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직원의 로비
강현과 이은미는 어느새 조금씩 동료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은미에게 필요한 것은 행동할 수 있는 손과 발이었고, 강현과 희중에게 필요한 것은 두뇌와 직위였다. 그들이 아무리 진실을 밝혀 낸들 평범한 그들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형님, 우리의 입이 되어줄 의사가 나타난 건 정말 다행이에요"
"그래, 우리말을 누가 믿어주겠어? 의사 정도는 되어야 이런 이야기를 믿어주겠지,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을 거야"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자기주장이 매우 강한 것 같으면서도 일반 상식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이상한 부분이 있다. 백신에 대해서는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의심하려 하지 않는다. 의사들이 백신은 위험한 것이라 해도 듣지를 않는다. 반면, 의사의 말이라면 양잿물도 마실사람들이다.
"의사의 말을 철석같이 믿으면서, 왜 백신을 맞지 말라는 의사들의 말을 무시하는 걸까요?"
"글쎄, 나도 그게 의문이야"
"애초부터 의사의 말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거 아닐까요?"
"난 이런 모순이 결국 의사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해"
대한민국에 치과의사를 포함해 약 14만 명의 의사가 존재한다. 대다수의 의사들은 백신에 대해 맹목적이다. 백신을 만들어보지도 않았고, 백신을 만들 능력도 없는 의사들이 오직 제약사의 말만 듣고 백신의 효능과 효과를 이야기하면서도 안전성이나 이상반응에 대해 관심을 두려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중 백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의사를 본 적 있어?"
"없죠"
"그럼, 우리나라 부모들 중 백신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은?"
"거의 없죠"
"그런 거지... 신생아가 태어나자마자 백신을 접종하는 것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일정에 맞춰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상식이 되어버렸어.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지"
"그렇죠. 평생을 그렇게 백신을 신뢰하면서 살았으니..."
"기본적으로 의심 자체를 하지 않게 되지"
대한민국에서 국가필수백신으로 지정된 백신은 18종이다. 1~3회 접종을 하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약 30회의 예방접종을 하게 된다.
"맞아요. 슬비가 떠나고 나서 슬비의 예방접종 기록을 보니 27번 접종했더군요. B형 간염 백신은 외고 기숙사 들어가면서 한 번 더 맞았어요. 그때라도 깨달았어야 했는데..."
"맞아. 아직 걸리지도 않았고, 걸릴지도 모를 질병을 위해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하기엔 그 횟수가 너무 많아"
"빅파마... 글로벌 제약사들의 돈줄이죠. 소아청소년과의 돈줄이기도 하고요"
"그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백신의 안전성을 더욱 면밀히 검증하고, 접종 전 효능・효과・부작용에 대해 확실히 알릴 수 있도록해야해"
"백신을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횡포를 막진 못하겠죠"
강현과 희중의 목표는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하기 전 백신의 효능과 효과 그리고 부작용에 대해 정확히 알고 나서 그 백신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는 백신을 접종하기 전 상세한 고지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어요"
"그래. 우린 반드시 의무화해야 해. 그게 우리 아이들에게 사죄하는 길이야"
강현과 희중은 백신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싶었다. 하지만 백신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글로벌 제약사와 의료계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백신을 무작정 반대한다면 그 저항은 그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었다. 백신의 성분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알리면 맹목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사람들은 조금씩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동료가 더 필요해"
"네, 믿고 뒤를 맡길 수 있는 그런 동료가 필요합니다"
강현과 희중은 새로운 동료가 생겨나길 고대하면서 '진실한 심부름센터'를 계속 운영해 갔다. 어느 날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날따라 비가 와서 대리운전기사가 부족해 강현이 콜을 나갔다. 국회 근처의 한 주점이었다.
"대리 부르신 분 계신가요!"
"어! 여기요!"
"어디로 모실까요?"
"평창동으로 갑시다"
"네 알겠습니다"
강현은 평창동으로 차를 몰았다. 강현은 습관적으로 녹음기 스위치를 눌렀다. 뒤에서 들려오는 전화통화 내용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네 대표님, 과장님께 잘 전달했습니다. 저희 뜻도 잘 전했습니다"
손님은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사장인 듯한 사람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무엇을 전달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영업사원인가 보다 생각했다.
"네, 어차피 면책조항이 있으니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그리고 입을 잘 막아뒀으니 아무 탈 없을 겁니다"
강현의 귀에 익숙하면서 매우 불쾌한 단어가 들어왔다. 면책조항이라는 말은 자주 쓰이는 단어가 아니기에 강현은 손님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저희 계획대로 레플리카 백신도 곧 한국에서 배포가 될 겁니다"
강현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들이 고대하던 순간이 또 한 번 다가온 것이다. 강현의 추측에 의하면 손님은 제약사의 영업사원이고 어느 기관의 과장급과 접촉해 무언가를 전해주고 돌아가는 것이다. 대화에서 입막음이란 단어가 나왔다는 것은 분명 로비 또는 뇌물을 전달했을 것이다. 강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손님에게 질문했다.
"무슨 백신 같은 걸 판매하시나 봐요?"
"네? 아... 들으셨나 보군요"
"저 같은 무지렁이가 들은 들 뭘 알겠습니까? 뭐 좋은 거 있나 싶어서요"
"레플리카 백신이라고... 몸속에서 자가증식하는 백신인데.... 웬만하면 맞지 마세요"
"네? 백신은 다 좋은 거 아닌가요?"
"다 좋은 것이라.... 알아서 하시든지요"
그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듯했지만 말을 아꼈다. 강현은 다시 한번 녹음기를 확인했다. 강현은 살짝 뜸을 들이며 질문을 이어갔다.
"어쨌거나 백신 때문에 코로나도 잘 지나간 거 아니겠습니까?"
"백신 때문이라...."
"사실 생각해 보면, 코로나가 그렇게 위험한 건가 싶기는 하지만요"
"사장님, 제가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백신은 맞지 마세요. 특히 아이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냥 그렇게만 아세요"
목적지에 도착해 제약회사 직원으로 생각되는 손님을 내려주고 강현은 그를 미행했다. 단독주택가라 미행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기에 강현은 조심스럽게 그의 집을 확인했다. 강현은 실마리를 전혀 잡지 못해 안갯속을 걷는 것과 같은 흐릿함 뿐이었지만, 사진을 몇 장 남기고는 중얼거렸다.
"어쨌든 무언가 희미한 연결고리는 생긴 건가..."
그는 분명 강현에게 백신을 맞지 말라고 했다. 강현은 나중에라도 그를 회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집과 차번호를 알아두었고, 강현은 차량 하부에 몰래 GPS 수신기를 부착해 둔 채 심부름센터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