아직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니..."
"물론입니다. 시간을 두고 차차 저희들이 파악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다만, 먼저 원장님의 진심을 보여주십시오"
"일단 여러분들의 정보를 주시면 그때 결정하겠습니다"
그렇게 셋의 대화는 끝이 났다. 강현은 자신이 그동안 파악한 정보들과 정보공개청구로 얻은 자료들을 정리해 이은미의 병원에 배달을 갈 때마다 전달했다. 이은미는 일부러 그들의 심부름센터에 배달 주문을 했고, 그들은 그렇게 조금씩 서로의 진심을 알아갔다.
강현이 전달한 첫 번째 자료는 매우 의미 있는 자료였다. 누구나 의심은 했지만, 확인하지는 않았던 내용이었다.
"정부는 모 제약사의 백신을 들여오기 직전 3개월 간(2020. 12 ~ 2021. 2)의 임상시험에서 1,223명이 사망했고, 4만 2천 건의 이상반응이 보고되었고, 그중 2만 5천 건이 의학적으로 확인된 이상반응이었다는 것을 알고도 계약을 했습니다"
"이건 어디서 난 자료죠?"
"제가 질병관리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입니다"
"그들이 이걸 공개하던가요?"
"네, 질병청은 여기에 대해 '정부는 국민에게 접종의 기회를 제공할 뿐입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미친... 거리 두기랑 백신패스는 뭐죠? 그게 기회를 제공한 거라고요?"
"정말 후안무치하고 무책임한 인간들이죠"
며칠 뒤 강현이 전달한 두 번째 자료는 더욱 중요한 자료였다. 이 또한 의심은 되지만 아무도 확인하려 하지 않은 자료였지만 매우 의미 있는 자료였다. 이 자료는 5번의 정보공개청구 끝에 공개된 자료였다.
"이걸 한 번 보세요. 믿기 힘든 내용입니다.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 후 국민들에게 발생한 이상반응을 제약사에게 제공하기로 계약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미친...!! 국민의 의료정보를 제약사에게 팔아넘기다니..."
"이걸 질병청에서 공개했다고요?"
"계속 비공개로 일관하다가 어쩐 일인지 모제약사와의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다고 공개를 하더군요. 실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은 백신을 국민들에게 접종시킨 뒤 이상반응을 수집한 걸 제약사에게 제공하기로 했다는 건...."
"3상 임상시험이죠!"
"이런 미친것들이!"
강현이 질병청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한 내용에는 너무나 놀라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은 백신을 허가했다. 질병관리청은 그 백신을 국민들에게 백신패스를 시행해 강제적으로 접종하게 했다.
백신을 맞고 이상반응이 발생한 국민들과 의사들은 보건소를 통해 질병청의 이상반응신고시스템에 신고했다. 질병관리청은 국민들의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모니터링 결과를 제약회사에 제공하기로 계약한 것이었다.
"이것은 너무나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언론사 수백 곳에 제보를 했습니다. 하지만 기사보도는 단 한건도 없었습니다"
"질병청은 제약사와 공론화 금지 조약을 맺었을 겁니다. 면책조항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이건 정부가 국민의 의료정보를 팔아먹는 것 아닙니까?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행위잖아요!"
강현은 정보 제공을 위해 이은미를 몇 번 더 만났다. 이은미는 강현과 희중이 동료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고, 강현과 희중은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동료가 이은미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