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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비아빠 Oct 25. 2024

새로운 인연

보건복지위 김용진 의원

강현은 굳은 다짐과 함께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 심부름센터 업무에 충실히 임했다. 심부름센터 업무는 대리운전, 배달플랫폼, 퀵서비스 등으로 다양했기 때문에 강현과 희중은 앞으로도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다. 그들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옛말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한 거 없어요?"

 "아직은 없어. 우리에게 좋은 일이 있겠어?"

 "이은미 원장님 쪽도 연락이 없네요"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사실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에는 아무래도 업무에 집중하기 마련이고 퇴근 후 식사나 술자리 이후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강현과 희중은 아무래도 대리운전 업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형님 저번에 국정원에 동기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지. 그건 왜?"

 "우리가 여의도에 있잖아요. 국정원 직원이면 아무래도 국회 보좌관들과 인연이 있지 않을까요?"

 "이래저래 알고 지낼걸?"

 "형님 동기분께 말씀드려서 국회의원실 보좌관들에게 대리운전 영업을 하는 거죠"

 "그거 좋은 생각인데? 당장 연락해 봐야겠군" 


 강현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심부름센터 업무니 자신들은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 쪽 대리운전 콜을 전담하고 나머지 부분은 일반 직원들에게 맡기자는 생각이었다.


 "동기분이 뭐래요?"

 "도와주겠다네. 며칠 뒤 국회 업무가 있는데, 그때 국회에서 만나서 몇몇 보좌관들 소개해주기로 했어"

 "잘됐네요. 우리가 그쪽 콜을 전담하면 좋은 정보 건질 수 있을 거예요"

 "좋은 생각이야"


  강현과 희중은 제대로 된 정보 몇 가지만 얻어내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국회의원들은 비서관들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확률은 떨어지겠지만, 분명 기회는 올 것이고, 대리운전 플랫폼에 그들의 연락처를 미리 저장해 두었다가 콜이 발생하면 그들이 직접 나갈 생각이었다.


 처음 한두 달은 좀처럼 콜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국회 근처에서 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국정감사면 국회의원들이 정신없이 바빠야 할 시기 아닌가?"

 "서로 잘 봐달라고 로비하고 모여서 모의작당하느라 그렇겠죠.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예요" 


 희중이 대리운전 콜을 받고 나갔다. 희중은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보이는 사람의 대리운전을 하고 있었다. 감각을 최대한 날카롭게 세워둔 채 운전하고 있었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희중이 먼저 말을 건넸다.


 "요즘 국정감사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네?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아. 진실한 대리운전이라고 얼마 전에 국회에 찾아뵙고 인사드렸었거든요"

 "아... 그러시군요. 저희야 뭐 항상 바쁘게 지내죠 뭐"

 "뭐 특별한 건 없으신가 봐요"

 "몇몇 상임위를 제외하곤 주목을 못 받으니 별거 없어요"


 희중은 이대로 허탕을 치나 싶었다. 늘 있는 일이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목적지인 마포구 상암동까지 데려다주었다. 희중이 내리고 심부름센터로 돌아오려는데, 콜이 한 건 들어왔다.


 "어? 지금 나한테 들어온 콜이면 국회 쪽 관계자 일 텐데?"


 희중의 날카로운 감각이 계속해서 희중의 뇌리를 자극하고 있었다. 무언가 느낌이 좋았다. 마포에 있는 상암동에 와 있는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강현이 희중에게 콜을 보냈다는 것과 마침 장소가 상암동이라는 것에 희중의 눈이 번뜩였다. 희중이 찾아간 곳은 상암동의 한 고급 일식집이었다.


 "대리운전 왔습니다" 

 "여기요. 여의도로 갑시다"

 "네 알겠습니다"


 희중은 낯이 익은 얼굴의 한 국회의원의 차를 몰고 여의도로 향했다. 아마 그는 국회로 가는 길이라 예상했다.


 "여의도 어디로 모실까요?"

 "국회로 가주세요"

 "네~"


 희중은 국회의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다 머릿속에 암기하고 있었다. 그의 주특기가 납치, 구조와 같은 것이기에 얼굴을 익히는 훈련에 익숙해 있었기에 식은 죽 먹기였다. 그는 의사출신으로 여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김용진 의원이었다. 


 "김용진 의원님 이시죠? 이거 영광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김용진 의원은 심기가 불편한지 간단히 대답한 후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희중은 마침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의 콜을 받았는데, 의미 없이 끝내긴 너무나 아쉬웠기에 슬그머니 말을 걸었다.


 "코로나가 끝난 지 1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어렵습니다. 의원님께서 힘을 좀 써주세요"

 "아... 네... 많이 힘드시죠? 사기 팬데믹이 끝난 지가 언젠데 여전히 회복을 못하고 있으니..." 

 "의원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나 보군요. 맞습니다. 사기. 국민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사기라고 믿어요"

 "사기꾼 같은 놈들... 모두가 다 한통속이에요" 


 희중은 평소 김용진 의원의 성품이 정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체질적으로 정치인들을 믿지 않았기에 조심성을 잃는 일은 없었다.


 "제 주변에 아주 친한 동생이 있는데, 백신부작용으로 어린 딸을 잃었지 뭡니까?"

 "딸을요? 몇 살이죠?"

 "겨우 열여섯 고등학교 2학년이랍니다. 외고에 다니던..."

 "아... 이 빌어먹을 놈들... 어떻게 피해보상은 받았답니까?"

 "피해보상은커녕, 질병청에서 백신하고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답니다"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질병청 놈들도 한통속들입니다"

 "의원님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신데 바로 잡을 수는 없습니까?"

 "어렵죠. 쉽지 않을 겁니다. 세계적인 팬데믹이었고, 전 세계에서 백신을 앞다투어 접종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다시피 하고 있어요" 


 희중은 생각보다 대화가 잘 흘러감에 조금은 안도했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상황에 공감해 주는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에 아주 약간이지만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잠시 품기도 했다. 


 "의원님께서 도와주시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피해자가 수천 명에 달한다고 하던데요"

 "이건 목숨을 건 싸움이 될 겁니다.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을 테죠. 저 혼자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김용진 의원은 단지 자신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희중은 그래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기에 계속 말을 걸었다.


 "의원님, 혹시 모르니 피해자들과 한 번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피해자들이 얼마나 되나요?"

 "제가 듣기로는 유가족들도 있고 그 후배와 교류하는 사람들 십여 명은 된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보좌관 통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용할 때 한 번 만남을 주선해 주세요"

 "네. 그 친구에게 꼭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희중은 유가족, 피해자들과 김용진 의원의 만남을 주선해서 그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들의 계획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자신들의 살생부에 이름을 올릴지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자신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면... 하는 생각과 함께 희중의 날카로운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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